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전 외교 안보 수석(이명박 정부)은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자진해산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추락하는 국민의힘은 날개가 없다. 시대착오적 반탄세력이 지배하는 국힘은 속히 완전하고 확실하게 사라져야 보수의 희망이 살아날 수 있다. 대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는데도 윤통의 계엄이 탄핵받고도 남을 만한 과오가 아니라고 아직도 우기는 자들이 당권을 잡을 수 있는 정당이라면, 보수의 가치를 대변할 자격이 없고 진정한 보수를 욕보이는 패거리에 불과하다. 국힘 지도부가 친윤-反민주세력과 절연하고 당을 재건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이 나라의 합리적 보수세력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는 당의 자발적 해산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는 며칠 전 조선일보에 실린, '국민의힘 사라지면 '2030 보수'가 온다'라는 제목의 칼럼(영남대 김영수 교수)을 첨부했다.


김 교수는 이 칼럼에서 <사이비 보수 유튜버들과 종교 집단이 기웃거리는 '좀비 정당'엔 답이 없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보수가 물러나면 공정한 경쟁을 지지하는 2030, 그들이 보수를 이끌 것이다.
그는 7월 24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의 국힘당 지지율이 17%를 찍었는데 더 심각한 것은 언론에서도 국민의힘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대선 후 열을 내며 개혁을 독촉했지만, 이젠 그런 성화도 지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는 당이고, 미래가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아예 미래가 없다고도 한다. ‘늙은 건물주와 한물간 판검사의 당’이라는 조롱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힘은 대선보다 대선 이후 더 크게 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면서 주체”라는 송언석 비대위원장의 말은 개혁을 거부하는 말장난으로 길이 남을 명언이란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누구도 책임이 없고, 따라서 청산이나 개혁도 없다는 걸 이렇게 우아하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 팽배한 ‘졌잘싸’도 유치한 정신 승리다. 국민의 회초리를 이렇게 맞고도 이처럼 막무가내로 버티면 좀비 정당이 틀림없다. 정당으로서 생명이 다한 것이다.>
그는 윤석열, 김문수, 전광훈, 전한길의 책임을 거론했다. 전한길씨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인지 계속 함께할 것인지 공개 질의서를 보낼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 프락치 축출’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종의 이단(異端)재판을 하겠다는 선언인 셈인데 민주 정당에서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씨를 포용해 “용광로 같은 단합을 이뤄야 한다”고 하고 장동혁 의원도 전씨가 문제가 아니라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극우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보수의 실천 이념은 반공·애국·친미였지만 脫냉전 후, 그리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오늘날 그 이념은 별 호소력이 없다고 진단한다.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인권 같은 훌륭한 정통 보수 이념이 있지만, 국민의힘을 그 이념의 대표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홈페이지를 보면, 당의 역사는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부터다. 이승만, 박정희가 없다. 보수 정당의 역사에서 건국과 산업화가 사라진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고, 그냥 현재만 있다. 한마디로 이념의 진공 상태다.>
사이비 보수 유튜버들과 종교 집단이 기웃거리고, 당 스스로 그 유혹에 빠져 끌려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조차 그랬다. <떴다방처럼 당명(黨名)을 바꾸고, 스타 마케팅으로 그 공허(空虛)를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달했다. 도저히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상대가 승리했다는 건 국민의힘은 아예 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보수에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사라지면 새로운 세대가 떠오를 것이다. 2030이라는 새로운 보수다. 그들은 닥치고 평등보다 공정한 경쟁을 지지하는 反사회주의 우파다.
<보수의 겨울이 혹심할수록, 두꺼운 얼음장 밑에는 새 희망이 들끓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 열망과 함께 가는 정치 세력이 미래의 보수를 이끌 것이다.>

보수의 자살은 극우이고 극우는 윤석열의 자식이지만 그래도 위대한 문명건설의 주류로서 보수층(약40%)은 건재한다. 이들을 지도할 보수세력과 이 세력이 미는 보수당의 재건이 문제이다. 현실적으론 계엄과 음모론에 반대한 한동훈 이준석 두 사람이 보수의 구명정 역할을 넘어 공정보수의 뉴 리더로 성장하는 것인데, 천영우 전 수석의 희망처럼 먼저 보수대표성을 상실한 국민의힘이 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국민의힘 해산운동이 보수의 새로운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