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1600년 전 신라 장수, 세상 밖으로 나오다》

문화재청을 2024년 ‘국가유산청’으로 개명했는데 이는 '국가유산' 개념을 도입하기 위함이다고 한다. 잘한 일이다. 관리나 정부가 일을 잘하는 것은 마땅히 잘해야 할 것을 잘한 것이다. 그래서 칭찬은 짧게, 비판은 길게 하더라도 흉 될 것이 없지 싶다. 저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국가유산청은 “신라 왕경 핵심 유적 복원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발굴 조사 중인 경주 황남동 120호분 아래에서 5세기 후반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돌무지덧널무덤)인 120호분보다 먼저 조성됐던 4세기 말~5세기 전반 목곽묘(덧널무덤)를 찾았다”고 20일 밝혔다.>

'신라 왕경 핵심 유적 복원 정비 사업…' 운운 했는데 ‘왕경’이란 말이 낯설다. 전후 문맥으로 보아 무슨 말인지 짐작은 되지만 꼭 짚어서 ‘이 말이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이러고 보면 ‘왕경’은 글이라기보다 난수표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왕경(王卿). 왕과 대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이렇게 사전을 찾아서 아는 것도 왕경이 무슨 말인지 대략 아니까 王卿으로 알아본 거지 그렇지 않다면 王卿, 王京, 王景, 王慶, 王經, 王璥 중에서 어느 왕경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왕경 다음에 괄호를 하고 한자를 보태 주었으면 사전을 찾을 수고가 왜 필요하겠으며 왜 헷갈리겠나.

국가유산청으로 개명한 것도 거룩해 보이고 하는 일도 거룩해 보이지만 왜 무덤 같은 형이하학적인 것에만 거룩한가. 우리 말과 글에도 그렇게 좀 해주면 어디 덧나기라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