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면을 가위로 자르면 수명이 감소한다고 믿고 절대 자르지 않는 풍습이 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가위로 질기거나 긴 음식을 자를 때 깜짝 놀란다. 그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 사람들은 음식을 자를 때 가위를 쓰지 않는다. 특히 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남한문화가 당혹스럽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아무리 질긴 냉면이라도 한 입 크기로 잘근잘근 씹어 먹는다. 긴 면발을 씹는 재미에 냉면을 먹기도 한다. 반면 한국 냉면집에서는 냉면과 함께 가위가 나오고 심지어 미리 잘려 나오기도 한다.

국수도 마찬가지다. '오래 살고 싶으면 국수를 먹어라’는 말처럼 생일, 회갑연,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국수를 먹는다. 면의 길이가 긴 까닭에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의 緣(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이다. 북한은 면을 가위로 자르면 수명이 감소한다고 믿고 절대 자르지 않는 풍습이 있다.

2014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박씨는 "국수와 냉면은 입에서 씹기가 어려울 정도로 질겨야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밸(창자)까지 면이 내려가 연결된다는 말도 있다. 음식에는 가위를 대지 않는다. 자르지 않는 문화도 그렇지만 음식에 쇠를 대는 것을 싫어하는 북한 사람들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민 온성출신 장선혜 씨는 "북한 어르신들은 가위가 화를 막는 액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나쁜 꿈을 꾸어 심기가 불편한 사람에게 '잘 때 가위를 베고 자라. 그러면 귀신이 가위에 놀라 물러간다.'는 속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웃집 남편이 바람둥이였다. 장사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이것 저것 퍼주었다. 아내가 울며 하소연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동네 어른들은 우는 아내를 불러놓고, '남편의 속옷을 가져다 녹슨 가위로 자른 다음 흐르는 물에 던져버려라, 그렇게 하면 남편이 가위 독이 올라 바람을 쓰지 못한다.'고 알려주었다. 실제 효력이 통했는지 모르지만, 그후 남편의 바람기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다."고 부연했다.

장 씨는 "북한정권은 주민들에게 미신을 믿지 말라고 선전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정권을 믿을 바엔 미신을 믿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가위에 대한 미신도 불길함을 막고 잘살아 보려는 주민들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