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자칭 학자라는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각 도민 평을 한 것을 구굴링을 하여
찾아보았습니다. 그의 글에 대해서는 학자들이 대개 비슷한 비판이었는 데
그 중에서 유종국님의 글을 옮겨봅니다.

제 글의 의도는 어느 지방을 편을 들거나 아니면 변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조잡한 지식을 가지고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양
앞에 있지 않다는 것을 믿고(앞에서는 무서우니까)
나라를 찢지 못해 애쓰는 그 참을 수 없는 짜증남에 연민의 눈길을 보내고자 함입니다.

저보고 뭐라고 하고 싶으면 광주에 가서 마이크를 대고 "專尙狡險 易動以非"(전상교험 이동이비: 교활함만을 좋아하고 나쁜 일에 쉽게 마음을 움직인다) 라고 외쳐보고

충청도에 가서 멍청도인은 멍청하다고 소리쳐 보십시오.

그러고도 목숨을 건져 돌아 온다면 그때 또 이야기 합시다.

* 참고로 본인은 충북사람이지만 양반은 아니며, 멍청하기는 하지만 천박하지는 않습니다.

"교활하여 도리가 아닌 일에 쉬 마음이 움직인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의 전라도인 비판과 학문하는 이의 자세

유종국 yjk9266@hanmail.net

각 지역의 인심을 말하거나 각 민족의 민족성을 평가하는 일은 어떤 개인의 인간성의 선악을 평가하는 것 못지 않게 어렵고도 위험하다. 참으로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자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애당초 평가의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논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기 쉽다. 민족성, 인간성, 지역 인심, 그런 것들은 객관적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 그런 평가는 노골적인 비판을 무릅쓰는 부담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충청도 사람은 멍청하다.", "경상도 사람은 무식하다.", "한민족은 협동심이 부족하다." "미국 국민은 정직하다.", "조선시대 이중환은 나쁜 사람이다." 라는 등은 말이 되지 않는다.

"충청도 사람은 멍청하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충청남북도 도민(400만 명쯤) 모두가 멍청해야 그 말이 맞다. 하다 못해 "충청도 사람 대부분이 멍청하다."라는 말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충청도의 모든 이들을 영리한지 멍청한지 연구 조사하여 90% 정도 이상이 멍청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이러한 연구 조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연구 조사도 없이 함부로 말한 조선시대 학자 이중환은 무지하게 용맹한 사람이다. 무지가 용맹하다는 말은 이에 해당한다. 이를 일컬어 야만적인 용기라 하여 蠻勇(만용)이라고 한다.

이중환, "전라도 사람은 교활함만을 좋아하고 나쁜 일에 쉽게 마음을 움직인다"

이중환은 『擇里志』(택리지)에서 전라도 사람에 대해서 "專尙狡險 易動以非"(전상교험 이동이비: 교활함만을 좋아하고 나쁜 일에 쉽게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한 바 있다.

대단한 酷評(혹평)이다. 이중환이 당시 전라도 사람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연구 조사하여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혹 모르겠거니와 그는 당시 전라도를 한 번도 방문한 적도 없다. 전라도에 당시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 적조차 없다. 그는 현장(field)에 가 보지도 않고 그런 험한 단정을 내렸다. 문제는 근거나 논리 없이 과연 학자로서 할 일인가.

이중환은 조선 팔도 가운데 오로지 경상도와 평안도만 좋게 평하고 나머지 道(도)에 대하여는 악평을 하였다. 곧, 평안도는 인심이 순후하고 경상도는 풍속이 진실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인심이 사납거나 멍청하거나 간사하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 譜學(보학)의 권위자이자 조선 양반제도에 대한 연구로 평생을 바친 전북대 송준호 교수는 이 점에 대하여 중요한 지적을 한 바 있다. 송교수에 그에 대하여 이렇게 지적하였다.

이중환의 외갓집이 전라도 무장(지금의 고창군 무장면)이었다. 서울에 살던 그의 아버지 李震休(이진휴: 1657∼1710)는 전라도 무장의 명문가인 함양 오씨 吳相胃(오상위: 1634∼1710)의 사위가 되었던 것이다.(송준호 『조선 사회사 연구』1987)

자신의 외갓집 동네이자 어머니의 고향 전라도에 대하여 이렇게 악평을 한 것은 뜻밖이다. 이중환, 그는 도대체 왜 전라도에 대한 평가를 그처럼 혹평했을까. 그에 대하여 원광대 조용헌 교수의 의견을 보면 이러하다.

혹평의 이유: 정여립 사건과 이인좌의 난

조선시대 사대부 풍습에 의하면 聘鄕(빙향)이라 해서 결혼을 하면 처가나 그 근처에 가서 살았다. 그러나 이중환은 외가에서 태어나거나 살지 않았다. 그는 평생 외가에 발붙여본 적이 없었다. 장성해서도 발길을 끊고 지낸 것이다.

이중환이 경상도 인심과 풍속을 높이 평가하고 전라도 인심을 낮게 평가한 이면에는, 그리고 외가 오씨 집안에 발길을 끊은 이면에 이른바 정여립 모반사건(곧, 己丑獄死 사건,1591)이 잠재해 있다. 정여립 사건의 수사 책임자는 당시 서인이었던 송강 정철이었다. 정철의 반대쪽에 서 있던 전라도 선비들은 주로 동인이거나 후일 남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일천 명 가량이 역모 혐의로 죽거나 불구자가 되었다. 이중환의 외가인 무장의 함양 오씨 집안도 남인으로서 억울하게 희생을 당하였다. 나중에 억울하다고 하여 오씨 집안은 정철의 서인 (나중엔 노론) 쪽 후손들과 치열한 당쟁 혈투를 벌였다. 오씨 집안은 그 전투의 선봉에 섰다.

이러하던 차에 이중환의 외가 오씨 집안은 또 한 번 시련을 겪었다. 이인좌의 난(戊申亂: 영조 4년, 1728)에 전라도 남인이 상당수 연계되었다고 하는 서인측 주장에 따라 오씨 집안은 맥없이 사약을 받거나 장살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정여립 사건과 이인좌의 난 때 이중환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었다. 따라서 그는 사건 전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외가가 당쟁의 와중에서 이처럼 당하고 있을 때, 이중환은 외가의 당쟁의 전투에 진절머리가 났던 것이다.

그는 당쟁에서 희생된 외가와 전라도에 대하여 철저한 환멸을 느끼고, 또한 일부러 외면하려 하면서 전라도를 좋지 않게 보았다. 외가이지만 피비린내 나는 당쟁의 격전지였던 전라도를 그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괜히 얼씬거리다가는 자칫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조용헌 [명문가 이야기] 푸른역사, 2004)

그가 볼 때에 전라도와 외갓집은 모반자들의 지역이요 반역자들의 집안이다. 그래서 그는 전라도를 나쁘게 보고 가급적 기피하고 멀리하려는 심리 상태가 자신의 내면에 조성되었다. 전라도 인심에 대한 그의 폄하 발언은 그의 이러한 심리 상태가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모름지기 학자는 내면의 양심에 귀를 기울여야

필자는 말한다. 학자는, 모름지기 내면의 양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내면적인 성실성이 뒷받침되어 있어야 하며, 비판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택리지』를 저술한 이중환은 전라도 인심에 대하여 연구 조사도 하지 않고서 전라도 사람이 교활하니 어쩌니 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였다. 또한 모르면 모른다고 하거나 언급하지 않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말한 것이니 그는 성실치 못하였다.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기에 앞서 철저한 설문조사 등 조사 연구를 실시해야만 하였다. 그 결과를 분석한 후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고도 비판적으로 피력했어야 했다.

또한 자신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증명 가능했어야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증명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학자로서 비판정신이 결여된 사람이다. "이중환이 나쁜 선비"라고 하려면 이상과 같은 논리가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는 사이비 학자요 덜 떨어진 선비이다. 그런 선비의 글이야 항차 읽어 무엇하며, 그의 저서 『택리지』, 그것이 또한 서재에 꽂혀 있은들 무엇하리. 이에 이중환에 대하여도 『택리지』에 대하여도 시쳇말로 "짜증난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