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전문가의 獅子吼(사자후) 4월 중순, 강원도 영월 ‘김삿갓 기념관’ 앞 허름한 식당에서 죽마고우 K군을 오래간만에 만났다. 남쪽에서는 벚꽃이 滿開(만개)했다는 花信(화신)이 전해졌지만 아직 山村(산촌)의 봄바람은 쌀쌀했다.

진달래와 철쭉은 무거운 꽃망울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絶景(절경)을 감상하며 달짝지근한 막걸리와 감자전, 파전을 안주로 곁들이니 일품이었다. K군이 들려준 이야기는 정곡을 찌르는 이 시대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K군은 통신사와 신문사에서 특파원과 논설위원 등을 거친 뒤 지금은 충북 단양에 칩거하며 지역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관련 저술활동도 竝行(병행)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경제에 관한 다섯 권의 책을 쓸 만큼 경제평론가로도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분노의 경제학》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우리가 당면한 한국경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타협을 모르는 원색적인 이데올로기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사무엘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 ‘문명의 충돌’을 주장했지만, 한반도에선 문명 아닌 민족내부의 극한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앞에 굴복했다면서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을 주장했다. 그러나 남한사회에선 해묵은 左右대립이 살아나 우리의 사고를 옥죄고 경제의 활력을 소진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사회는 思考(사고)의 위기에 있다. 그리고 이 思考의 위기로 인해 한국경제는 총체적 경쟁의 시대인 세계화의 폭풍 속에서 방향을 잃고 한없이 표류하고 있다.”

K군은 “형식적 자유는 민주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지만 러셀이 말한 실질적 자유는 민주화와 함께 경제성장이 병행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두는 경제문제에서 時局(시국)문제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 언론이 왜 개그맨(개그우먼) 김제동과 김미화의 言行(언행)에 놀아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일부 언론의 저질작태를 비판한 것이다. K군은 저질ㆍ막말ㆍ욕쟁이들에게 관용만 베푸는 것에서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성희롱과 파렴치한 막말꾼들을 비호ㆍ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K군의 지적에서 마치 김삿갓이 환생해 시대를 叱咤(질타)하고 빗나간 사회현실을 꾸짖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