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길어먹던 마을에 내 포클레인을 갖고 가 하루면 水道를 놓을 수 있다. 사실 고향은 황해북도 서흥군 화곡리이다. 하지만 부친의 직장 이동 따라 타지에서 훨씬 많이 살았다. 그러다 나니 추억이 많지도 않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생생하게 가깝게 느껴진 것이 탈북하기 전 있었던 곳이다. 단순히 있었던 의미보다 탈북을 하게 만든 인생 혁명 장소인 것이다. 이곳은 양강도 김정숙군 풍양리 5반 일명 보파리이다.

평양과 가까운 농업과학원에서 이곳으로 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여기서 말하면 군수 격인 김정숙 군당(郡黨) 책임비서의 요청도 있고 하여 그곳으로 간 것이다. 간 이유는 농업 연구원으로서 기술 지원이었다. 1985년부터 최종 탈북하기 전까지인 1991년 6월까지 6년간 있었다.

이곳은 중국의 장백현 14도구 압록강가에서 생생히 볼 수가 있는 곳이다. 1987년 첫 아들도 이곳에서 보았다. 부인은 전국 대학생 학과 경연에서 2등을 한 경력자였다. 그 실력자가 남편을 따라 이 심심산골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임신한 몸으로 물동이를 이고 다니는 것이었다. 마을 수원(水源)은 산 밑에서 나는 자연 샘물이었다. 힘든 집단농장 일을 하고도 여자들은 또 가사 노동을 해야 한다. 나무 때서 밥을 짓고 물을 긷고 또 빨래도 하고 어린이도 보아야 했다.

북한에는 리 소재지가 한 개 농장이다. 이 농장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3대혁명소조가 파견되어 있다. 진취적인 젊은 지식인들이 사상, 기술, 문화라는 3대 혁명을 지도하라는 것이다.

마을의 문화 혁명으로 수도화(水道化)는 이들이 해야 할 과업이다. 하여 이들에게 몇 차례 권고하며 나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종래 실현되지 못하였다. 열정이 부족한데도 있지만 정작 하자고 해도 수도관이 없었다. 여기 남한 같으면 쓰레기장에서도 넘치는 것이 비닐 관들이다. 하지만 극심한 물자 부족의 북한, 특히 산간 오지에서는 더욱 심했다.

북한에 갈 수 있다면 이 곳에 꼭 가서 수도화를 해주려 한다. 북한은 마을 수도화하기가 편리하다. 집들이 한 곳에 모이도록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민 통제를 위해 외따로 집을 못 짓게 한 결과이다. 현재 있는 자가용 공투 포클레인을 싣고 가면 쉽게 할 수 있다. 포클레인으로 수도관 묻을 땅을 쭉쭉 파면 하루로 끝낼 것이다.

자연샘으로 수도화하니 더욱 영구적이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정자도 세우고 그늘지게 버드나무도 심어 놓을 것이다. 샘물터를 살 수만 있다면 구입하여 타인이 다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여기에 작은 비석을 세울 것이다. 수도화 사연도 새겨 넣어 추억과 관광거리, 남을 위한 마음을 남기는 것이다. 그 날이여! 빨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