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1980년대 주체사상에 오염된 종북세력이 남아 있다. ‘한국판(版) 탈레반’이다. 파키스탄 탈레반이 16일 학생과 교사를 대량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교실 문을 부수고 숨은 학생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총알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자만도 최소 148명이다. 현지에서는 ‘학생’이 학생들을 학살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학생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탈레반을 처음 접한 것은 1994년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무자헤딘’들 간의 치열한 내전이 전개되고 있었다. 무자헤딘은 ‘신(神)의 전사(戰士)’란 뜻으로 1980년대 반소(反蘇) 아프간 무장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서방의 지원 아래 반소 항전을 전개, 1989년 소련군을 몰아냈다. 그러나 평화는 오지 않았다. 이들 무자헤딘 간의 무장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종족 및 부족 갈등의 양상을 띤 그 내전은 참혹, 그 자체였다. 강간·약탈·방화는 기본이었다. 그리고 소련군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은 서방 세계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무장세력이 등장했다. ‘마드라사(코란학교)’ 학생들이 주축인 이 무장집단은 탈레반으로 불렸으며, 무정부적 내전에 염증을 느낀 아프간인들이 지지하기도 했다.

탈레반과 2001년 11월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말을 나눠봤다. 10대 후반 탈레반 병사들은 하자르족(族)을 학살한 무용담(?)을 자랑했다. 이단(異端) 시아파를 죽이는 것은 신에 대한 의무라는 것이었다. 죄의식 따위는 없었으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겼다. 반면 수도 카불 곳곳에는 연(鳶)이 날리고 있었다. 영화·TV·음악은 물론 연날리기 같은 모든 형태의 오락을 금지했던 탈레반으로부터의 해방을 자축한 것이었다.

올 2월 파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탈레반 문제를 다시 접했다. 이번엔 파키스탄 탈레반이었다. 별도의 명령·지휘 계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되나, 그 인종 구성이나 이념은 아프간 탈레반과 마찬가지였다. 파슈툰족(族)이 주력이며, 샤리아법(이슬람법)을 헌법으로 한 이슬람 신정체제 건설이 목표다. 주요 타격 대상은 일반 학교였다. 타락의 진원지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여학교 방화에 주력하고 있었다.

‘무균사회’를 만든다며 인간 자체를 말살하는 탈레반. 한국에도 1980년대 주체사상에 오염된 종북세력이 남아 있다. ‘한국판(版) 탈레반’이다.

황성준/논설위원
위 칼럼의 출처는 문화일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