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미끼
“진해 앞바다에 있는 제 크루즈선을 변호사님이 알아서 처분하세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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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를 하면서 재벌의 반열에 올랐다가 떨어진 사람들을 여러 명 보았다. 대입학원 강사 출신이 있었다. 명강사가 되려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었다. 숟가락이 꽂힌 소주병을 마이크 같이 들고 단칸방에서 혼자 여덟 시간씩 강의 연습을 했다. 넓은 칠판에 보지 않고도 영어문장을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다. 그는 학생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명강사가 되고 학원재벌이 됐다. 스스로의 땀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야망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면 돈이 되고 힘이 되는 세상의 원리를 깨달았다. 그는 삼십만 명의 사람들을 모아 조직하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왕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사를 하면서 얻은 달변으로 사람들에게 지상낙원을 외치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과 자존심의 만족을 약속했다. 꿀단지를 본 벌떼같이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집단의 힘이란 무서웠다. 지방의 군수가 그를 찾아와 그 지역의 썩어가는 배추를 부탁하면 순식간에 배추가 동이 났다. 그는 황금을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이었다. 심지어 그의 빌딩에 세든 설렁탕집 아줌마도 그의 말 한 마디에 하루아침에 부자가 됐다. 독신인 그는 개인재산만 해도 일조 원대로 훌쩍 올렸다. 진해 앞바다에 그가 사들인 개인 크루즈선이 떠있기도 했다. 그는 고문 변호사인 내게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국회의원이란 것들이 속은 다 공허합니다. 대부분 금배지를 단 것으로 자기가 출세한 것으로 알고 거기서 그치지 어떤 철학이 없어요. 제가 국회의원 한 명당 삼십억만 주면 몇 십 명은 금방 사서 당을 하나 만들 수 있어요. 그 다음에는 유명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모시겠다면서 더 비싼 값으로 사오는 겁니다.”
  
  현실의 돈은 그렇게 위력이 있구나 하고 속으로 느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마지막 순간 전당대회에서 판을 뒤엎는 거죠. 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 당선이 되는 거죠.”
  
  그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인 것 같았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도 그랬다. 현대 직원들을 몰아쳐 당을 만들고 사회명사인 김동길 교수를 대통령감으로 당에 영입했다. 마지막에 정주영 회장은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고지를 탈환하려다가 실패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을 확신하고 있었다. 사업가로 계산에 밝았던 그는 유권자 한 사람당 십만 원 수표 한 장만 비용으로 써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변호사인 나에게 자신의 꿈을 털어놓았던 그 회장은 어느 날 갑자기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이 되어 언론에 집중보도되고 감옥으로 갔다. 그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무리를 했다. 그와 그의 사도(使徒)들은 사람들에게 그의 밑으로 들어오면 단번에 부자가 될 것 같이 분홍빛 미래를 약속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능력과 분수를 생각하지 않고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욕망을 채우지 않는다고 돌을 던졌다. 예수도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피라미가 상어가 되는 꿈을 꾼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그의 장밋빛 약속은 욕심 없는 보통사람들이 조금만 신중하게 들으면 실현하기 불가능한 것임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헛된 욕심이 불나방처럼 그들을 불 속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그는 내게 이런 제의를 하기도 했다.
  
  “제가 가진 골프장이나 리조트 하나만 해외에 팔아주세요. 그러면 그 리베이트만 해도 평생 돈 걱정 하지 않으면서 잘먹고 잘살 수 있을 겁니다. 왜 힘들게 가방을 들고 법정을 뛰어다니고 법률서류를 쓰고 그렇게 삽니까?”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능력이 없었다. 그가 또 한 번 이런 말을 했다.
  
  “진해 앞바다에 있는 제 크루즈선을 변호사님이 알아서 처분하세요.”
  
  나는 그걸 돈으로 만들 능력도 없었다. 기껏 한 게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에게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정도였다. 부산시장은 태풍이 올 때 배가 전복될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고 했고 서울시장은 한강에 그 크루즈선을 설치하려면 그 배가 북한지역을 통과해야 하고 한강다리의 상판을 뜯어야 크루즈선의 마스트가 지나갈 수 있는데 기부받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우리같이 작은 나라에서 개인의 크루즈선은 애물단지이기도 했다.
  
  감옥 속 어둠침침한 한 평의 독방에 있는 그 회장은 지금 징역을 산 지 십삼 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가 야망을 조금만 줄여 학원 재벌에서 정지를 했었더라면 지금쯤 정말 사회적인 거물이 되어 있었을 게 틀림없다. 죽거나 감옥에 갔다 온 역대 대통령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분수에 맞지 않는 복(福)과 까닭없는 소득은 악마의 낚시미끼가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함정이다. 이런 경우 잘 보지 않으면 그 유혹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 2020-02-17, 09:5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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