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虛業", "권력은 權逝如霧" ‘김대중의 영원한 심복’ 권노갑은 최근 <동아일보>에 연재해왔던 회고록 ‘순명(順命)’을 마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됐다 풀려난 후 어떤 기자가 내게 물었습니다.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네, 느끼지요.”
나는 ‘권서여무(權逝如霧)’란 네 글자를 써 보였습니다. 권력이란 안개처럼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7월19일자)

‘박정희 시대의 2인자’ 김종필(이하 JP)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그는 2011년 1월6일 신년인사 차 찾아온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5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얻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든 권력이든 순간적인 권세와 들뜸, 그리고 교만은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마지막엔 배신과 허망함만 남는단 뜻일 것이다. JP와 권노갑이 권력을 쟁취한 방법과 과정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실세였음에도 항상 1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인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정치와 권력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이다. 정치의 최종목표가 권력획득에 있고, 권력쟁취를 위해서는 정치란 수단과 과정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國益과 국민의 생존문제는 안중에도 없이 교언영색(巧言令色)과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국민을 속이고 희롱하는 자들을 보면 한심한 정치수준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과거 문민정부 시절 ‘한국정치의 국제화 수준이 선진국의 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어느 학자의 용역(用役) 보고서가 있었다. 과거 이건희(李健熙) 회장도 ‘한국정치는 3流’라고 지적한 바 있다.

虛業이자 안개처럼 사라지고 마는 허망한 권력을 잡기위해, 오늘도 부나비처럼 날뛰는 자들은 두 정치 원로의 충언(衷言)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