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號(호) 선장은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은… 세월호 참사는 기본(法治)이 무너진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었다. 반면, 타이타닉號(호) 침몰의 경우는 달랐다. 역시 대형사고이긴 했으나, 선장이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法治가 살아 있는 영국의 모습을 보여줬다.

선장은 안전 항해를 책임지는 최고책임자이다. 안전은 승객과 화물, 선체 일체를 포함한다. 승객은 어린이, 노약자, 여성, 남성의 순으로 긴급 대피시키되 해수면보다 높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유사시 선장은 자신의 선박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그것은 선장의 직업윤리이자 명예이다.

타이타닉호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사고 당시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탈출을 지휘했고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같이 했다. 사람들은 그의 숭고한 직업의식과 책임감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고향 사람들은 영국 리치필드에 스미스 선장의 동상을 세우고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그의 말을 새겼다.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가.

세월호 선장 이 모 씨(69)는 어떻게 했는가? 보도에 따르면, 선장 이 씨는 탈출행렬에 합류했다. 이 씨는 최초 선박좌초가 접수된 지 40여 분 뒤인 9시30분 쯤 밖으로 나와 오전 9시 50분 경 해경 경비정에 의해 구조됐다고 한다. 더욱 한심한 것은 선장이 바닷물에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선장과 선원들 상당수가 책임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는 것은 격분을 불러오고도 남음이 있다. 타이타닉호의 경우와 너무 대조적이다.

그 어느 해난사고보다 구조작업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전개됐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초기안전수칙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선장의 책임이 크다. 해난사고를 당하면 일단 선장은 승객들을 보다 안전하고 탈출이 가능한 곳으로 이동시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선장이 안전조치를 외면하고, 먼저 구조된 것은 자신에게 부여된 기본적 책무를 져버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지도자(지휘관)의 잘못된 선택이 공동체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해난 사고는 육상사고와는 다르다. 해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사고 원인과 구조작업을 두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풀장에서 헤엄치는 것과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이 같다고 말한 어느 정치인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바다에서의 해난사고는 육상사고처럼 간단치 않고 구조작업이 어려우며 혼선이 있게 마련이다. 다만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선장의 탈선이 큰 禍(화)를 초래했다. 세월호 선장 이 씨가 조금만 더 직업의식에 투철했다면 이번 참사는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책임과 임무를 소홀히하고 남의 탓만 하는 행태가 이어지면 기본이 무너지게 된다. 이 사실을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