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사건이 한국서는 무죄, 미국서는 431년형…미국의 법원은 스톡홀름 신드롬에 의하여 생겨난 사랑은 중범죄로 판단. 학교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11세 여자 어린이를 유괴하여 무려 18년 동안이나 집에 감금하여 성 노리개로 삼고 두 아이까지 낳도록 한 유부남(납치 당시 40세)이 오래 전에 체포되었습니다.

너무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포자기 상태가 되고 범인에게 순치된 그 피납 여인은 이제 지나간 세월을 무를 수도 없고 아이가 둘씩이나 생겨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운명으로 알고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그 남자의 본부인과 같은 집에서 기거하는 그 환경에 적응해 버렸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바깥 출입도 허용되었지만 이름마저 바뀐 그 여인에게, 이웃에 수상한 여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유괴범을 추적하는 보안관이 찾아와서 자유롭게 진실을 밝혀서 구조될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신의 과거와 납치된 사실을 숨겨서 아직도 애타게 찾고 있던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합니다.

납치된 그녀가 홀로, 아니면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납치된 딸의 귀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집념으로 그때까지도 게시판에 붙어있는 자신의 사진과 현상 수배 전단을 오랜 시간 물끄러미 쳐다보며 희미해진 고향집과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도 부모에게 연락하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유괴범이 잡혔을 때 그녀는 자발적으로 따라간 것이며 그애들의 아비가 되어버린 그 짐승남을 사랑한다고 사직당국에 공식으로 밝힙니다.

이 짐승남은 처벌을 받았을까요? 무죄일까요?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감언이설로 여중 2년생을 유혹해서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임신을 시킨 40대 남성이 서로 연인 관계였다는 점을 인정받아 사실상 무죄 취지의 우리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두 사건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유사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무죄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이 사리에 맞는 판결을 했다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대법원이 아주 상식에 반하는 거시기한 판결을 했다면서 승복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위 두 사례에서 보듯이, 여성은 일단 강간을 당해서 임신이나 출산이라는 족쇄가 채워진 이상, 피해 여성의 대부분은 가해자에 대한 증오심이 없어지거나 엷어진다는 점입니다.

범죄의 씨앗이지만 뱃속의 태아나 자라나는 아이에 대한 모성애가 강간범에 대한 증오심을 희석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정신의학 용어로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두 사건의 범인들은 공히 재판에 회부되었고 두 나라 재판관들은 각기 다른 두 사건에서 두 여인이 강간범들을 한결같이 사랑했다는 증거를 인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외국의 법관들과 우리 법관들은 그 사랑에 대하여 보는 시각이 전혀 달랐습니다.

먼저 소개한 열한 살 소녀 유괴 강간 사건은, 1991년 미국 남가주에서 발생하여 2009년에 범인이 체포되어 스톡홀름 신드롬의 희생양을 가중처벌한 것으로 우리들에게도 알려졌던 Dugard(소녀 이름) 사건입니다.

우리 대법원 판결은, 목적과 수단이 비합법적인 범죄를 구성하고 행위 자체가 정당하지 않더라도 범행이 일어난 이후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 증거가 단 한 번만이라도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성폭행범을 벌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이는 우리 나라가 옛날부터 성 범죄에 관해서만은 관대했던 관습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약탈혼이라는 여성을 훔치는 야만적인 관습이 존재했지 않습니까? 약탈혼이 무엇입니까? 속된 말로 '보쌈' 아닙니까? 처녀를 납치하여 첫날 밤을 치르면 할 수 없이 결혼을 묵인해 주는 것이 보쌈으로 알고 계실 것입니다.

보쌈 김치는 김치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실제로 보쌈의 행태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면 갸우뚱하실 것입니다. 게다가 남자도 보쌈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면, 정력 넘치는 남자들은 그냥 혹해서 '나도 한번 보쌈당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환상으로 보쌈당했던 젊은 남성들의 대부분은 One Night Stand(하룻밤의 정사)로 저 세상 사람이 됐다면 좀 전의 환상이 소름으로 변할 것입니다.

얘기가 옆길로 샜지만, 기왕 나온 김에 익히 아는 내용이지만 다섯 가지 보쌈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그 첫째는 남자를 보쌈해오는 경우입니다.

옛날 명문 가문의 자제들은 결혼을 하기 전에, 결혼생활의 무병장수와 길흉화복을 알아보기 위하여 점쟁이에게 점괘를 보는데, 양가집 규수의 부모에게, "따님에게 남자가 두 명이 있어. 액운을 막지 않으면 신랑감이 요절하겠어. 보쌈을 해와!" 하는 점괘가 나오면, 신부의 아버지가 하인들을 시켜서 동네에서 똑똑한 청년을 야밤에 보쌈을 해다가 규수와 하루밤 합방을 시킨 후에 넉넉하게 돈이나 전답 문서를 주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보내면서 함구하도록 하거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하여 매장해버리는 비정한 보쌈, 사극에서 한두 번 봤을 겁니다.

두 번째 보쌈은, 미혼 남녀가 정분이 나면 자칫 죽음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금기시하던 옛날에도 남녀간의 정분만은 막을 수가 없었나 봅니다. 이미 교제를 해오던 특정 아가씨를 야간에 보쌈해오는 경우인데, 이런 보쌈은 처녀가 혼전에 연애를 했다는 불미스러운 소문을 입막음하여 숫처녀인 척 가장하는 보쌈입니다.

세 번째 보쌈이야말로 약탈 결혼의 전형입니다. 여성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물이 반반하고 마음에 들어 찍어 놓은 여성을, 예고 없이 처녀 집을 급습하여 막무가내로 보쌈한 후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때론 여성 가족과 보쌈을 한 남성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 보쌈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경우는 기득권이 인정됩니다.

넷째 보쌈은, 과부 보쌈입니다. 결혼한 여성이 남편이 죽어도 재혼하는 것을 칠거지악으로 여기던 시절, 과부의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애처럽게 여겨서, 주변 남성 중에 통상 미천한 신분이지만 성실한 남자를 골라서 사전 내락하에 정해진 날짜의 오밤에 과부를 보쌈해와서 가정을 꾸리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보쌈은, 소박을 맞은 여인이 갈 곳이 없게 되자 새벽녘에 성황당 입구에 서서 있으면, 가장 먼저 그 앞을 지나가게 되는 남정내가 그 여인을 보쌈하여 데리고 사는 경우입니다.

총각이든 유부남이든 성황당을 지나는 첫 남자는, 그 불쌍한 여인을 거두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는 속설 때문에 반드시 보쌈하여 데리고 가야 했습니다. 결혼 못한 홀아비나 노총각이 처첩으로 삼는 제도인데, 혼사가 정해졌거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가 멋 모르고 성황당을 지나다가 날벼락을 맞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기에 다섯 살만 넘으면 부모들은 남자 아이들에게 성황당 근처에도 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교육을 했다고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미국의 법원은 스톡홀름 신드롬에 의하여 생겨난 사랑은 진정한 사랑으로 인정을 하지 않고 범죄라는 확고한 전통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약취, 특히나 위 사건처럼 유부남이 성 노리개로 삼기 위한 유괴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엄격하게 처벌합니다. 위 사건 범인에게 얼마만한 형벌이 내려졌는지를 아신다면 놀라 자빠질 것입니다. 무려 43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외국의 사례와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무죄와 431년이라면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닙니까?

금번 우리 대법원 판결이 위험한 이유는, 약탈혼이든 납치 강간이든 간에, 여자의 마음만 돌려놓으면 무죄가 된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느냐는 점 때문입니다.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도 아닌데 이번 판결은, 성 범죄자들에게 그들의 범행을 합리화할 수 있는 그릇된 신호를 보낼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완력으로, 아니면 감언이설로 끌고 가서 강간을 하고나서 임신을 시킨 후에 배우자로, 아니면 동거녀로 만들어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환상이나 동정심, 아니면 연정을 느끼도록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마음만 돌리게 하면 성범죄자가 무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변태 짐승남이 활개치는 야만의 시대 문을 활짝 열어주는 판결이라고 규탄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미모 하는 여성들은 바디 가드를 두든지 하지 않으면 무서워서 살기 힘든 시대가 우리 앞에 도래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부인, 누이, 딸, 손녀들도 결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리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