조갑제 기자의 하버드 연수보고(3) - 淸富정신 淸貧정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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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태어난 국가
  
  메이플라워 맹약에 서명한 사람들이 총회(General Court)를 구성하고 여기서 지사를 뽑았다. 이렇게 하여 미국은 교화를 요람으로 하여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해야 왜 아직도 미국에서 청교도적 정신의 영향이 그토록 뿌리깊은지를 알 수가 있다. 버지니아보다도 매사추세츠 지방의 개척이 늦게 되었는데도 미국의 발상지라고 하면 이곳 뉴 잉글랜드가 연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버지니아의 개척은 영국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서 식민지로서 경영을 한 것이고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등 뉴 잉글랜드는 여기에 새로운 영국을 건설하겠다는
  신념을 공유한 사람들이 세운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먹고 산다는 차원과 정신적인 자유를 목적으로 삼아 모험을 결행한 것의 차이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철학적인 바탕을 깔고 하는 것과 그냥 편의대로 하는 것 사이에는 시간이 흐르면 크나큰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플리머스 정착촌의 인구는 7천 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뉴 잉글랜드의 중심지는 곧 그 북쪽에 있는 보스턴으로 옮겨갔다. 순례자들(분리주의자)보다는 다소 온건한 영국 청교도들이 1620년대 말부터 보스턴으로 건너오기 시작했다. 변호사이자 청교도 지도자인 존 윈스롭의 지휘하에 이들은 청교도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장소를 보스턴에서 구하여 [언덕 위의 도시], 즉 신시(神市)를 만들겠다고 1630년에 알벨라號를 비롯한 일곱 척의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왔다. 그들은 매사추세츠만(灣)회사라는 일종의 무역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이사회에 해당하는 사령탑에는 [자유인]이라고 불린 교회의 간부들이 주주(株主)의 자격으로 포진하였다. 이사회는 정착민들의 자치기구 책임자를 선출하였다. 이민자가 많아지자 이사회의 구성원은 교회가 아닌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확대되게 되었다.
  
  즉, 교회【?회사가 생기고 회사에서 정부와 의회가 생겨난 과정이다. 교회로 상징되는 정신, 회사로 상징되는 물질, 그리고 정부로 상징되는 권력, 이 세 가지 상반되는 요소가 미국에서는 그 요람기에서부터 한 덩어리로 결합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점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3대 구성요소인 종교(또는 이념), 경제, 권력의 관계가 갈등하면 그 국가는 통합성을 상실한다. 이 관계가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여 한 덩어리로 되어 있을 때 그 국가는 건실하고 생동한다.
  
  우리 역사에 이 공식을 대입한다면 朝鮮朝에서는 주자학이 경제논리를 무시하여 국가의 권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 실패한 대표사례이다. 신라에서는 불교와 세속권력이 손을 잡고 그 융합에너지를 통일대업으로 쏟아 부은 성공사례이다. 하버드의 설립을 결의한 것은 청교도들이 만든 이 매사추세츠灣회사의 이사회였다. 출자(出資)가 이러한 하버드 대학은 지금도 교회 회사 국가의 3대 요소를 근간으로 하는 보편적 진리의 탐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운용기금을 1백10억 달러나 갖고 있는 하버드 경영회사, 전몰자 추모교회, 미국 파워 엘리트의 산실(産室)인 케네디 스쿨 같은 것은 유형적인 상징물이고 국익을 바탕으로 하여 보편성을 추구하는 하버드 학풍(學風)은 보이지 않는 흐름이다.
  
   돈도 신을 믿는다
  
  미국의 화폐와 동전에는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이 글은 1861년에 처음 화폐에 등장했다. 남북전쟁기간이었다. 북군이 처음에는 패전을 거듭했다. 이때 한 지방의 목사가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써 땅에 떨어진 북쪽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서 이런 글을 돈에 넣자는 제안을 했고 체이스 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 뒤로는 이 글을 넣다가 안 넣다가 했는데 1956년에 의회가 이를 미국의 국가적 모토(The United States National Motto)로 결의하여 모든 화폐에 이를 반드시 새겨넣도록 법제화해 버렸다.
  
  돈과 하느님, 다른 말로 하면 정신과 물질이다. 상충하는 두 개념을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 이 모토이다. 물질의 뒷받침 없이는 정신의 순수성이 지켜질 수 없고 정신이 빠진 물질은 타락의 수단이 되기 쉽다는 의미가 이 모토에 들어 있다. 이를 동양사상적으로 해석한다면 [恒産이 있어야 恒心이 있다]는 뜻이고 氣(물질)와 理(정신), 야성과 지성의 통합을 말한다. 성공한 인간, 성공한 사회, 성공한 국가는 예외없이 이처럼 상반되는 요소들을 충돌시키지 않고 하나의 큰 질서 속에서 조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국가이면서도 극도로 국가주의적인 나라이다. 개인주의와 국가주의라는 상반되어 보이는 요소를 이처럼 한 덩어리로 묶는 논리는 무엇인가. 이런 통합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한국 사회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위선적 명분론과 속물적 물신주의를 어떻게 지양(止揚)할 것인가. 정신이 빠진 야성과 힘이 없는 지성을 어떻게 묶어 지성적 야성을 만들어낼 것인가.
  
  미국의 건국 과정을 이해하면 미국인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국가적 성격의 상당 부분은 미국인의 성격 속에 녹아 있다. 한 미국영어 교사에게 한국인들이 덕목으로 생각하는 단어는 겸손과 성실이라고 하니까 {미국에서는 어서티브니스(Assertiveness)가 최고의 덕목이다}고 주장했다. 어서티브니스, 즉 확실한 자기 주장이 그 사회가 기리는 장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할 수 있고 반대로 유교문화권에서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은 무뢰한이나 건방진 사람으로 매도될 것이다. 미국인들은 개인이 어떤 단체, 예컨대 가족 국가 교회 회사 종족에도 종속될 수 없는 신성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부모와의 관계조차도 역사적이고 생물학적인 우연의 결과라고 본다. 父子관계도 인연을 뗄 수 없는 그런 불가피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가 18세 정도까지만 양육을 해주면 그 뒤로는 집을 나가서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 20세가 지났는데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들은 독립심이 부족한 얼치기로 취급받는다.
  
   절대 공간
  
  성년이 지나서도 부모와 함께 살 때는 일종의 하숙비조로 돈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부모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의존적인 인간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기 때문이다. 개인은 누구에도 종속될 수 없고 누구의 명령도 아닌 오직 스스로의 결단에 따라서 나의 운명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것이 미국식 개인주의의 핵심이다. 보수와 진보도 이런 개인주의를 보는 시각을 기준으로 하여 나뉘어진다. 인간의 운명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편이 보수이고 사회와 환경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진보이다. 이런 개인주의에서 프라이버시(Privacy)의 개념이 등장한다. 누구한테도, 즉 국가 회사 부모 그 누구에 의해서도 침범되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프라이버시의 철학이다. 이것은 물리적인 공간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들은 고독한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인간은 소진된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때부터 나의 방, 나의 장난감, 나의 책, 나의 옷을 가지고 나만의 절대공간을 확보하는 데 이력이 난 미국인들은 마음속에 하나의 분명한 선을 그어놓고 그 안쪽을 남에게 열어놓지 않는다. 이 선을 건드리면 그들은 신경질을 내거나 냉담해지거나 굳어진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하는 독립선언의 인간관은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정착되어 있다. 인종 남녀의 불평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분명히 평등한 인간 세계이다. 미국인들은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과 그렇게 대우받는 것을 굉장히 거북하게 생각한다. 이런 인간관에서 나온 생활습관이 인간관계나 옷차림, 대화, 행사에 있어서의 간편성이다.
  
  그들은 딱딱한 공식성을 매우 싫어한다. 미국인들은 미래, 변화, 진보를 지향한다. 이것은 조국인 영국을 버린 청교도의 행동이 과거, 역사, 전통과의 단절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다.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람들의 강박관념이 그들을 앞만 보고 뛰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유럽의 역사와 단절한 것이지 자신들이 16세기부터 건설하기 시작한 새로운 역사와 단절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이 짧은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서 느끼는 애착은 대단하다. 미국인들은 인간을 일단 선량한 존재라 전제하고 출발한다. 교육, 자원봉사, 再活, 민주정부에 대한 확신, 개인주의 평등 자유에 대한 신념 같은 것이 인간은 얼마든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품성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시간의 흐름을 항상 느끼면서 살아가는 존재처럼 긴장되어 있다. 시간을 즐기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건설하고 생산하며 성취해야 하는 자원으로 생각한다. 능률에 대한 미국인들의 집착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표현이다. 미국인들이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잘 정리되어 있고 두서와 절도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맥도널드 햄버거 같은 [패스트 푸드]를 발명한 것도 미국인들이다. 이런 시간관으로 해서 그들은 일을 열심히 하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행동파를 존경하고 물질지향적인 태도를 비판하지 않는다.
  
   결투
  
  미국인들은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좋아한다. {우리 카드를 이 탁자위에 모두 펼쳐놓고 이야기를 시작합시다}느니 {우리 이제 말장난을 그만 두고 핵심으로 들어갑시다}는 식이다. 그래서 분쟁이 있을 때는 당사자들끼리 속을 털어놓고 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든지 중개인을 내세우는 것을 허약한 인격의 탓으로 보고 경멸하기도 한다.
  
  미국 사회는 경쟁사회인데 이것을 지탱하는 규칙은,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는 합의이다. 정부 판사 언론은 이 공정한 게임을 관리하는 심판자의 역할을 한다. 미국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과 검사가 배심원들을 심판관, 재판장을 사회자로 두고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벌이는 하나의 결투를 연출한다. 재판장의 역할은 이 결투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유의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살인혐의자도 보석을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이유도 그렇게 해야 피고인이 검사와 공평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언론이 어떤 사람에게 불리한 보도를 할 때는 그 사람의 반론을 실어주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공무원의 부정 부패가 나쁜 이유도 그것이 특정한 사람에게 특혜를 주어 공정한 게임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정한 게임을 유지하려면 심판관의 권위에 대한 존경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미국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뉴욕 양키즈의 타자가 친 외야 플라이를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외야수가 받기 직전에 외야석에 있던 어린이가 끼고 있던 글러브를 내밀어 받아버린 사고가 있었다. 그때 외야심판은 이것을 홈런으로 판정했다.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보면 명백한 수비방해로서 소년의 개입이 없었다면 아웃을 당했으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당시의 언론이나 팬들은 잘못 판정한 심판을 비판하기보다는 이 소년의 애교어린 행동을 소개하는 식으로 처리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즈는 결국 이 사고가 원인이 되어 그 시합도 지고 시리즈도 놓쳤지만 재시합 운운하는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는 심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어야 하고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니까 그런 실수는 불가피한 것으로 치부하여 참아야 한다고 하는 성숙한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젊게, 때로는 철없이 보이는 미국인, 항상 결투하듯이 살아가는 사람들, 이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자존심을 굽힐 수 없다고 생각하는 미국인, 얌전하다는 평을 수치로 아는 사람들…. 이런 미국인들을 보면서 나는 이들이야말로 민간인 복장을 한 군括繭?생각을 해보았다. 사고방식과 행태, 그리고 사회의 규칙이 칼로 자르듯이 분명하고 날이 서 있는 것이 꼭 군사문화를 사회에 응용한 것 같았다.
  
   변명의 논리
  
  지금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서양의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기사들이 지배층으로서 오랫동안 민중을 다스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에 들어간 일본도 오랜 무사계급의 통치를 받은 적이 있다. 군인통치와 선진화의 관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군인은 칼이나 총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지 않으면 칼부림, 총부림이 나게 된다. 자연히 상대방에 대한 경계와 함께 조심성이 따라야 하고 사람을 대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언행을 정확하게 또 정중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총이나 칼을 갖지 않는 민간인들끼리의 싸움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지만 무장한 사람에게 그랬다간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 기자는 미국에 있었던 1년간 고함을 치면서 싸우는 모습을 정말이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총기의 소지가 사실상 허용되고 있는 나라에서 상대방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약 40%가 권총 단총 장총 등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개신교 신도들의 총 소지율이 46%로서 구교신도들의 30%, 유태교 신도들의 10%보다도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개척을 선도했던 청교도정신의 영향과 총기 소지율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정치적 성향에서는 보수파인 공화당 지지자의 소지율이 민주당 지지자보다도 약간 높았다. 군사문화의 전통을 가진 사회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우선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내가 안전하겠다]는 계산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가 보니 서로가 서로를 조심하는 시민윤리가 정착되며 이런 공중도덕의 바탕 위에 민주주의가 들어오니 자유롭지만 질서가 있는 민주주의, 즉 부드럽지?무서운 얼굴을 한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이다.
  
  일본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민속학자는 {교수로 부임하니 동료 교수가 주의를 주는데 일본인들에게는 절대로 인격적인 모욕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하면 보복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그 한국인 교수는 그러면서 {오랜만에 한국에 와 보니 사회생활에서 인격 모독적인 언행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데 정말 놀랐습니다}라고 했다. 우리 모두가 총을 소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세상은 한결 조용해질 것이다. 한국은 결투의 전통이 없는 사회이다. 승부에서 지면 재빨리 변명의 논리를 개발하여 승복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말장난에 놀아나는 낮은 민도(民度)인 것이다. 약 40%의 한국인들이, 이상에 불타야 할 젊은 층에서 특히 많이 이인제(李仁濟)의 경선불복 출마강행에 대하여 {나쁘지 않다}고 대답하고 있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약 1백80만 명이 감옥에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정신사적인 측면에서의 미국이다. 미국의 실상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면 통계책을 보아야 한다. 미국인들 중에서 기독교 교회나 유태교 시나고그에 등록된 사람들은 68%이고 지난 일주일 사이에 한 번 이상 교회에 가서 예배를 올린 사람은 전체 국민들의 약 42%이다. 이 정도의 종교적 열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약 80%의 미국인들이 아직도 천국의 존재를 믿고 있다. 개신교와 구교의 비율은 60對 24이다. 30년 전에는 이 비율이 67대 25였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초의 가톨릭 신도가 1961년에 취임한 케네디 대통령이었다. 약 1백80만 명의 미국인들이 지금 감옥에 있다. 약 60만 명은 유치장 소년원에 수감된 경범죄인들이고 약 1백20만 명은 기결수이다. 1천명 중 일곱 명이 감방에 있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의 옥중인구는 약 6만 명이므로 인구 비율로는 미국이 우리나라의 약 6배나 많은 죄수들을 갖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대강 1990년대 초를 기점으로 하여 범죄율이 떨어지고 있다. 뉴욕에서도 악명 높았던 웨스트 사이드에서조차 요사이는 밤에 거리를 활보해도 큰 위협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줄리아니 시장은 검사 출신인데 범죄율을 떨어뜨려서 아주 인기가 높아졌다. 미국의 1980년대에는 10만명당 10명 정도가 매년 살인으로 죽어갔는데 요사이는 10만명당 8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스턴의 경우 지난 2년간 청소년 살인사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약범죄만은 증가일로. 미국 정부가 마약범죄를 단속하고 중독자들을 재활시키기 위해서 쓰는 예산이 연간 1백50억 달러.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에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 인구의 약 4%나 되었다. 미국으로 밀수되고 있는 마약의 약 70%가 멕시코를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 이것은 또 멕시코의 가장 큰 산업이 마약밀매임을 의미한다. 미국법원이 범죄자에게 선고하는 형량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강간의 경우 평균 선고형량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징역 8년이고 강도는 징역 6년, 폭력은 징역 4년이다.
  
  약 3천명이 사형확정판결을 받아서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인구의 약 12%인 흑인이 사형수들 가운데서는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인구는 약 2억6천5백만으로서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의 인구대국이다. 21세기 중반기에 가면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추월하여 세계 제1위가 된다. 인도에서는 매년 1천5백만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니 매년 호주 같은 나라가 하나씩 생기고 있는 셈이다. 호주의 인구는 약 1천8백만. 미국의 인구 약 2억6천5백만명 중에서 흑인이 약 12.5%이고 남미계통사람이 약 8.8%이며 아시아 사람들은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하버드 학생 인구 중에서는 아시아 계열이 약 20%로서 이들의 높은 교육열과 머리 좋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기 2020년까지는 남미로부터의 이민증가 등의 이유로 해서 남미계열의 인구가 흑인보다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기 2050년에 가면 백인과 백인이 아닌 사람들의 숫자가 비슷해진다고 한다. 몽골族인 인디언의 땅이었던 미국대륙을 서양인들이 차지하여 주인 행세를 한 지 4백년 만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가 군사비와 같은 적자예산
  
  1970년에 미국의 어른들 중에서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28%였는데 지금은 그 비율이 약 40%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의 73%만이 양(兩)부모와 같이 살고 있고 22%의 어린이들은 어머니하고만 살고 있다. 약 30%의 가구(家口)는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가정은 결혼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독신자들의 친구는 텔레비전이다. 독신자들이 혼자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고 마시도록 개발된 음료수와 과자류가 잘 팔리고 있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세금을 적게 거두는 나라이다. GDP, 즉 국내총생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스웨덴은 약 50%이고 프랑스 가 약 44%, 영국이 약 34%인데(우리나라는 약 22%) 미국은 일본과 거의 같은 29.7%이다. 대체로 유럽국가들이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은 사회보장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유럽형 복지 국가가 국가경쟁력을 죽인다면서 요사이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하여 사회보장적 성격의 지출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공화당의 깅리치가 하원의장이 되어 미국 의회를 장악한 이후 미국의 정치는 보수화되고 있다. 보수화란 사회보장적 예산을 줄이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의 정책지향을 뜻한다.
  
  미국의 예산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부문은 군사비가 아니다. 군사비는 전체 예산의 16%인 데 비해서 4천7백만 명에 달하는 은퇴자 장애자 및 그들의 가족에게 매월 내주는 사회보장비가 22%를 차지하여 가장 많다. 세 번째로 많은 예산 지출은 정부의 차입금에 따른 이자 지급비로서 전체 예산의 15%를 점하고 있다. 60, 70년대에는 이런 이자 부담이 7%에 지나지 않았는데 적자예산을 오랫동안 편성하다가 보니 이자 부담이 군사비 부담과 거의 같아진 것이다. 미국의 경쟁력은 회복이 되었지만 정부의 예산은 아직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가 균형예산편성 문제인 것이다. 의료 보험에 들어가는 정부보조예산도 11%로서 네 번째를 차지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예산은 8%나 된다. 실업수당을 주로 하는 복지예산은 7%, 교육과 과학기술개발 예산은 각각 3%, 퇴역군인들에 대한 지원도 2%를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흑인들을 아프리카-아메리칸이라고 부른다. 아프리카系 미국인이란 뜻이다. 미국에서 범죄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흑인들의 교육수준과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은 미국 평균보다도 네 배나 된다. 따라서 미국에서 범죄를 줄이려면 흑인들 사회에서부터 줄여야 한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흑인들의 평균 부부당 소득은 백인의 약 87%까지 접근했고 고교 졸업자 비율을 기준으로 한 학력도 흑인과 백인이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흑인들은 백인과 흑인의 능력 차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흑인의 문제는 교육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 흑인사회에서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흑인식 영어를 학교에서 따로 가르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작년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지역 교육구청은 학교에서 표준 영어와 흑인식 영어 두 가지를 다 가르치도록 했다. 흑인 지도자 제시 젝슨 목사 같은 이는 이런 영어 교육방법은 흑인들의 낙후성을 영속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악센트와 억양이 많이 다른 나름대로의 영어를 써야 동지애 비슷한 것을 느낀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1초에 1달러씩 빚 갚아도 13만년
  
  미국의 교육방식은 천재들을 키우는 데는 우리보다 유리하지만 뒤떨어진 학생들을 격려하여 같이 뛰도록 만드는 데는 우리나라의 교사들보다 성의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의 교육이 문제라는 이야기만 많이 나오는데 미국이나 영국에선 한국과 일본식 교육의 장점을 배우겠다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하려고 해서 일어나고 있는 데 비해 미국과 영국의 문제는 보통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고 있어 일어나고 있으니 고민의 질이 다른 것이다. 한국에서 교육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악(惡)인 것처럼 비판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교육개혁의 방향은 이런 공부열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인성교육도 함께 잘할 것인가로 잡혀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서기 2000년까지 수학과 과학 분야의 국제 경시(競試)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것을 국가적 목표로 삼고 있다. 작년에 수학 과학 부문에서 세계 41개국 학생들의 평균 성적을 낸 통계를 보면 수학에서는 1등이 싱가포르, 2등이 한국, 3등이 일본, 4등이 홍콩이었고 미국은 28등이었다. 과학 분야에서는 싱가포르가 1등, 일본이 3등, 한국이 4등이었고 미국은 17등이었다. 동양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에서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열광적인 교육열 이외에도 몇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타고난 머리도 있겠고 일본의 경우에는 한자를 어릴 때부터 배운 것이 지능의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는 최근 몇 년 사이 건강을 되찾았으나 아직도 골치를 썩이고 있는 것이 미국정부가 진 빚이다. 미국 정부가 적자예산을 메우기 위하여 국민들과 외국에서 빌어온 돈의 누계가 무려 5조3천억 달러나 된다. 이런 비교가 있다. 미국 국회가 1초에 1달러씩 빚을 갚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키면 미국의 빚을 다 갚는 데 13만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 1달러짜리 지폐로써 미국의 빚을 쭉 늘어놓는다면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에 4를 곱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처럼 빚이 늘어난 것은 미국정부가 사회보장 의료보험 군사비 등에 너무 지출을 많이 하는 바람에 큰 정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美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우체국과 군대를 제외하고도 약 2백70만 명이다. 지금 미국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의 80%는 1980년, 90년대에 진 것이다. 이 빚을 갚기 위한 원리금 상환용으로 미국정부가 지출하고 있는 금액은 작년의 경우 2천4백억 달러로서 교육지출의 네 배. 지금 식으로 미국 정부가 빚을 계속해서 지게 되면 지금 태어난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소득의 8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빚을 지게 되면 생산부문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채권을 계속 발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 채권을 산다고 민간부문의 저축률이 떨어져 기업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는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당초 목표에서 약 3조원이 모자라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예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일본·중국에 年 8백억 달러의 무역적자
  
  미국 정부는 작년에 1천6백5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값싼 물건을 수입해서 쓰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의 무역적자 중 반은 일본과 중국 때문에 생긴 것이다. 두 나라가 각각 4백억 달러씩의 對美 무역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미국에 대하여 1백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1백억 달러를 미국에 보태주고 있으면서도 미국으로부터의 시장개방 압력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문제가 있다. 북한에 지어주고 있는 경수로만 해도 우리가 배제된 제네바 핵회담에서 미국과 북한당국이 합의한 것을 받아서 한국이 앞으로 50억 달러 이상을 부담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돈으로 때우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 온 국민들이 정부와 함께 일치단결하여 일전불사의 자세로 대응했더라면 물지 않아도 되었을 경비인 것이다. 안보를 돈으로 사는 식으로 처신하다가 망한 나라가 중국의 송(宋)나라였다. 이 나라는 경제와 문화는 매우 발달했으나 지도층의 전쟁의지가 약하여 금나라와 요나라가 쳐들어오면 배상금을 주고 매년 공물을 바치는 식으로 해결하다가 그런 방식이 안통하는 몽골제국을 만나 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작년에 24%나 줄었고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전해에 비해서 17%나 늘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을 좋은 수출시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 정부는 중국 등 12개 나라를 신흥수출시장으로 지정하고 서기 2000년까지는 이 시장에 대한 수출을 연 2천억 달러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하여 시장개방 압력을 넣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미국 정부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하여 끈질기게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상품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미국 사람들이 미국에 대하여 가장 잘 쓴 책으로 꼽는 것은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스 토크빌이 19세기초에 미국을 1년간 여행한 뒤에 쓴 [미국의 민주주의]이다. 기자도 뉴 잉글랜드를 여행할 때 이 책을 갖고 다니면서 열차칸에서 읽곤 했다. 이 책에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식 민주주의보다도 훨씬 활력이 있다고 감탄하고 있었다. 미국 민주주의의 활력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이다. 축제분위기식으로 진행되는 이 선거를 통해서 국내의 갈등과 이견을 통합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재충전한다는 것이었다.
  
   공군병력의 16%가 여자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지난 60년간 처음으로 50%에도 미달하여 미국 민주주의의 장점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클린턴은 흔히 흑인, 여성, 젊은이들 때문에 당선이 되었다고 한다. 백인들 사이에서는 밥 돌이 더 표를 많이 얻었으나 흑인들이 80%가 넘는 몰표로써 그를 지지하여 당선시켰던 것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하나 자랑거리로 활용했던 것이 항상 80%를 넘는 한국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었다. 미국은 약 1백55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여 머리수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고 예산지출면에서는 1위이다. 머리수에 있어선 북한 인민군이 세계 5위, 대한민국 국군이 6위이다. 미군은 지원병제인데 여자 군인의 비율은 여자에 대해서도 징집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여자가 가장 많이 근무하는 데가 공군으로서 16.3%.
  
  핵무기를 운반하는 전략폭격기의 조종사 중에도 여자가 있다. 육군의 경우는 13.8%가 여자이고 해군은 12.6%, 해병대에서도 5%가 여자이다. 이러니 군대 內에서 일어나는 여자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전국적인 뉴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30여 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독일에 5만 명의 미군이 있어 가장 많고 다음이 일본으로서 4만3천8백명, 세 번째가 한국으로서 3만4천6백62명이다. 미국은 제3세계로 무기를 파는 데서도 1등인데 이들 나라의 전체 무기구매액수의 57%가 미제 무기인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일단 미제 무기 체제를 도입하면 그 부품공급도 미국에 의존해야 하고 작전교리도 미군 것을 써야 하며 미군과의 공동작전을 하게 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미국 같은 강대국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너그러운 군자(君子)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엄격한 전사(戰士)의 얼굴이다. 어느 한쪽만을 보고 미국을 판단하면 오해를 하게 된다.
  
출처 : 월조
[ 2003-07-02, 17: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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