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편의점들이 초저가 경쟁 벌이는 이유》

1. 기사는 초저가 경쟁을 벌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든 품목들을 거론했다 즉석밥. 라면. 우유. 과자. 김밥. 채소. 아메리카노, 국수. 비빔밥. 초밥 등등이다. 저 여러 가지 품목 중에 빠진 게 있다. 눈치 빠른 독자님과 술꾼은 무엇이 빠졌는지 단박에 알아챘을 것이다. 술이 빠졌다. 우리 같은 길거리 사람은 이때에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을 쓴다. 그러나 고상한 분들은 "향 싼 종이에서 향내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말한다. -법구경-

2. 십여 년 전에 “만원의 행복”이란 말이 유행했고 신문지상에도 쓰였다. 아사히맥주 4캔을 만 원에 팔았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었다. 한 캔당 2500원이었던 것이다. 이젠 4캔에 19500원 한다. 그런데 아사히맥주가 6월 한 달 내내 6캔에 13500원에 팔기로 했다. 한 캔당 2250원이다. 십여년 전보다 한 캔 당 도리어 250원이나 싸게 파는 것이다. 그것도 6월 한 달 동안.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나 싶어서 왜 저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6월이 보훈의 달이기 때문인 듯하다. 일본인의 서비스 정신과 상술이 빛난다. 우리나라 맥주회사가 보훈의 달이라 하여 할인 판매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3. 이런 실례(實例)를 조선일보는 왜 거론하지 않았을까. 점잖은 체면에 술을 거론하기가 멋쩍었을까. 신문이 거론해 주어야 우리 나라 맥주회사도 따라서 하는 배움이라도 얻지 않겠나.

4. 문재인 때 완장찬 ‘의병’과 ‘죽창’들이 편의점 앞에 진을 치고 서서 맥주회사의 차량이 아시히맥주를 하차도 못하게 막았다. 이때 나는 죽겠더라. 아사히맥주를 못 마셔서. 나에게 아사히맥주가 없으면 살아갈 낙이 없다.

5. 두어 해 전에 중국의 한 국수집 앞에서 국수를 사먹으려 첫새벽부터 장사진을 치고 섰는 사람들의 사진을 실은 기사가 있었다. 중국의 ‘공안’이 왜 저럴까 하는 의심을 갖고 조사를 해보니 국수집 주인이 국수를 많이 팔 욕심으로 국수에 아편을 넣은 것이다. 멋도 모르는 손님들이 아편에 중독됐고 그 국수를 사먹으려 저랬던 것이다.

 6. 아무리 천하의 술꾼이라도 대개는 술 먹은 다음날, 생리적으로 후회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숙취에 괴로워하면서 다시는 술을 안 먹겠다고 작심삼일의 다짐을 한다. 그러한데 이상하게도 아사히맥주는 숙취가 거의 없으면서 아침에 눈을 떠서 물을 마시는 대신에 전날에 먹다가 남은 아사히맥주를 마신다. 그렇게 몇 잔 연거푸 마시다가 해장술에 취해 삔다. 더 먹을까 말까 마음으로 갈등하다가 마침내 세수도 안 한 얼굴로 편의점에 가서 아사히맥주를 사 와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앉아 저녁이 되도록 마신다. 때로는 글도 쓰고 때로는 노래도 하고 영화도 봐 가면서. 그러구러 마침내 이런 생각에 다다른다. “혹시 아사히맥주도 아편을 넣었을까?”

사족: 술잔을 기울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내자가 콩나물국과 파찌짐과 사과를 갖다 준다. 아사히맥주와 내자가 내 곁에 있는데, 내가 내 몸밖의 것을 부러워할 게 뭐 있겠나. 그림은 독자님들께 바치는 조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