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시도하고 있는 고구려史와 발해史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을 두고 어떤 사람은 ‘결국 영토를 빼앗기면 역사도 빼앗긴다’라며 한탄했었다. 어느 중국인 유튜브가 몽골에 가서 몽골 땅이 중국의 영토라고 했다가 이가 몇 개 부러질 정도로 개처럼 얻어 맞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내몽골을 자신들의 영토로 편입했고 당연히 몽골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나라 이전까지는 중국 한족(漢族)과는 전혀 무관했던 티벳, 신장, 위구르의 역사도 이제 저들은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땅을 뺏기는 바람에 역사도 도둑질당한 가장 최근의 사례가 대만 아닐까? 어제 중국에서 벌인 전승절 열병식을 보며 저 열병식은 굳이 하자면 대만 타이베이의 중정(장개석의 호)기념당 광장에서 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전승절에서 말하는 그 전승의 주역은 장개석의 국민당군이었기 때문이다.

중일전쟁(1937~1945)에서 일본군과 가장 큰 규모로 정규전을 벌인 주력은 장개석의 국민당 군이었고 공산군은 당시 세력이 아주 작았으며 주로 산악·농촌 지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일본과의 대규모 전투 기록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한다. 객관적인 기록으로 봐도 국민당군은 상하이 전투(1937), 난징 방어전(1937), 우한 전투(1938), 창사 전투(1939~1942) 등 여러 차례 대규모 정규전을 치르며 막대한 희생을 냈는데 국민당군 전사자는 3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공산군 전사자는 10만 남짓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을 상대로 한 전쟁을 주도하고 대부분의 희생을 감당했던 국민당군은 일본 패망 후 내전에서 공산군에게 패배하는 바람에 대만으로 쫓겨갔다. 그렇게 국토의 대부분을 공산당에게 빼앗긴 장개석의 국민당은 역사도 공산당에게 빼앗겼다. 전후에 공산당은 ‘항일전쟁의 주력군은 우리 공산군이었다’라는 선전을 강하게 펼쳤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가소로운 수작이었다. 오히려 공산군은 항일투쟁을 하긴 했지만 극히 제한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자신들의 힘을 비축하는 데 더 중점을 두었고, 가장 중요한 목적을 대일항전(對日抗戰)보다 자신들의 지지세력 확장과 농촌 기반 구축에 두어 전후(戰後) 예상되는 내전(內戰)에 일찌감치 대비했다고 하는 분석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본다.

어제 중국 공산당의 전승절 행사를 보며 남이 차려놓은 밥상을 뺏아와서 숟가락 들고 주인 행세하는 몰염치한 인간 보는 것처럼 속이 불편했다. 우리도 국민당의 실패를 보고 명심해야 한다. 공산세력과의 싸움이라면 그것이 이념투쟁이든 영토전쟁이든 절대로 지면 안된다. 지는 순간 역사도 같이 빼앗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