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을 보며 떠올린 나의 누님

이인제(前 국회의원) 페이스북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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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간다. 아침 정원에 나가니 어제 아내가 사다 놓은 국화 화분이 나를 반긴다. 아, 벌써 국화의 계절인가! 우리의 위대한 국민시인 서정주는 국화를 누님같은 꽃이라고 노래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나에겐 누님 한 분이 계셨다. 나보다 열 살 위였다. 일찍 시집을 가 네 명의 아이를 낳았다. 한국전력 직원인 남편을 섬기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배가 고프고 용돈이 궁해지면 누님이 사는 후암동 판자집을 찾았다. 언제나 웃음으로 나를 반기며 따뜻한 밥과 몇푼의 돈을 주었다. 가난하지만 누님의 마음은 한없이 넉넉하고 훈훈했다. 그 누님의 향기가 아직도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다.
  
  누님은 70을 갓 넘기며 내 곁을 떠났다. 어머님을 떠나보낼 때만큼 슬펐다. 누님은 봄처럼 화사한 소녀 시절, 여름처럼 뜨거운 처녀 시절을 뒤로 하고 결혼 후 거친 세파(世波)에 시달리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어느덧 자녀들은 장성해 자기 길을 가고 이제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을 것이다. 검은 머리는 희끗희끗하게 변했고 잔주름이 팽팽했던 얼굴을 덮고 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은 사라졌지만, 그 아름다움은 내면의 향기로 농축되어 있다는 것을 누님은 깨달았을까!
  
  국화는 수많은 꽃들이 아름다움과 열정을 뽐내던 봄과 여름 동안 향기로움을 농축하며 차가운 가을 바람 속에 마침내 피어나는 꽃이다. 그리고 그 향기는 천리(千里)에 달한다. 아, 나는 지금 국화꽃을 보며 누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향기에 내 영혼이 치유되는 감동을 느낀다.
[ 2022-09-22, 11:4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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