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지식이 너무 빈약하다. 사회가 지식에 기반을 둔 깊은 思惟에 의하여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선동가·독설가들이 집단적 광기로 몰고 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단순 소박하다. 이 단순함은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일상생활에서는 놀라운 매력을 발산한다.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 편하게 해준다. 단순성은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어 놀라움이 없다. 그래서 편하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 가면 모든 음식이 테이블에 다같이 등장한다. 다음에 무슨 음식이 나올지 궁금해하지 않고 편안히 먹을 수 있다. 이러한 양태는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서도 보인다. 한민족 DNA에 각인되어 있는지, 또는 성인군자상을 추구하였던 조선 500년 유교의 획일화 영향인지 모른다.

단순함은 사고, 행동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움직임을 특징지운다. 한국인은 명확한 것을 선호한다. 흑과 백, 옳고 그름 등 칼로 자르듯 분명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그래서, 말도 단도직입적으로 해야지, 돌려서 말한다든지 애매하게 말하면 마음이 음흉하다고 하든지 믿지 못할 사람으로 치부된다.

일전에 어느 언론사가 중국인 사업가들에게 한국인들하고 사업하는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를 기사로 실은 적이 있다. 중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 파트너들이 너무 솔직하게 단도직입적으로 마음의 이야기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솔직함이 나쁘지만은 않을 때도 있지만, 거칠고 소양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중국 사람들만에 제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도 그러하고, 유럽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세련된 문화를 가진 그들은 강요되지 않으면 항상 수사를 통하여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생각이 단순하기 때문에 용감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 지도자, 기업가들도 직감에 의존하여 과감하게 결정을 한다. 거기에는 수많은 데이터의 해석이나 자세한 지식이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깊은 숙고가 결여되어서 사회가 휘청거리기 일수이다. 사회가 지식에 기반을 둔 깊은 사유에 의하여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선동가, 독설가들이 얄팍한 지식을 바탕으로 선무당 사람 잡듯이 어려울 때에 사회를 집단적 광기로 몰고 간다. 그간 미선/효선 사건, 광우병 소동, 그리고 세월호, 메르스 사태가 우리 국민의 정신적 병리상태를 잘 보여주었다.

좋고 나쁨, 그리고 옳고 그름이라는 도덕적 감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많은 지식과 깊은 논리적 사유가 그리 필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사고가 갈라파고스(Galapago)식의 폐쇄성 경향이 있다. 매우 완고하다. 한번 마음의 결정을 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타인 특히 외국인(백인)의 공치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지식부족 상태이다. 인문/사회/자연 과학 전반에 걸쳐서 깊은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드물다. 우리 지식인들 중에 세계 문제를 다루는 지식인들의 경연에 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다다른 사람은 거의 없다. 1998년 외환위기 후에 DJ정부는 미국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게 우리 사회를 평가하는 용역을 준 적이 있다. 그 연구는 한국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 한국사회에 지식이 너무 빈약하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노벨상 시즌만 되면, 노벨상 후보자 양성 방법에 대한 기사는 많지만, 그 장시간의 노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지적 호기심에 대하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제규모 세계 12위 치고는 걸맞지 않는다. 아마도, 밤낮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움직인 노고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사를 양극적 사고로 보기 때문에 양극의 중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모호성은 인정이 되지 않는다. 개인도 사회도 모순과 상충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모호한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한자에 현명이라는 단어는 희미해서 애매한 상태를 잘 파악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현명함이 부족하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역사논쟁도 따지고 보면, 세상사에서 불가피한 이상과 현실 차이의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일단의 비현실적 극단주의자들의 역사관 내지 우리 사회에 대한 정신분열적 판단을 깨어있는 국민들이 거부하는 데에서 발생하였다. 그들의 시각과 기준으로 보면, 북한을 빼고 모든 국가의 역사는 바벨탑처럼 부수어 버려야 할 타락한 우상이다.

단순함은 국제적 관계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역사 이래로 외교의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외교의 전통도 없다. 역사를 통하여 쌓여온 경험들을 통하여 정치 지도자들이 국제관계를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가 없다.

지적 호기심이 결여되어 있기에 주변 국가들에 대한 탐구도 부족하다. 수천 년 이웃으로 같이 살아온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 동맹인 미국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이다. 좋고 싫다는 감정만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우리를 강탈했을 때의 강대국들의 국제관계에 관한 우리 학자들의 연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게 되면 매우 놀라게 된다. 때만 되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손가락 절단하고 감정을 배출하지만, 깊이 연구하지는 않는다.

그 예외는 이승만 대통령이다. 그이는 수천 년 역사에서 극히 드문 예외이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지자 같은 인간이다. 그 분이 지금의 우리 외교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개인도 잘 되는 사람과 친해야 상승하듯이, 미국의 압도적 굴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였던 이 대통령이 미국의 등에 올라탄 덕택에 우리는 평화와 번영의 시간들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 우리는 대륙세력을 대표하는 중국과 공존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거대한 행성이 너무 가까이 있기에 그 중력은 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말 어려운 안보적 과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노선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親美와 親中이라는 매우 단순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논쟁의 초점은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어야 한다. 모든 논의의 바탕은 그 가치에 걸맞는 대외관계의 발전 및 유지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가치와 미국의 가치는 정확히 일치하므로, 우리와 미국의 관계는 매우 바람직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떠한 가치를 바탕으로 추구되어야 하는가? 그 가치와 충돌하는 현실적인 제약을 어떻게 조화하여야 하는가? 불세출의 전략가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에게 어떠한 묘수를 제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