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됐는데도 홍준표 때문에 저는 계속 깡패예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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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는 아버지들>
  
  ​대학 시절의 은사가 있었다. 내가 이십대 초 그분은 육십이 넘은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보통이 넘는 여러 종류의 사랑을 받았었다. 세월이 흐르고 내가 로펌의 대표로 잠시 있을 때였다. 강남의 높은 빌딩의 여러 층에 변호사들이 있고 감사원장이나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들도 있었다. 나는 대표라는 명칭만 붙였을 뿐 바지사장 비슷했다. 아무런 권한도 없었고 또 경영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었다. 어느날 대학때 사랑받던 은사가 나의 사무실로 찾아오셨다. 은사의 바로 뒤에는 머쓱한 표정으로 따라온 사십대 초쯤의 그의 아들이 서 있었다. 은사가 간절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우리 아들이 계속 놀고 있네. 모자라는 놈이라서 그러네. 그러니 어디 일자리를 좀 소개해 주게. 아무 자리라도 좋으네. 높지 않아도 돼. 자네는 큰 기업의 사장들을 많이 알고 있지 않나?”
  
  은사는 내가 권하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 채로 계속 내게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제자 앞에서 곧 무릎이라도 꿇을 것 같았다. 간신히 은사를 만류해서 소파에 앉혔다. 그 분은 남에게 굽힐 사람이 아니었다. 부잣집에 태어나서 일본유학을 하고 그 당시 고시에 합격한 분이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국방차관을 하고 대학에서 학자로 평생을 고고하게 지낸 분이었다. 그런 분이 제자 앞에서 한없이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모습이었다.
  
  그 분은 제자인 나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 준 적이 있다. 대학 졸업 무렵 외부 장학금을 받아야만 고시공부를 계속할 수 있고 그 장학금으로 대학원에 적을 두어야 군 입대도 연기할 수 있었다. 절실한 마음으로 그 교수님께 부탁을 했었다. 내 사정을 알게 된 그 교수님은 장학금 수여를 결정하는 담당자 앞으로 추천서를 써주고 간곡하게 나를 부탁했었다. 그렇게 적극적인 분이었다. 나는 능력이 없어서 은사의 아들을 취직시켜 주지 못했다. 그 얼마 후 은사가 돌아가셨다. 평생 마음의 빚을 진 것 같이 살고 있다.
  
  내 아들이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지원을 하고 그 회사 사장 앞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 사장은 나와 고교 동창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싫어하며 고교 때부터 거리를 두었었다. 나는 아들을 위해 그를 찾아가 허리를 굽히며 부탁하지 못했다. 아들의 분노와 섭섭함은 대단했다. 나는 못난 아버지였다.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유명한 조폭 두목 출신을 만난 적이 있었다.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속의 조폭 두목은 그를 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드라마 속 검사의 모델은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그 조폭 두목이 내게 했던 이런 말이 떠올랐다.
  
  “나도 괜찮은 집 아들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싸우고 칼질을 하고 사고를 쳤죠. 그러다가 스무 살 거의 가까울 때 잡혀갔었어요. 우리 아버지가 조사받는 데를 와서 검사 앞에 한없이 허리를 굽히고 사정하고 무릎을 꿇는 겁니다. 잘난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굽히는 걸 보고 저는 결심을 했어요. 다시는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머리를 굽히게 하지 않겠다구요. 그리고 저도 다시는 검사라는 존재들 앞에서 머리를 굽히지 않겠다고 결심했죠. 그리고는 사업가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빳빳한 자존심과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의 심리적인 싸움은 나이 칠십이 가까운 지금까지 현재진행형 같았다. 몇 년 전 대통령 선거 무렵 조폭 두목 출신인 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이런 말을 했다.
  
  “정말 화가 납니다. 나이 칠십이 가까운데도 홍준표는 어딜 가면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속의 영웅이 되면서 조폭두목인 나를 잡아넣은 자랑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는 계속 뭐가 되는 겁니까? 얼마 전 아이 결혼을 시키려고 사돈이 될 사람과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며칠 후 결혼을 거절하더라구요. 자기네는 깡패와 사돈 맺기 싫다구요. 노인이 됐는데도 홍준표 입 때문에 저는 계속 깡패에요. 그래서 홍준표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죠. 그랬더니 비서들이 겁을 먹었는지 절대 바꾸어 주지를 않더라구요. 어떻게 이렇게 악연일 수 있습니까?”
  
  그의 말도 이해가 갔다. 이제는 대통령까지 가까이 갔던 홍준표 의원이 그의 마음을 달래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굽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옹졸한 자의 두려움이다. 체면이나 위신을 잃는 두려움은 겁쟁이들의 두려움이다. 진정 용감한 자는 굽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을 굽혀도 아무 것도 잃지 않기 때문이다
  
  
[ 2020-07-08, 02:5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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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놀이     2020-07-10 오후 4:24
변호사님의 글은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어느 글에서는 비실명으로 하는데 최근에는 특정인을 상대로 실명을 거론하다니요
   정답과오답     2020-07-08 오전 6:25
아무리 그래도 검사가 조폭에게 머리를 숙일수야 없는거 같습니다
허기사 대한민국이 정상은 아니니 그럴수 있을수도 있지만
그레도 엄선생님이 이런 주장은 너무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깡패는 홍준표 때문에 깡패가 아니고 자신 때문임을 알아야 하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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