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하늘을 나는 기러기와 같다
누구나 볼 수는 있지만 잡는 것은 그 방법을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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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삼년 전 중학교 일학년 입학 무렵이다. 내 옆에 두 아이가 앉아 있었다. 당시는 아이큐 검사결과를 선생님이 공개했었다. 오른쪽에 있던 아이는 아이큐가 만점에 가까운 148이었다. 그 아이와 광화문 거리를 같이 걸었던 적이 있었다. 길바닥에 장기판을 놓고 박보장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를 이기면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중학교 일학년인 그 친구는 단번에 어른 노름꾼을 이겨버렸다.
  
  또 다른 아이는 강인해 보였다. 검은 뿔테 안경 속으로 보이는 작은 눈에서는 누구도 꺾지 못할 고집이 느껴졌다. 그가 앞에 앉은 아이와 싸우는 걸 봤다. 상황이 어떻든 남이 보건 말건 그는 조금도 후퇴가 없었다. 그런 성격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두 친구는 회사에 입사했다. 머리가 비상한 친구는 증권회사에 입사하고 고집이 센 친구는 사료 회사의 사원이 됐다. 증권회사의 지점장이 된 친구는 그 비상한 머리로 국내외 정세를 분석하고 판단해서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고교 동창들도 모두 돈을 싸들고 그에게 가곤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게 있었다. 머리 좋은 그가 아무리 냉철하게 분석을 하고 증권을 사도 그의 고객들이 돈을 벌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 친구의 권유로 삼십대 중반 일생에 딱 한 번 증권을 산 적이 있었다.
  
  “이 종목을 사면 사흘만 지나도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가 내게 강권했다. 그에게 돈을 보냈다. 그리고 사흘 만에 그 증권가격이 휴지나 마찬가지가 됐다. 증권투기의 허망함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어느 날부터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났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이 흐른 후 우연히 그를 만났다. 어느새 그는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내린 초라해 보이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삼십대 말에 최연소 지점장이 됐었어. 수백억을 주무르고 잘나갔지. 그런데 눈에 뭐가 씌웠는지 한도가 없는 연대보증을 선 거야. 갚는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거였지. 모두 날렸어. 아파트도 그리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도 말이야. 그 땅만 가지고 있어도 난 지금 부자일 거야. 역세권의 대지 수천 평이니까. 은행의 채권을 양도받은 신용정보회사가 평생 추적하는 바람에 난 일생을 도망자 생활을 했어. 인생 자체가 날아간 거지.”
  
  곧 부자가 될 것 같은 머리가 비상한 그였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인생이 꼬였다. 그가 방탕하거나 특별한 죄를 저질러서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운명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중학교 일학년 때 옆에 앉았던 또다른 친구와 만났다. 그는 어느새 재벌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는 것마다 성공했다. 지금 그의 밑에는 오십여 개의 회사가 있었다. 얼마 전 그는 내가 고문을 했던 재벌가에 속한 회사를 몇 개 인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러시아의 연해주에 수천만 평을 빌려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서산에도 넓은 농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만난 자리에서 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부자가 되는 것도 운인가 봐. 나도 회사원이던 내가 이렇게 될지 몰랐어. 처음에는 사료회사에서 나와 돼지를 키웠지. 사람들이 나보고 돼지장사라고 했어. 벤처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그걸 인수하는 게 대박을 친 거야. 열 개쯤 사두면 아홉 개가 망하더라도 한 개만 살아나면 이익이 됐어. 그런데 그게 성공을 한 거야. 벤처 기업 인수 다음에 내가 준비한 게 인공장기야. 신장이나 간을 이식받지 못해서 사람들이 절규하잖아? 난 이미 인공신장이나 간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어. 내가 키우는 돼지들을 이용해서 인간의 내장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어. 기술은 완성했고 이제 정부에서 허락하는 법만 만들어지면 돼. 앞으로 그런 시대가 올 거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공장기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많은 돈을 벌 거라고 예견하기도 했었다. 백 년 전의 지혜로운 한 노인이 쓴 책을 나는 항상 제2의 성서처럼 읽고 있다. 그 노인은 돈은 하늘을 나는 기러기와 같다고 했다. 누구나 그걸 볼 수는 있지만 잡는 것은 그 방법을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돈을 자기 힘으로 모았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 같다. 돈은 천재적인 두뇌와 마찬가지로 역시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이 아닐까.
  
[ 2020-05-25, 04: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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