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북한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다. 탈북여성들은 너무나 장점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탈북여성이 한국에 살면서 북한을 떠나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일까?
다양한 의견이 많았지만 가장 많은 탈북여성의 공감을 얻은 최고의 순간은 '임신'했을 때다.
한국에서 낳은 2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탈북자 강 민주(가명) 씨는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 신기하고 감동해서 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임신 중 배가 불러오며 옷이 끼어서 불편했는데 한국인 남편이 임산부를 위한 옷이 있다며 매장에 데려다 주더군요. 너무나 많은 임산부용 물품을 보며 한국이 살기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라는 경험을 들려줬다.
북한에서는 임산부용 옷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돈 많은 사람 중 일부는 일본 중고제품을 구해서 입거나 직접 만들어 입는다는 것인데 대부분 주민은 그런 옷이 있다는 자체를 모르고 안다고 해도 장만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임신 중에는 수시로 산모의 입맛이 바뀌어 먹고 싶은 음식도 다양해진다. 음식뿐 아니라 영양을 보충해주는 약도 먹어야 한다. 수시로 졸리고 기운이 없으며 늘어난 몸무게 때문에 거동하기도 불편하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임산부는 위에 열거한 사항을 제대로 지키며 생활할 수 없다. 입덧은 사치여서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있으면 무조건 먹어서 소화를 시켜야 한다. 배가 만삭이 되어야만 공동작업에서 빠질 수 있다.
탈북자 김지애(가명) 씨는 첫째 아이는 북한에서 낳았고 둘째 아이는 한국에서 낳았다고 했다. “북한에서 임신했을 때 과일이 먹고 싶으면 찬장에 붙여놓은 과일 사진을 멍하니 쳐다봤어요. 북한의 음식은 사진 속에만 있거든요. 그때는 과일 실컷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죠. 한국에서 임신했을 때는 탈북 당시 태국에서 맛본 과일이 생각나서 상자 채 사다 놓고 먹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또한 “둘째 아이 별명이 팔백만 원이에요. 우리 부부가 나이가 많아 자연임신이 힘들어서 병원의 힘을 빌려서 임신을 했거든요. 비용이 들긴 했지만 북한에서 상상도 못하는 일이죠. 늦둥이를 낳은 이유 중 하나도 한국에서 임신한 고향 후배를 만났는데 너무나 부럽더라고요. 나도 한국에서 다시 임산부가 되어 모든 혜택을 누려보고 싶었어요.” 라며 수줍게 말했다.
탈북여성들은 북한에 있을 때는 임산부가 불쌍해 보였다고 했다. 버스를 타도 영예군인을 위한 자리는 있어도 임산부를 위한 자리가 없다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탈북자 김지우(가명) 씨는 “임산부가 길에 나다니면 거치적거린다고 사람들이 욕을 합니다. 아이와 노인도 마찬가지로 욕먹죠. 예전에 장마당에서 임신한 채로 장사하는 여자를 보았는데 영양실조와 햇빛 탓에 새까만 얼굴을 하고 나온 배를 가리려 남편 옷을 걸치고,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쪼그리고 앉아 장사하더라고요. 지나가는 여자들이 불쌍하다며 혀를 차고 갔죠. 이게 바로 북한 임산부의 모습입니다.” 라고 전했다.
“제가 임신하고 보니 북한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임산부 같아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북한에서 뱃속의 아이까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북한에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니까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한국에 와서 생활해보니 북한에서의 임신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라고 탈북자 김 씨는 말했다.
여성이 아이를 가지게 되면 심리적 육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동반되는 다양한 욕구를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북한의 유아 사망률이 높은 이유도 태아 때부터 임산부와 아이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어린이는 그 나라의 미래라고 했다. 그런데 경제난으로 여유가 없어진 북한주민은 아이를 가진 여자를 보호하는 대신 손가락질을 하며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여자와 어린아이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으로 만들어버린 북한정권의 장래는 그래서 더욱 암담하다.
뉴포커스 서영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