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는 김일성의 흉계를 알게 된 후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태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대중 역시 북한을 방문한 뒤….
1948년 7월11일 오전 11시 무렵 金九의 자택으로 방문한 UN 한국위원회의 중국 대표인 劉馭萬(유어만) 公使에게 김구가 했다는 발언 中에서.

<내가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지도자 회의에 참석한 한 가지 동기는 북한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보려는 것이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앞으로 북한군의 확장을 3년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 남한에서 무슨 노력을 하더라도 공산군의 현재 수준에 맞서는 군대를 건설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비난을 받지 않고 아주 손쉽게 그것(북한군)을 南進(남진)하는 데 써 먹을 것이고, 단시간에 여기서 정부가 수립될 것이며, 인민공화국이 선포될 것입니다.>

이 발언 내용을 음미해 보면 김구는 러시아가 직접 드러나지 않게 김일성을 내세워 남침을 감행할 것이고, 남쪽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를 막을 힘이 없다는 것과, 따라서 머지않아 한반도에는 인민공화국(공산국가)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승만의 대한민국 정부수립에는 반대할 뿐만 아니라, 곧 사라질 텐데 건국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반도에서 외국군을 철수시키고, 그래도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며, 이승만 주도하의 남한 단독선거를 인정치 않고, 나머지 정당과 사회단체가 주도하여 정부를 수립한다'는 요지의 4·30 공동성명에 김일성, 김두봉, 김규식 등과 함께 합의서명을 하고 온 상태였다. 김일성은 이 합의가 있기 전인 1948년 2월 8일 이미 조선인민군을 창설하고, 며칠 후에는 지난해(1947년)에 작성된 임시헌법 초안을 '全 인민 토의'에 붙이는 등 북한정권 수립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연석회의는 김일성체제를 세우려는 전략에 들러리 선 꼴이 되고 말았다.

김구의 처신으로 보아 처음에는 어떻게 하든 통일한국이라는 희망에 집착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나, 이 집착이 김일성에게 이용당하는 빌미를 주게 된 것으로 여겨지고, 김일성의 흉계를 알게 된 후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태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측했으면서도 이를 막기 위한 그 어떤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비록 반기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적어도 한반도 적화를 내심 받아들일 준비를 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이다. 그런 생각과는 달리 성명서에는 '내전이 발생할 수 없다'고 확언하였으니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국민들을 속인 것이다. 실제 1949년 6월 미군이 철수하자 1년 뒤 김일성은 남침을 감행하였다.

(김대중이 2000년 6월 당장 통일이라도 될 듯이 떠들썩하게 북한을 방문하고 와서는 '북한은 핵개발을 하지 않고 계획도 없다'는 확언을 했으나 그로부터 5년 뒤 김정일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그 이듬해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핵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닮은꼴이다.)

아찔한 생각이 들지 않는가?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 김구의 판단이나 바람(?)대로 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지도자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지금 이승만을 증오하고 김구를 떠받드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