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이 찢어진 돈을 쓸어담아 중앙은행에 들고 가서 새 돈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스트리아의 85세 할머니가 양로원에서 숨지기 전 자신의 전재산인 95만 유로(한화 약 11억8000만 원)를 현금으로 찾아 갈기갈기 찢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유는 가족에게 상속하기 싫어서라고 한다. 아마도 할머니 살아계실 때 가족들이 많이 섭섭하게 한 듯하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쏟는 사랑과 정성은 자식들의 웬만한 불효쯤에는 끄떡도 없는데 그 한계점을 넘었던 듯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할머니의 뜻과 달리 이 돈은 중앙은행에서 남은 가족에게 새 돈으로 모두 바꿔주기로 했다.

우리 법에도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있다. 이는 법정상속주의로 亡者의 재산 중 일정 지분을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 법정상속인들에게 주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망자가 죽기전에 모든 재산을 특정 제3자에게 주도록 유언을 남겼더라도 법정 지분(2분의 1)만큼은 상속인들이 청구하면 나눠주게 되어 있다. 1순위 상속인이 없거나 상속을 포기하면 2순위 상속인(형제자매/3분의 1)까지 이 법의 효력이 미친다. 그래서 망자가 죽기 전에 좋은 뜻으로 전재산을 교육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더라도 상속인들이 자기 몫을 달라고 청구하면 줘야 하는 것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여지가 있겠으나 전재산을 현금으로 찾아 갈기갈기 찢은 오스트리아 할머니처럼 "가족들에게 한 푼도 물려줄 수 없다"는 의지가 너무나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이 찢어진 돈을 쓸어담아 중앙은행에 들고 가서 새 돈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망자가 이를 알면 얼마나 원통해 하겠는가? 망자가 모른다고 해도 산 자들의 양심은 남아 있어야지.

젊은이들이여, 부모나 어른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라. 늙으면 서러운 생각이 자주 든다고 한다. 그대들도 부모 되고 늙으면 죽게 될 것이니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