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나라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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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산동네 임대아파트에 살던 강태기 시인을 찾아간 적이 있다. 폐암에 걸린 그는 어둠침침한 방 안에 혼자 누워서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입에서는 밝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중에서 이런 소리가 있었다.
  
  “노무현 정권의 복지정책의 혜택을 죽어가는 내가 보고 있어요. 누가 가난뱅이 시인한테 이런 아파트 방을 주겠어요? 이따금씩 주민센터에서 사람이 나와 목욕을 시켜 줘요. 쌀도 가져다 주고요. 그리고 동네 중학교에서 남은 밥을 누룽지로 만들어 가져다 주고요. 그리고 성당 사람들이 나물을 반찬통에 넣어와서 냉장고에 두고 가요. 참 좋은 세상이에요.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정책은 잘한 것 같아요.”
  
  죽어가는 시인의 그 말을 듣고 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꿈꾼 나라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따금씩 서울역 앞의 노숙자촌이나 탑골공원 뒤의 노인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 보기도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제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상당히 촘촘하게 짜여져 있는 것 같다. 먹을 걸 구하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은 없는 사회가 된 것 같다. 대통령마다 그가 만들고 싶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나 김구 선생은 아마도 독립된 내 나라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처절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을 게 틀림없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민주화를 부르짖었다. 대통령을 욕해도 잡혀가지 않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 선거에 의해 국민이 마음대로 대통령을 바꿀 수 있는 나라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 외 다른 대통령들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공약의 중심을 흐르는 목표였을 것이다. 살기 좋은 나라란 어떤 나라일까? 어느 정도의 경제력은 필수지만 평균적인 소득수준만이 살기 좋은 나라를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많아도 빈부격차가 심하고 범죄가 만연한다면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뉴욕과 홍콩을 가 본 적이 있다. 초고층 빌딩의 위에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가 있고 밑에는 노숙자들이 건물 모퉁이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서민들에게 의료보험이 되어있지 않아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다. 한 미국영화에서 부자가 이런 말을 하는 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저런 쓰레기들을 먹여 살려야 해?”
  
  영화 속 부자들은 단체로 적대시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사냥해서 죽이고 있었다. 어떤 학자는 미국은 내부적으로 세 종류의 나라로 분열되어 있다고 하기도 했다. 백인과 멕시컨 그리고 흑인들로 나누어진 사회라고 했다. 사회통합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조심하고 드러내지 않지만 부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자를 만난 자리였다. 그가 무심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왜 백수놈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런 망할 놈의 나라가 있나?”
  
  따뜻한 이웃이 없는 나라는 좋은 나라가 아닌 것 같았다. 살기 좋은 나라의 기준으로 유엔은 매년 인간개발지수를 발표한다. 이 지수는 실질적인 지디피 이외에 여러 가지 요소를 첨가하여 인간답게 사는 정도를 측정한다. 이천구년의 경우를 보면 노르웨이가 일위이고 한국은 백구십삼개국중 이십 육위였다.
  
  살기 좋은 나라의 상위권에 핀란드가 있었다. 그 나라는 자본주의의 척도라고 하는 큰 집, 큰 차, 화려한 소비를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먹는 것 입는 것은 오히려 검소하다. 세금도 많이 냈다. 그 세금을 어디에 쓰는지 알아 보았다. 그들은 아이들이 미래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불과 백오십 명이 다니는 학교의 시설이 대단했다. 선생님당 학생수는 일곱 명에 불과했다. 연필과 공책 교과서는 다 무료고 점심도 그냥 먹인다. 중학교부터는 다달이 정부에서 용돈도 준다.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한 나라다. 아이들의 미래에 아낌없이 투자해 주고 열등생 우등생 구별하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하는 나라였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경쟁을 강조하기보다는 협동과 동반을, 화려한 소비보다는 검소하지만 이웃을 돕는 일을 더 가치있게 생각하도록 가르친다. 살기 좋은 나라는 국민들이 그런 소박한 영혼을 가지도록 하는 나라 같았다.
  
[ 2021-02-18, 16:3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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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單騎匹馬     2021-02-19 오후 2:04
국가별 처한 상황 국민성 등등 입체적 상황을 보고 말을 하셔야지, 좋은 의도로 한것이 좋은 결과을 가져오지 오지 못한다는 갓을 본인이 잘 아실텐데, 글에서 수십번 보았는데
잘못해서 의존형국민으로 바뀌어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 누가 그걸 감당 하시나요? 자립형 국민으로 만들고 정말 생계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만 국가가 보호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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