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질문, “성공한 우리 역사에 왜 실패한 북한 역사와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인가? 굳이 비교한다면 한국은 성공했고 북한은 실패했으니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쓰면 되지 않나? 그리고 성공에 가려진 과오나 시행착오가 있다면 교훈이 될 만한 것을 가려서 실으면 될 것이다.

일부 반정부 세력들이 역대 애국대통령들을 미워하고 헐뜯다 보니 자연히 북한의 주장과 흡사해져 버린 게 우리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 교과서를 쓴 자들이 설마 북한을 찬양하고 싶기야 하겠는가?

앞으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면 필연코 친일미화니 독재미화니 하는 주장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우리 역사에서 일제시대를 뺄 수도 없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을 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 정권들이 몹쓸 정권이었고, 북한 정권이 손톱만큼이라도 정당성이 있다면 지금 남북한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인민을 앞세운 북한이 인민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는 북한의 현실은 덮고, 우리 선배들이 이룩한 이 자유로움과 상대적 풍요를 맘껏 누리면서 원숭이 이잡듯 과오 찾기에 열중하는 자들, 이들은 무시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강대교는 일제시대 때 만들었다. 한강대교 뿐 아니라 일제시대 때 만들어 지금도 잘 쓰는 것들이 많다. 나는 언젠가 일제의 유산이자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지적도'를 찬양한 바 있다. 직장생활 당시 지적도를 자주 접하는 일을 했다. 발품을 팔아 전국토를 조각조각 연결시켜 그린 지적도를 대할 때마다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를 지금도 잘 쓰면서 욕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지적도를 말하면 친일미화가 되는가?

또한 우리는 지금 자유민주주의 나라에 살고 있으며 이 나라를 세우는데 어떤 이의 노력이 있었는지 알아야 하고, 우리가 상대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기반시설인 경부고속도로나 포항제철(현 포스코), 석유화학산업단지,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 등은 어느 선각자의 노력으로 건설되었는지 알아야 하며, 88올림픽을 유치하여 한국의 기상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대통령 단임의 약속을 지켜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한 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이를 실현한 대통령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야 한다. 이게 한국의 역사 아닌가? 이 찬란한 역사의 뒤꼍에 묻혀져 있는 부작용이나 시행착오 등은 그것대로 조명하여 후세에 교훈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즉 우리가 역사를 말할 때는 자랑할 것들을 한껏 자랑하고 치부는 꼭 들춰야 할 것들만 들춰 반성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이런 나라를 있게 한 선배 세대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과 아울러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망해야 할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업적은 업적이 아니라 탄압이었다는 식의 역사관은 근본이 잘못 설정된 것이다.

북한 역사에 대해 우리가 꼬치꼬치 배워야 할 것은 없다. 6.25남침을 비롯한 북한이 저지른 지난날의 도발이나 과오를 모두 용서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 핵무기를 숨겨 놓고 공공연히 '서울불바다' 협박을 하며 우리 초소 앞에 몰래 숨어들어 지뢰를 묻어놓고 가는 저런 패악무도한 집단과 우리 사이에 무슨 균형이 필요한가? 반면교사는 지금 보고 들으며 겪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의 역사에 북한이 어떤 걸림돌이었는지나 가르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남이냐 북이냐 둘 중에 하나의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조선의 군주시대로 돌아가 핵무기를 들고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과 대적하며 세계의 왕따로 사느냐, 아니면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상대적 풍요를 유지 발전시켜 인류공영에 합류하느냐 이 말이다. 여기에 무슨 균형을 말 하는가? 아이들에게 이 쪽이냐 저 쪽이냐 선택하라고 할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