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침투로가 되고 있는 중국 루트를 차단할 외교적·기술적 대안이 시급하다. 갑자기 지하철이 충돌하고, 미사일이 오작동을 일으키고, 원전마저 폭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재앙이 공상과학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메트로의 컴퓨터 서버가 북한 정찰총국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조직에 의해 해킹돼 최소 5개월 이상 장악됐던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에 의해 파악돼, 지난 4일 서울메트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미리 발견돼 다행이지만, 하루 42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이 테러 위험에 놓여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하철뿐이 아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5월 삼성SDS 등 방위산업체 2곳의 전산 시스템이 뚫려, 군 전술망 네트워크 체계와 전술지휘통제 자동화 체계(C4I) 관련 정보가 해킹됐다. 군 작전지휘 및 통신체제가 교란·마비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또 대학병원 전산망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장악당한 적도 있다. 경찰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북한이 정보보안업체인 하우리의 업무용 PC를 해킹한 뒤, 이를 이용, 서울 모 대학병원의 중앙통제시스템과 관리자 PC를 완전히 장악했다. 사실 북한의 사이버 침투는 오래전에 시작됐다. 2013년 3월 주요 언론기관과 금융기관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이버테러, 그리고 지난해 말 한국수력원자력을 해킹한 뒤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던 협박 등이 모두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됐다. 알려진 것만도 이 정도니, 아직 파악 안 된 것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사이버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비론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 아니다. 앞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이버전쟁은 한반도에서 현재진행형이다. 더 이상 미래의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사이버전쟁을 수행할 통일된 사령부를 건설해야 한다. 현재 국정원·군·경찰이 각자의 영역에서 분전하고 있으나, 한계가 많다. 이를 통합·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침해 대응이 주 임무인 정부합동수사단으론 역부족이란 사실은 이미 원전 해커 수사 등을 통해 입증됐다. 둘째, 사이버 침투로가 되고 있는 중국 루트를 차단할 외교적·기술적 대안이 시급하다. 사이버 공격은 중국 선양 등을 경유해 진행되고 있다. 과거 남베트남을 붕괴시켰던 ‘호찌민 통로(Hochiminh Trail)’의 한국판 사이버 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셋째, 사이버전은 사상전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원전이나 지하철 못지않게 우리 젊은이들의 두뇌를 오작동시키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북한 요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임진왜란 직전의 당파싸움을 보는 듯하다.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는 내버려둔 채, 자신들의 게임 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당파적 이익 때문에 거짓 보고를 했던 동인(東人)처럼 사이버전을 진영론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서인(西人)이 잘한 것도 아니다. 말로만 준비를 외쳤을 뿐, 실질적 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sjhw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