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파괴한 법치(法治)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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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을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정치공작을 했던 관련자들이 기소됐다. 대부분이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의 측근이다.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수사기관은 오랫동안 권력의 흉기였다. 선거에서 낙선시킬 자의 심장에 칼을 꽂기도 했다. 진실을 밝혀야 할 기관이 없는 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은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칼을 쥐고 있는 권력이 자신의 칼에 찔린 것이다.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경찰청장 출신이 자유총연맹의 회장 후보로 나섰다가 선거 직전에 압수수색과 구속을 당했다. 뇌물혐의였다. 그 사실이 언론에 흘러가고 그는 낙선됐다. 나는 변호인이 되어 조사에 입회했었다. 담당 검사는 자기가 하는 일은 수사가 아니라 정무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매일 높은 곳에 보고하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는다고 했다. 뇌물죄로 기소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선거가 끝난 후 뇌물죄는 무죄가 되었다. 집권당의 의석수가 부족한 경우 수사기관을 동원해서 야당 의석을 줄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검사장은 마음먹으면 선거에서의 당락도, 그리고 기존 국회의원의 자격 박탈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의 고위간부 출신이 내게 이런 말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거명될 때였지. 권력의 핵심에서 내게 전해진 메시지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을 파괴할 수 있느냐는 거였지. 내사해 보니까 깨끗한 거야. 선거 때까지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말고 언론이 똥물을 뒤집어씌우라고 했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어.”
  
  출세하려면 그는 양심을 버렸어야 했다. 수사기관의 정치개입은 자유민주주의의 부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된 국정원장의 사건을 지난해 맡았었다. 적폐청산의 깃발이 날릴 때 검찰은 국정원장을 회계담당 공무원이라고 하면서 법으로 엮었다. 국정원 예산을 청와대로 보낸 걸 대통령에 뇌물 바친 것으로 해석했다. 법의 밥을 사십 년 가까이 먹었지만 그런 법 해석은 처음이었다. 일선의 판사들은 국정원장을 회계직원으로 보거나 예산을 뇌물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로 하라고 명령했다. 정치의 악령이 법치를 파괴하는 현장을 내가 목격했다.
  
  이 나라는 국민을 분열시키는 크고 작은 증오가 매연같이 가득 차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판기록 중 정무 비서관의 진술이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이라는 인물을 지나치게 증오한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그를 선거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대항마를 구했다. 경쟁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연설문까지 청와대에서 준비해 주는 과정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의 방에 있는 자신의 사진마저 떼오라고 닦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보다 비박 의원들을 더 미워한 것 같다. 아부하는 측근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에 조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적대시하던 의원들이 대통령의 탄핵 쪽으로 찬성표를 던지고 정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어 수십 년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 죄인이 됐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 역시 지금 희대의 반역자가 되어 무수히 날아오는 돌을 맞고 있다.
  
  수사기관은 민주와 법치를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이지 파괴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검찰이 기소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번의 정치수사의 역할은 경찰이 담당했던 것 같다. 한 유튜브 방송에서 사건에 관련된 경찰 간부가 항변하는 걸 들었다. 선거 때라고 시장 측근의 비리를 조사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는 취지였다. 권한 내에서 절차에 따라 했는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는 지금 집권당의 공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질 수 있다. 앞으로 법정에서 일어날 일들이 보이는 것 같다. 진실이 밝혀지는 재판정일 수도 있고 한쪽의 거짓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재판이 될 수도 있다.
  
  출세를 목적으로 법 기술자였던 검찰이 지금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정의의 화신으로 변했다. 검찰총장이나 담당 검사들이 회개하고 자신을 내던질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뒤늦게나마 박수를 보낸다.
  
[ 2020-02-22, 09:5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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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객     2020-02-24 오전 10:33
박근혜가 유승민에게 닥달을 했다?
유승민이 한편으로 박근혜를 반대하면서 한편으로 자기선거에 써먹겠다고 박근혜사진을 걸고 있는 자체가 얼마나 야비한 행태였는지는 보지 못했는가요 ?
도를 터득한듯한 엄상익변호사가 옳고그름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실망스런 글을 쓰시네요...
   이강토     2020-02-23 오전 12:09
담당검사가 수사가 아니라 정무라고 한 말..뇌물죄로 기소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어쩔수 없다고 한 검사..엄변호사님..변호인이었다는데 저런 말을듣고 어떤 법적 조치를 하셨나요? 범법입니까 아닙니까? 중앙지검장후보로 거명되는 검사가 한말에 기인하여 권력의 핵심에 대해서 취한 행동은 무엇인가요? 이건 권력핵심의 범법인지 아닌지요?
   이강토     2020-02-22 오후 11:14
조국수사는 6~7개월을 하고도 불구속..아직 1심재판도 멀었지요..울산부정선거 13명기소도 말할것도 없고요..그런데 일국의 대통령을 증거없이 악의적 진술 몇개로 탄핵하고 한번의 검찰수사로 구속해 3년째 구치소에 있는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3년징역형을 받았는데 평소 엄변호사님의 관점에서는 재판부,검찰 다 잘하고 있는건가요? 그게 진실이고 사실일까요? 종교에 신실하다고해서 다 옳은 건 아니겠지요? 신이 있다면 인류의 역사가 이럴 수 없을거여요..대체로 잘 살거나 지식인을 포함한 잘 된자들이 신을 많이 믿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이유는 생각해보면 간단히 나오겠지요..박원순아들의 병역의혹 문제는 재판부에서 출석을 명했음에도 몇년째 귀국하지않는건 상식적인가요?
   이강토     2020-02-22 오후 10:57
엄변호사님..지금 박근혜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고있어요..청와대직원의 일부 진술을 진실이라며 방어할 수 없는 박통에게 불리한 글을 사실처럼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통이 유승민을 미워했더라도 그게 범법인가요? 탈당한자에게 박통사진을 내리라한게 븸법인가요?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되었던 검찰고위간부는 실명을 밝히지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는 근거는 뭐고 확인해 보셨나요? 여러글에서 인생의 영욕도 보고 고난도 경험하신분의 어려운 글을 잘 읽고있지만 그동안의 글을 미루어 짐작컨대 친김대중적 반박정희박근혜적 정치견해를 가진듯 보입니다.저는 그렇게 보았어요..이승만 박정희대통령에 대한 좋은 글들도 써 보신적이 있으신지 궁금하군요..위 글에서 박근혜대통령과 유승민에 관한 글은 내용상으로도 굳이 불필요해보입니다..사실확인도 지금은 어렵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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