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이미 훌륭한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옛날 식민시절의 과거(테러리즘)에 매몰되는 것은, 한국인의 정신건강과 국제관계로 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시모카와 마사하루(下川正晴)/마이니치(每日)신문 前논설위원
(주요내용 발췌)

10월 중순, 약 1년 만에 서울을 방문했다. 많은 한국인을 취재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관련한 박물관 몇 군데를 가보았다. 박물관은 한 마디로,
'시골 민족주의' 전시장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김구
기념관'(金九記念館)이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 만들어졌다. 용산
효창공원에 있는 2층의 훌륭한 건물이다. 김구(金九, 1876~1949)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때부터 독립운동가였고, 테러리스트 조직 '한인
애국단'(韓人愛国団)을 이끌었다. 日本人으로서 전시관 관람 포인트
는, 임시정부측(한국독립군)이 日本軍과 한 번도 싸워본 일도 없으면
서 1945년 8월15일 종전(終戦)을 맞았다는 것을 표시해주는 안내(지
도)가 게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승국(戦勝国)이 될 수 없었던 것에
서 비롯되는 콤플렉스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념관 바깥에는 이봉창(李奉昌) 의사(義士) 동상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봉창은 1932년 1월8일 동경(東京)・경시청(警視庁) 앞에서 쇼와
(昭和) 천황 열차를 향해 수류탄을 던진 인물이다. 수류탄은 열차에
미치지 못하고 폭발했다. 천황 수행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봉창
은 김구의 비밀조직 '한인애국단' 테러리스트 1호였다. 이 동상 디자
인은 비장하다. 폭탄을 던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보았다.
놀랐다.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이러한 것이 얼마나 '국제적으로 무례한
동상'인 줄을 모른다. 이 동상은 1995년 11월6일 건립되었다. 표시된
'건립문'(建立文)'은 이런 기술(記述)이 나온다.

<나라가 일제(日帝)에 의해 강점된 시기에, 조국 광복을 위해 몸을
던진 이봉창(李奉昌) 의사는…동경(東京)에서 관병식을 끝내고 돌
아가던 '히로히토(裕仁)'를 향해 폭탄을 던지고…체포되어 형무소
에서 32세로 순국했다. 의사(義士)의 위대한 애국사상과 독립정신
을 기리기 위해, 광복 50주년과 의거 63주년을 맞아 동상을 세운다>

안내문에 쇼와천황(1989년 死去)의 이름(히로히토)을 직접 기술해
놓았고, 동상은 폭탄을 던지는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건립문에는 '동아일보社' 후원이라고 나온다. "한국의 신문사는
이러한 저급한 국위선양에까지 앞장서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동상건립에 뜻을 모은 분'이라는 안내도 있었는데, 여기에,
'이봉창 의사 의거 및 순국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회장'으로
나오는 박태준(前국회의원)씨 이름이 보였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이다. 박태준씨(2011년 별세)는 포항제철 창업자이자 총리까지 지
낸 지일파(知日派)다. '한국과 일본 간 가교역할'을 하는 대표적
인물로 인정받는 한국 보수계 중진의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모습인
셈이다.

지하철 강남역에서 신분당線으로 갈아타고 '양재시민의 숲'역에 내
려 5분 걸으면 '윤봉길 기념관'이 나온다. 김구 기념관과 똑같이 2층
이며 1989년에 세워졌다. 독립후, 이승만(李承晩) 대통령과 대립한
좌파 정치인 김구의 기념관이, 김대중 정권 시절에 세워진 것에 비해,
윤봉길(尹奉吉)은 좌우를 망라한 포괄적 의사(義士)로서 추앙되고
있다. 윤봉길(尹奉吉)은, 1932년 4월29일 상해(上海)에서 발생한
'上海天長節爆弾事件'의 범인(犯人)으로, 김구의 '한인애국단' 테러
리스트 2호였다. 이 기념관 전시내용도 외국인 입장에서보면 도(度)
가 지나치다. 1층 전시 내용이 특히 그렇다. 폭탄공격을 받아 사상
(死傷)한 日本人 사진을 일일이 개인별로 전시하고 있다. 사진에
붙은 설명문은, <전신(全身)에 24개의 파편이 박혀 사망한 시라
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대장>, <한쪽 눈을 실명(失明)한 노무라
기치사부로(野村吉三郎) 중장>, <한쪽 다리를 절단한 오에다 겐키
치(植田謙吉) 중장>,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무라이 구라
마쓰(村井倉松) 총영사>, <한쪽 다리를 절단한 시게미쓰 마모루(重
光葵) 공사>라는 식으로 나온다. 당시 '上海天長節爆弾事件'에서는
日本人 민간인 사상자도 나왔다. 상해 日本人 거류민단회장 가와바타
사다쓰구(河端貞次)씨(의사,医師)가 사망했고, 거류민단 서기장 도모
노 시게루(友野盛)씨가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들의 사진은 전시되
어 있지 않았다. 80년이나 훨씬 지난 옛날 '테러 성과'를 일일이 사진
으로 과시하고 있지만, 민간인 사상(死傷)에 대해서는 은폐하고 있다.
애국교육 차원에서 이곳을 견학 오는 많은 한국의 중학생 등 학생들
은 이것을 보고 장차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것인가? 독립국가
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과, 이웃 나라를 향해 적개심과 복수심을
기르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다음날, 필자는 평소 알고지내는 한국인 역사학자를 만났다. 그에게
핸드폰으로 촬영한 윤봉길 기념관 전시내용을 보여주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이렇게 전시되어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수년
전까지 한국 국책역사기관의 TOP이었던 인물이다. 그런 그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은 '시골 민족주의 애국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서울역 앞에도 테러리스트 동상이 서 있다. 오른 손에 수류탄을 쥐고,
던지고자 하는 구도로 되어 있다. 참으로 이 나라(한국) 사람은 폭탄
던지는 동상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서울역에 있는 것은, 조선총독
(朝鮮総督)을 향해 폭탄을 던지고 사형(死刑)당한 강우규(姜宇奎)의
동상이다. 1919년 9월2일 제3대 조선총독으로 임명받은 사이토
마코토(斎藤実)가 서울역에 도착하자, 폭탄을 던졌다. 총독은 무사했고,
日本人 경찰관 등 37명이 사상(死傷)했다. 이 동상이 설치된 2011년
당시 산케이(産経)의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특파원은 동상 설치에
반대하는 기사를 썼다. 한국측의 이러한 '무신경'(無神経)한 처신들의
연장선상에, 日本 대사관 앞의 '위안부상(慰安婦像)'이라는 국제조약
위반 사례도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시골 민족주의'는 日韓관계를 위태롭게 만든다. '시골 민족
주의'는 다소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이만큼 적확(的確)하게 한국의
실태를 잘 나타나내는 표현은 없다.

4년 후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3𞧏 독립운동'
100주년이므로 그렇게 된다. '임시정부' 이슈가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對日 역사공세도 향후 강해질 전망이다. 북한
(金日成 사상)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정통성'을 내세울 때,
이러한 '임시정부'야말로 최대의 '알리바이'가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 한국은, '역사교과서 문제'로 비등한 상태다. 좌파
교과서가 범람하고 있는 관계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임시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점은 핵심이 된다.

귀국하는 날 아침, 공항버스로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향하는
도중, 경향신문사(京郷新聞社) 빌딩 반대측을 '역사공원'으로 조성
하는 것에 대해 현지 주민들이 반대하는 플레카드 등을 붙여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몇 년 후에는, 계획대로 역사공원이 조
성되고 '과잉포장'된 '한국역사'가 여기에 전시될 것이다. 한국인
들은 과거 '친일(親日)'의 시대와 '개발독재(開発独裁)' 시대를
오직 수치스러운 것으로만 인식할 뿐, 그로 인해 얻어진 유산(遺
産)을 돌아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하
며 내세우는, "親日과 독재의 역사를 고착화시키지 말라"는 주장
등은 대표적 케이스다. 이런 식이라면, 얄팍한(단편적인) 역사관
밖에는 안된다. 선인(先人)들의 노고(労苦)를 전혀 생각해주지
않는 역사관이다. 한반도에 살았던 이전 사람들의 발자취가 그
렇게도 가치가 없었던 것인가?　

이번에 서울 여기저기에서, 테러리스트를 '항일의사(抗日義士)'
로 치켜세운 동상을 보았다. 이것들은 1980년대 이후 세워진 것
이다. 한국인들의 무신경(無神経)에 놀라울 뿐이다. '한국 내셔
날리즘'의 실태를 느끼게 된다. 약소민족(弱小民族)이 테러리즘
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보이는 일은, 오늘날에도 존
재한다. 하지만, 과거의 일을 '역사의 교훈'으로서 어떻게 기록
하고, 어떻게 표상(表象)하는가의 문제는 몹시 중요하다. 경제
적으로 이미 훌륭한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지금도 여전히 옛날
식민시절의 과거(테러리즘)에 매몰되는 것은, 한국인의 정신
건강과 국제관계로 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