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로 인한 실종자 가족들이 울부짖고 있다.

슬픔에 젖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과 가족들에게 敎皇(교황)을 비롯한 세계인들이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 참담한 조난을 빨리 수습하고자 民官軍(민관군)이 죽음을 무릅쓰며 밤낮없이 구조에 몰두하고 있다.

비통해하는 가족들에게 무슨 말과 글로써 위로해 줄 것인가? 참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불행한 사고의 발생과 수습과정에서 걱정스러운 일들이 나타나고 있음은 유감스럽다. 몇 가지 사례를 조심스럽게 열거하면서 반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1. 각종 통계숫자의 정정발표에 대해

승선인원과 화물적재 무게, 구조인원과 실종자 수가 몇 차례 수정된 바 있다. 해상 사고는 육상 사고와는 다르다. 고속도로에서 버스가 뒤집히거나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렉카차를 동원, 사고차량을 견인하고 피해자를 병원에 이송시킴으로써 쉽게 수습될 수 있다.

바다에서 일어난 해난사고는 육상에 비해 훨씬 더 어렵다. 특히 맹골水路(수로) 같이 조류가 빠르고 수압이 센 곳에서 비바람마저 몰아 치면 구조작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탑승객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왜 손을 놓고있나? 주변에 있는 군함을 불러 쓰러진 배를 밀어 붙이란 말이야 그러면 배가 똑바로 설 것 아니야”라고 소리쳤다. 얼마나 긴박하면 이렇게 소리쳤을까? 이해는 되지만 軍艦(군함)이나 잠수함으로 6800톤(화물과 물의 무게까지 포함하면 약 10000톤에 육박)의 세월호를 일으켜 세우는 건 역부족이다. 3000톤 이상의 대형 크레인을 여러 척 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이미 드러났다.

승선객 숫자를 두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無賃(무임)승선한 숫자까지 중앙사고대책본부(중대본)가 쉽게 파악하기란 무리이다. 어디까지나 海運船社(해운선사)가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일단 승선인원과 화물 톤수 등을 파악하는 게 기본이다.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해운선사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정부가 우왕좌왕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常設(상설)기구도 아닌 중대본의 초기 혼선은 일부 예상되었던 것이다.

중대본도 선박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자가 구조업무를 총괄지휘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관료들이 重責(중책)을 수행하다보니 오합지졸, 중구난방이 되고 말았다. 울분을 터트릴길 없는 가족들은 가족대로 불만과 요구를 쏟아냈고, 각 기관별로 部處(부처) 이기주의가 발동돼 온갖 난맥상이 드러나고 말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이 있다. 문제의 세월호에는 사공다운 사공이 없어서 큰 화를 불러왔고, 중대본에는 사공이 많아서 중구난방이 되고 말았다. 일부 불순세력과 언론이, 실종자 가족과 중대본 사이에 허위사실을 유포시켜 이간질함으로써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2. 항의와 시위가 원활한 구조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의 몸으로 비바람 몰아치는 세월호 사고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실종자가족들을 찾아 위로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했다. 人命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가족들의 애타는 가슴만큼 구조작업이 전개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구조작업 지원에 나섰던 해군 병사가 제대를 몇 달 남겨놓고 희생된 것은 또 하나의 슬픔이다.

지금은 민관군의 구조활동에 성원을 보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도 구조활동에 너무 깊이 관여하면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구조 작업은 해난 구조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非전문가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희생된 해군 병사처럼 또다른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책임과 임무를 대통령과 정부에 떠민 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자칫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 구조는 시위나 외침으로 해결될 수 없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항해술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않고 경험과 눈치로 익혀 2급 해기사가 되었다고 한다. 세월호 같은 고급 크루즈 여객선은 1급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운항을 맡는 게 상식이다. 혹자들은 경력이 짧은 3등 항해사에 선박 운항 책임을 맡긴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3등 항해사와 같이 경력이 짧은 항해사가 근무할 땐 선장이 감시역할을 반드시 해야 한다. 제 아무리 시야가 확보된 주간에라도 선장은 반드시 정해진 위치에 있어야 한다. 3등 항해사에 대한 책임도 책임이지만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지 않은 선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3. 각종 유언비어와 정치권의 선동을 경계해야

MBN은 정체불명의 홍 모 양을 인터뷰해 그의 허위사실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당 방송사의 보도국장이 공개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온갖 음모론은 물론, 생존자를 假裝(가장)한 문자 메시지와 SNS 글들이 횡행하고 있다. 사고 보도는 신속함보다는 정확성이 우선이다. 당국과 언론은 이를 잘 가려내야 한다. 이런 허위사실들이 난무하면 사고 수습은 어려워지고 자칫 사회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중대본의 실수를 바라고 있다가, 잘못하면 물어 뜯겠다는 듯 엉뚱한 데 힘을 쏟고 있다. 비극을 극복해야 할 시점에 구조당국의 헛점이나 약점을 찾아내 공격하려는 행태는 마땅히 척결되어야 한다. 세월호와 진도관제센터 사이에 오고 간 교신내용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매도가 많다. 관제소에서 선장에게 승객의 탈출 문제에 대해 현장 책임자인 선장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지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였음에도 마치 관제소가 책임을 세월호 측에 떠넘긴 것처럼 비판한 것은 선원법에 명시된 선장의 판단 권한을 모르는 소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장 상황을 관제소보다도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선장이 승객의 안전과 탈출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언론은 구조 당국의 약점을 캐기 전에, 감정을 배제한 공정보도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인들은 예산과  장비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의 불행과 아픔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거나 공격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