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2015년 기준 한국 GDP(국내총생산량)는 1조4351억
달러로 세계 11위다. 외형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인을 선진 국민(시민)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는 아직 드문 것 같다. 전반적 행동 및 인식
수준이 여전히 외형(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태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극단적 예는,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한국인들
이 보여주는 행동 및 의식이다. 이 경우, 평소 다른
방면에서 한국인들이 보여 주는 수준에서 많이 '벗
어난' 형태로 전개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다. 평소 안그러다가도 일본만 관련되면 한국인의
의식과 행동은 거의 '딴 사람' 수준이 된다. 이러한
한국내 '특수 사정' 때문에, 밖(외국)에서 볼 때 쉽
게 수긍 안 가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후의 오찬 件도 그 중 하나다. 외교상 발
생하기 힘든 케이스(오찬無)가,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에 쉽게 발생하고 만다. 이번에 일본 언론은,
"아베 수상과 박 대통령이 친밀하게 식사하는 모
습을 한국 국민들이 보게 되는 것을 박근혜 정부
가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전했다.
현실적으로 틀리지 않는 내용이다. 위안부 등 문
제가 아직 해결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들 앞
에, 한일 정상이 서로 친밀해 보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고 정부 당국자들(보좌관 등)은 판단 내
린 듯하다.

前에, 오바마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회담할 때, 한
국말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아베 수상을,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무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
본과 관련한 한국내 이러한 '특수 사정' 때문에,
대통령 등 국가 리더가 평소 큰 부담(압박)을 느끼
게 되고,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나는
현상(오찬無, 한국말 인사 무시 등)이 초래되는 것
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내 기업체 역시, 이러한 '특수 사정' 때문에 강
한 압박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정 기업이 비지니
스에 치명적인 자해행위(외국 행사 하루전 일방취
소 등)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까
지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 리더나 기업체가, 한
국내 '특수 사정' 때문에, 외교무대나 비지니스 현
장에서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하는 이같은 '무리한
처신'들에 대해, 평소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일부 외
국인들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겠지만, 보통의 경
우는, 한국을 당혹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
이다. 결국, 일본을 향한 한국인들의 '특수한 감정'
은, 스스로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후, 오찬은 했어야 옳았다. 그랬
다면, 일본내 부정적 보도('일본 홀대')도 없었을 것
이고, 한일관계에 있어 오히려 성숙된 한국의 모습
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오찬을 가
졌다면, 정부의 우려대로 과연 정말로 많은 한국 국
민들이 정부를 향해 '굴욕외교'나 '친일정부'라는 등
의 비난을 가하는 상황이 전개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막상 그러한 현상은 없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다만, 일부 친북좌경 세력의 비난('굴욕
외교' 등) 재료로는 요긴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세
력은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
런 식일 것이다. 정부가 이들 부류(친북좌경)를 지나
치게 의식해, 행동에 제약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
다.

의연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1세기, 세계 경제
11위 강국답게, 일본을 향해서도 이제는 좀더 성
숙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는, 일본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