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들의 협상행태
협상도중 그들에게 유리해 보이는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면 곧바로 실력투쟁(무력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들의 상투적인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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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들의 협상개념

미국의 프레드 C. 이클레(Fred Charles Ikle)박사는 “협상은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공동이익의 교환이나 실천에 의사의 일치를 목적으로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은 협상을 투쟁의 대체물로 보지 않고, 협상 자체가 다른 수단을 통한 투쟁이라고 보며 ‘利權(이권)에 관한 협정은 전쟁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기사본문 이미지
프레드 C. 이클레 박사
실제로 레닌은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화해라도 맺을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단 그것을 통해 이념적 원칙은 상실하지 않고 계급성에 충실하며 혁명과업을 잊지 않으며, 언젠가는 보고야말 혁명의 기회에 대비해 힘을 쌓고 大衆에게 혁명필승의 신념을 가르친다는 명분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연설에서 “화해를 구하는 것은 역량을 비축하기 위한 수단이며, 평화는 전쟁준비를 위한 일종의 휴식방법”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김일성의 경우 “대화건 협상이건 우리는 敵을 날카롭게 공격해서 敵을 궁지에 몰아넣는 혁명의 적극적인 支流的(지류적) 공격 형태로 생각해야 된다”고 말해 레닌과 똑같이 협상을 또 다른 혁명투쟁의 수단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들에게 협상이란 공산주의의 실현을 위한, 혹은 자본주의사회의 파괴를 위한 일시적이며 전술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들이 협상의 필요를 느낄 때는 공산당의 기도가 좌절될 때, 즉 혁명 퇴조기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시간을 벌거나 상대편을 기만할 필요가 있을 때 등이다.
 
공산주의자들의 전략에 있어 혁명의 퇴조기는 ‘적이 강력하여 퇴각이 불가피하며 적의 도전에 응하는 것이 명백히 불리한 단계’로서 이 시기의 가장 효과적인 투쟁수단은 통일전선전술, 계급적 대중동원, 主敵의 고립화 등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또 생존이 불가능하던가 멸망 직전에 처했을 때, 그들의 세력이 상대방보다 취약하다고 생각될 때, 그리고 상대방에게 원조를 기대할 수 있을 때 협상을 벌인다. 그리고 협상도중 그들에게 유리해 보이는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면 곧바로 실력투쟁(무력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들의 상투적인 전술이다.

협상의 시기와 목적

북한이 협상에 임하는 목적은 평화통일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對南혁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3대혁명역량의 강화’(1964년 2월27일 채택)에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對內的으로 민주혁명기지 노선에 따라 남조선혁명을 수행하기 위한 혁명기지로서의 북한의 능력과 역할을 제고시킨다는 것이다(북한내부 혁명역량 강화).

▲對南 차원에서는 남한 내부 모순을 첨예화시키고 지하당 조직의 확대, 다양한 형태의 통일전선 형성 등으로 사회혼란을 유도해 남한 내부에서 인민혁명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남한혁명역량 강화).

▲對外的으로는 국제혁명 차원에서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한다는 것이다(국제혁명역량강화).

공산주의자들의 협상배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공산주의자들은 敵과의 타협을 전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오히려 적극적 입장을 취한다. 공산주의자들의 혁명투쟁은 철저히 폭력적 수단을 본질적 요소로 삼고 있으나 내외정세가 이를 용인치 않을 경우 과감한 변신을 꾀하는 것이 상투적인 전술특성이다. 공산주의자들에게 있어 전쟁과 폭력이 본질적 수단이라면 협상은 그것을 가능케 유도하는 보조적 방안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 협상의도에 관해서는 크게 공산측이 약할 때와 강할 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적대적 쌍방 간의 역학관계상 非공산측이 압도적 우위에 있고 주관적 객관적 정세가 그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되어 敵과의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때는 정면대결을 회피하고 ‘평화’의 구호아래 협상을 청해본다.

▲혁명정세가 불리할 때(간조기)는 ①우세한 상대방의 공격의도를 둔화시키고 ②상대방 내부의 여론을 자극함과 아울러 ③긴장의 이완을 유도해 냄으로써 역량비축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얻고 ④공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협상에 응한다.

▲혁명정세가 유리할 때(만조기)는 ①공격의도와 공격시점을 은폐하고 ②상대방의 대응태세를 방해하려는 底意(저의)에서 평화공세를 제의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대화를 통해 내외정세가 혁명의 편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시점을 택해왔다. 지금까지 북한의 제의와 남북협상 응수사례가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북한은 분단 이후 남북한 간의 첫 협상사례로 기록되고 있는 ‘전조선 諸(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1948년 4월19일~23일 평양)에서 ①남한지역에서의 단선(5.10총선)반대와 ②김구, 김규식 등 민족주의자와의 일시적 제휴를 통한 광범위한 연합전선 구축 ③6.25전쟁을 앞두고 남침의 장기포석아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계책을 추구했다.

이와 함께 6.25남침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제의한 ‘남북한 의회통합’ 제안은 전쟁기도의 은폐를 겨냥한 연막전술이었다. 초기의 휴전협상은 전쟁의 연장으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이 휴전협상에 조인한 것은 승산 없는 전쟁을 일단 종결짓고, 남침의 역량을 재편성하기 위해 수세적 입장에서 취한 거의 유일한 협상 사례라 할 수 있다.
 
朴正熙 대통령 집권시기인 1970년대 들어 북한이 남북공동성명에 합의하고 남북조절위와 남북적십자회담에 응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와 남침땅굴의 굴착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북한이 1979년 10월 10.26 직후에 남북 총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은 당시의 유동적인 국내 상황을 역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북한이 어떤 통일방안이나 협상을 제의하는 시기적 배경에는 국내정세 또는 국제정세의 변화 기미에 편승해 남한혁명여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의 협상 배경은 남한 내 從北左派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북관계를 개선하거나 진정한 의미의 평화통일을 촉진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①우리국민의 反共의식 와해와 정부의 약체화 ②평화이미지 조성을 통한 국제혁명역량의 강화 ③무력 공산화 통일 기도의 은폐 또는 이의 내부적 준비 등 혁명정세의 촉진에 주안을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박스]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

1951년 7월부터 1952년 7월까지 2년 동안 정전협상 기간 중 UN 측 수석대표를 역임한 조이 제독(C. Turner Joy)이 저술한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How Communists Negotiate)》에는 북한 등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결론이 담긴 의제(속임수가 숨어 있는 의제)를 제시한다. 협상이 개시되면 그들의 기본 목적에 유리한 결론들로 구성된 의제를 찾는다.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협상의제로 제시해 놓고 그 전제 위에서 모든 논의를 시작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둘째, 계산된 돌발사건을 일으킨다. 그들은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거나 기본적인 선전 목적으로 또는 이 두 가지를 다 얻으려고 계산된 ‘돌발사건’들을 일으킨다. 예컨대 정전협상 당시 공산측은 UN군이 중립지대인 개성지역에서 중공군 순찰대를 공격했다거나, 유엔군 공군이 개성을 폭격했다고 날조했다.
 
셋째, 장애물을 조성해 협상을 지연시킨다. 조이 제독은 “공산주의자들의 가장 유명한 협상전술 중 하나는 협상진행을 지연시키는 전술이다. 그들은 서구 사람들의 일을 일단 시작하면 그 일을 완성하려는 조급성을 최대한 이용해 이득을 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2+2=6 이라고 제안해 놓고는 합의를 끝없이 지연시킴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2+2=5에 동의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넷째, 합의를 의도적으로 위반하기 위한 술수를 획책한다. 공산주의자들은 협상을 하다보면 본의와 달리 불만족스러운 협상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지금은 할 수 없이 합의를 하되, 나중에 지키지 않으려고 생각하는 약속은 가급적 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다섯째, 거부권 행사와 논점 흐리기를 시도한다. 공산측은 자신들을 제한하게 될 합의사항들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합의사항 집행기구에서 거부권을 갖기 위해 시도한다. 예컨대, 군사정전위원회(MAC)와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모든 활동은 만장일치제를 주장하거나, 공중정찰 허용을 거부한 것이다. 또 북한 내 군용비행장 건설을 허용하는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로 중립국감독위원회 공산 측 국가로 소련을 내세웠다. UN군 측이 소련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철회하는 대가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한 것이다.

여섯째. 진실을 왜곡하고, 상대방의 양보를 악용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진실에 대처하는 수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그들은 前者 보다는 後者의 전술을 훨씬 즐겨 구사한다. 또한 공산주의자들은 상대방이 양보하면 약하다는 징표로 보고 더욱 완강한 태도로 나온다. 서방사람들은 공산 측의 제안을 일부 받아들이면 그들도 상응하는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이다. 그들이 악용하기 때문이다. 조이 제독은 “공산주의자들에게 1인치를 양보하면 그들은 1마일 을 빼앗으려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일곱째, 약속을 파기하고, 상대방을 지치게 만든다. 공산주의자들은 이미 합의한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합의가 문서화된 것이라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경우 공산주의자들은 간단하게 당신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합의가 공산주의자에게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단지 그것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때뿐이다.

조이 제독은 여기에서 또 하나의 명언을 남겼다. “공산주의자의 약속은 어떤 방식이든 절대로 믿지 말라. 공산주의자의 행동만을 믿어라” 또한 공산주의자들이 모든 다른 수법과 연계해 늘 함께 쓰는 수법은 그들의 요구를 끝없이 반복하는 책략이다. 끊임없이 물방울을 떨어져 돌이 침식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공산주의자들의 지루한 수법으로 인해 UN군 측은 결국 정전기간 중 비행장건설 금지 및 정전협정의 공중감시 원칙을 포기했다.

 

언론의 난
[ 2018-01-03, 20:30 ] 조회수 : 5687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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