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25전쟁 기념식을 제쳐두고 광주·전남 지역 현안을 듣겠다며 광주를 찾아 타운홀미팅을 했다. 그게 그렇게 급했던 것일까.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전쟁기념식을 무시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전쟁기념식은 과거의 회고도 아니고 전쟁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행사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피를 흘러 나라를 지켜냈다'는 서사를 강력하게 부여해 국가의식 혹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영토에서 전쟁을 치르지 않은 캐나다 같은 나라도 전쟁기념식을 한다.

실제 6·25는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이다. 혹시 전쟁기념식 불참이 6·25가 단지 '미국의 대리전' '동족상잔'이라는 이 대통령의 인식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나라로서 이런 대통령을 갖게 된 것은 몹시 불행한 일이 된다.

한편, 호남은 6·25 기념식 날에 이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자신들을 가장 먼저 챙겨준다고 감읍해할까. 대선에서 몰표를 준 대가라고 여길까. 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가적 행사보다 호남 행사가 먼저'라는 제스처를 보였을 때 다른 지역에서는 호남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게 호남에 도움이 될까.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광주시장, 전남도지사, 무안군수님과 더불어 지역 주민분들의 의견을 빠짐없이 경청했다"며 "진솔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니 역시 답은 현장에 있다는 확신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중심에는 언제나 주권자이신 국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평상이라면 이 대통령의 현장 소통은 칭찬할 만하나 모든 일, 특히 국정 운영에는 때가 있고 우선 순위가 있는 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관점에서 "이 대통령이 중동 정세와 국내 문제를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채 내년도 지방선거운동을 다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김기현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정세와 국내 문제를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채 내년도 지방선거운동을 다니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입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면서까지 벌써부터 국내용 지방선거에 올인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리자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미국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GDP 5% 수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도 있어 우리나라에 미치는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약 61조 원으로 GDP의 2.3% 정도인데, 5%가 되려면 현 국방예산의 2배 이상인 약 127조 원이 듭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국가 예산의 거의 5분의 1이 국방비가 되는데, 이는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중차대한 문제가 논의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를 펼쳤어야 하는데, 느닷없는 불참 결정으로 인해 '실용외교'는 커녕 '실기(失期)외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이번 나토 불참 결정에서처럼 “나토 회의에 참석하면 중·러와 멀어진다”라는 이른바 ‘자주파(중러파)'의 입김이 계속된다면, ‘실용’과는 동떨어진, 철지난 ‘이념외교’이고, 그럴수록 국익과는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이제 이 대통령 취임 첫 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15%의 유예기한(7월 8일)도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취임하면 미국부터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무책임한 발언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과 공조가 하루라도 시급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고 경제·안보 모두에서 한미 공조가 절실한 이 시점에,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용 유세나 다니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