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부자집 청년과 혼인하겠다는 고집스러운 딸이 잘 안될 경우에 부모밖에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딸도 부모도 안다.

*오바마의 '동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East Asia)' 정책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으로 1조 달러를 쓰면서 헤매고, 정부 부채 과다 등 미국의 경제력이 쇠태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우고 급속히 浮上함에 따라 미국이 아시아에서 떠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일부의 성급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012년 미국의 對아시아 정책으로 선언되었다.
초기에는 이 정책이 실체가 없는 선언적 의미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회의적인 해석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이제 그 정책의 모습들이 보다 선명하여지고 있다.

-안보, 경제, 군사적 요소를 갖춘 광범위한 외교 전략이며, 역내 동맹국들과의 안보 관계 강화, 군사력 보강, 경제협력 강화(TPP) 등 구체적인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은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하여는 협력과 견제의 양면을 포함하고 있는데, 중국으로 하여금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현 국제정치 질서의 현상유지를 인정하고 환경문제와 같은 국제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설득하는 반면에,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하여는 군사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인 것은 아래와 같은 문제들에 대하여 한미 양국이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 중국의 정책이 아시아에서의 현 국제질서를 변경하려고 하는 현상변경적 성격인지 여부
b.한국의 親중국 정책이 미국의 對아시아 정책과 조화할 수 있는지 여부


(a) 문제에 대하여 박근혜 정부와 언론 그리고 학계를 포함한 우리나라 여론선도층에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의 안보법제 강화를 현상변경이라고 보는가 하면, 중국의 전승일 기념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을 지지함으로써 중국의 대국굴기의 염원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같은 제국주의 희생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동정의 감정이 우세한 듯하다.
정부로서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이야기하였다(As I communicated to President Park, the only thing we are going to insist on is that we expect the ROK to speak out on that…:내가 박 대통령에게 이야기하였듯이, 미국이 한국에게 앞으로 계속 주장할 것은 중국이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대한민국도 그 점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이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양국은 2차대전 이후에 존재하여 온 국제규범으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또한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전환 정책의 핵심이라고 했다. 앞으로 美中의 충돌이 가시화될수록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미중 어느 쪽에서든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그것도 너무 빨리.
아마도, 대통령의 안보보좌진들은 미중 간의 협력과 대결이라는 복잡한 구도 속(아시아에서의 파라독스)에서 우리가 분명한 입장을 취하기가 너무 벅차고 위험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그사이에 협력의 부분을 확대하고, 대결의 가능성이 줄어들면 우리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이다.

(b) 문제에 대하여 박 대통령은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 같다. 대통령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한국의 對중국정책이 시너지효과가 있고, 양립 가능하다고 했다. 즉, 미국의 아시아회귀 정책에서 협력부문 확대에 우리가 기여하면 결국에는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된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하여 오바마는 조건적인 지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이니시어티브'를 지지한다고 하였다.
박 대통령의 구상은 한중일 3개국이 아시아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을 함으로써 대결양상을 피할 수 있다는 희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한반도 통일을 통하여 동아시아의 번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매우 낮은 수준의 신뢰 상태에서 3개국이 협력의 장을 마련한다면, 기술적 문제(환경 등)에 국한할 것이다. 북한 문제 해결도 요원하고 결정권이 북한에 있는 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의 전략이 유효 하려면,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대결적인 상황으로 악화되지 않아야 하며, 그러기 위하여서는 중국이 현상변경적인 정책을 더 이상 취하지 않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시진핑에게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그러한 이슈에 대하여 시진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간, 일본과 중국간에는 고위급 안보전략 대화가 있다. 이들 대화채널을 통하여도 해결하지 못하는 신뢰결핍 문제를 3개국의 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결국 큰 그림, 즉 아시아에서의 현 국제정치질서를 어떻게 발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미국과의 담판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이 사업에 중국과 일본은 판을 깬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만 참여할 것이며, 그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니시어티브는 중국의 현상타파적 정책 중단이라는 브레이크 없는 기차를 멈추어야 하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매우 낮은 기대 속에서 출발하여, 동북아에서의 국제질서의 안정화를 위한 어떠한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을 맺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대통령의 對중국 정책은 미국으로서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저돌적인 주장에 직면한 미국 오바마는 마치, 장성한 딸이 동네 부자집 청년과 혼인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인생살이 많은 부분들을 경험으로 그 결과를 아는 부모로서 걱정은 되지만 더 이상 반대는 할 수 없고 해서 딸에게 앞으로 자신의 앞일을 책임지라고 다짐을 받고 한 발 물러서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고집스러운 딸이 잘 안될 경우에 부모밖에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딸도 부모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