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에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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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여인도,
  어미도 아닌,
  에미를 보았다.
  
  국어학적으로 '에미'라는 단어는
  엄마라는 여인을 뜻하는
  '어미'가 역행동화해서 표준어 아닌
  '에미'가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새기고 받아들인다.
  
  이는 오로지 내 주관적인 생각이니
  이에 대한 논란은 부디 삼가주시길!
  
  내가 받아들이는 어미와 에미는
  그 단어 자체에 내재된 의미, 즉
  구체성과 추상성이라는 차이가 있다.
  
  '어미'는 누구의 엄마라는 의미의
  구체적 명사라고 할 수 있지만,
  
  '에미'는 그런 어미의 속성을 일컫는
  일종의 추상명사라고 나는 믿는다.
  
  일종의 어미라는 직업?
  어미노릇?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이 어미가 발음학상 변해서
  에미로 굳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어미와 에미는 다른 뜻이자
  일상생활에서의 용법도 구별된다고
  나는 받아들이며 그렇게 사용한다.
  
  오늘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난 '에미'.
  
  북한어선 두 명의 두 눈을 가리워
  북한으로 강제 추방해 버리자
  그 두 명은 도살장에서 즉결처분되고,
  
  지난 여름 40대 초반의 탈북여성이
  6살 장애아들과 함께 굶어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진상조사도 하지 않으며
  사과조차 하지않는 이 살인정권을
  규탄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탈북자들의 단식농성이
  광화문에서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처음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동현씨가
  단식 8일만에 쓰러지자
  
  고려대정외과에 다니던
  주일룡군이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자 주일룡군은 물론,
  북으로 강제북송된 김씨, 오씨,
  두 어부의 나이와 똑같은
  현역 해군 아들을 둔 탈북여성
  김태희씨가 창원에서 올라와
  
  주군을 3일만에 강제로 밀어내고
  본인이 대신 들어 앉았다.
  
  '강제북송된 청년어부 두 명도,
  항의 단식 농성에 돌입한 주군도
  모두가 내 아들과 같은 22살인데
  
  어미가 되어 어찌 아들같은 애들을
  줄줄이 죽음의 길로 내 몰 수가 있느냐'
  라는 것이 김태희씨의 항변이다.
  
  자식을 살리고 에미가 죽겠다는 것이다.
  
  김태희씨가 비록 탈북대학생
  주일룡씨의 어미도 아니고,
  
  북송되자마자 도살장에서 죽임을 당한
  오징어잡이 청년어부 김모, 오모씨의
  생물학적 어미도 아니지만
  
  그 나이 또래의 자식을 키우는
  '에미'라는 직업을 가진 어미가
  어찌 발 뻗고 뜨신 방에 있을 수 있느냐,
  고 말하는 태희씨는 어미이자 에미다.
  
  150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
  40대 치고는 눈가 주름도 꽤 깊다.
  
  게다가 그녀는 간(肝)도 30%밖에 없고
  남들 다 있는 담낭도 없다.
  
  4년 전, 어느 무연고 탈북여성이
  간경화로 힘들다는 말을 들은 태희씨는
  일면식도 없는 그녀에게
  선뜻 자신의 간 70%를 떼줬다.
  
  '살아보려고 죽기살기로 왔는데
  젊은이가 죽으면 되겠느냐'며.
  
  이 과정에서 담낭도 없어졌다.
  
  오늘 다시 만난 태희씨는
  여전히 밝고 명랑하고,
  그리고 단호했다.
  
  '자식을 가진 어미로서 나왔는데
  아무 걱정마세요.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견디다 보면
  내 아들이 살아갈 이 땅에
  내 몸뚱이가 희생제물되어
  조금이라도 정의롭게 변해간다면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태희씨의 그 단호한 말이
  어찌나 귀에 쟁쟁한지
  할 일이 태산같은 연구실에 나와서도
  내 손엔 일이 잡히지 않는다.
  
  가슴만, 눈시울만 뜨거워진다.
  
  에미라는 직업의 한 탈북여성,
  그녀의 집념과 사랑, 헌신때문에.
  
  
[ 2019-12-09, 03: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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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가     2019-12-09 오후 7:02
에미님 단식을 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죽으면 김정은이가 킥킥 좋아 합니다. 주장을 쓴 피켓을 만들어 높이 들고 서서 계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같이 싸울것입니다.
단식을 하지 마세요. 김여정만 좋아할 단식을 왜 하십니까?
   무학산     2019-12-09 오전 9:05
저들의 고생에 마음이 안 됐지만 그들의 행동력이 부럽다
대표가 단식으로 의식을 잃어도 원내대표가 이어받지 않았다
대표와 원외 인사가 삭발을 해도 그는 멀찍이 서서 구경만 했다
그랬던 원내대표가 잣대를 놓은 것은 사필귀정이라 본다
남으로 하여금 단식하라 삭발하라 말은 못하지만
그래도 제면은 있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계속 원내대표를 해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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