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친구와 홍준표…세월은 공평하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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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 중에 이름난 재벌의 아들이 있었다.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하는 일들에 대한 의견들을 나눈 적이 있었다. 중고교 시절부터 그의 주변에서 신하같이 그를 보좌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돈은 천문학적 숫자라는 말이 돌았다. 그는 내게 자기가 미국에 가지고 있는 돈을 남미의 여러 나라에 빌려준다고 했다. 그 이자율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혁명으로 정권이 뒤엎어지지만 않으면 수입이 짭짤하다고 했다. 그가 브라질의 아마존을 여행할 때면 대대 병력이 그를 경호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자신의 돈을 돌린다고 했다. 그는 거의 황태자 같이 사는 것 같아 보였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 시절 그는 학생들 포커대회를 주최했었다. 일등을 한 사람에게는 캐딜락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그게 우리의 경제개발 시대였다. 그 사실을 알고 격분한 박정희 대통령이 무서워 그는 한동안 귀국하지 못했었다. 그의 정신은 보통사람과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에게는 특이한 마음의 병이 있는 것 같았다. 한번은 내게서 저녁을 얻어먹고 너무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남한테 뜯기기만 하는 자신이 싫다는 얘기였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가 가진 돈을 노리는 여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 세월은 모두에게 공평했다. 어느덧 우리는 칠십을 향해 가는 나이들이 됐다. 어느 날 그를 어려서부터 상전같이 모시던 친구가 나의 법률사무실을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
  
  “부자인 그 친구나 나나 똑같은데 왜 그 친구는 평생 왕처럼 살고 나는 머슴처럼 사는지 모르겠어.”
  
  까마득한 세월 저쪽에서 모자를 쓰고 검정 교복을 입은 우리들의 소년 시절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그 교복을 입고 있을 때 우리는 모두 같은 줄 알았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다윗 같은 왕도 성가대도 문지기도 종도 막일꾼도 만들어 각자 자기의 성읍에 살게 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똑같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성으로는 해명할 수 없다. 그 얼마 후 부자 친구의 종같이 살던 동창생이 와서 하소연했다.
  
  “그래도 평생 부자 친구를 받들어 모신 고교 동기 친구들이 여러 명 있는데 돈에 얼마나 인색한지 부자 친구가 제대로 도와준 적이 없어.”
  
  그 말에는 진한 섭섭함이 배어 있었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종노릇을 하던 친구가 사무실을 찾아와 말했다.
  
  “그렇게 엄청난 부자더니 그 친구 이제 재산이 없어. 외국에 숨겨 놓았던 돈들을 다 잃어버렸어. 가지고 있는 빌딩 하나만 남았는데 그것도 팔아버렸어.”
  
  가지고 있던 그 많은 재산들도 순간 날개를 달고 멀리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부자 친구는 아내도 자식도 없이 혼자 노인이 된 것 같았다.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씨를 보면 정말 그의 꿈을 이룬 것 같다. 대학 이학년 시절 우리는 같은 고시반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었다. 영양 부족인지 바짝 마르고 기름기 없어 보이는 그가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을 종종 봤다.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낮에는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밤이면 근처 사설 독서실에서 의자를 모아놓고 그 위에서 잔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의 몸 주변을 흐르는 원한 내지 야망 같은 무서운 기운을 감지했던 것 같다. 그는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 길을 밟고 거의 마지막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에 당 대표도 한 그를 당은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안타까운 광경이다.
  
  재벌인 동창 그리고 대통령 후보까지 된 대학동문과 비교해 보면 나는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예수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목수 일을 하면서 만족했고 환영받지 못하는 랍비가 되어서도 돌아다니며 가르치다가 십자가 위에서 목숨을 다한 예수였다. 허무만 증가시킬 세상의 성공보다 예수의 길을 선택했다
  
[ 2020-03-21, 19:0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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