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하고 균형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또는 교육감 자리를 꿰차고 국가를 해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대통령이 어제(15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국회의장실로 보내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 경제 활성화 관련 2개 법안, 테러방지법안' 등의 직권 상정을 요청한 데 대해 검토해보겠다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늘 "현 경제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정 의장의 비상사태가 아니란 주장이 법리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판단하고 말 일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저렇게 조바심을 내는 것은 '비상사태'를 당하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하고 난 다음에는 헛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칠 때도 '비상사태'로 볼 수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당시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던 정부부처에서는 나름대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노동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주문했었다. 야당과는 도저히 합의가 되질 않자 여당 국회의원들을 동원하여 관련법안들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야당뿐만 아니라 노동현장의 '날치기 통과'라는 극한 반발에 부딪히자 무효화시키고 말았다. 그러자 국제금융은 한국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자금회수에 들어갔고 결국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는 사실상의 '비상사태'가 온 것이다.

경험상 박근혜 대통령은 좀처럼 감정을 고조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아 박 대통령이 초조해 하고 있는 관련법들이 국회에 계류된 지 이미 1000일이 지났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저렇게 안달을 할 때는 더 기다릴 수 없는 막다른 길에 와 있다는 상황인식들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아예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작정을 한 것 같고, 국회의장은 모양 내는 데만 신경 쓰고, 여당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현 상황은 제2의 경제위기가 닥칠 前兆(전조)로 보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은 망할 것이다. 저주가 아니라 진단이다. 가볍게 봐도 아시아의 추락한 용이 될 것이요, 심각하게 보면 남과 북이 서로 먼저 망하기 경쟁에 돌입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우리는 스스로 까불기 때문에 맷집이 北보다도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김영삼 정권에서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씨의 회고(경향신문과의 최근 인터뷰)를 한번 들어보자.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다. YS의 임기 말.

"하나회 청산의 신선한 바람이나 공직자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에서 온 감동이 결국은 동력을 상실하면서 민주개혁 쪽으로 못갔다. YS도 점점 보수화되다가 결국 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하게 된다. 내가 대학총장 때인데 ‘YS 정권의 집단 치매증’이라고 썼다"

좌익 성향의 한완상씨는 1997년 노동법 통과에 대해 아직까지도 날치기로 보고 있으며, 이를 (민주개혁을 잊어버린) '집단 치매증'이라고 했던 당시 인식에 대해 수정할 생각이 없다. 그는 이어 "게다가 97년 국제통화기금(IMF) 벼락까지 맞았다. 그해 말에 청와대에 들어갔더니 YS가 ‘우리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거덜날 줄 몰랐다’, ‘하루 빨리 청와대에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겠나"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던가, 용감하게 일을 저질러 놓고는 골치 아프니 대통령도 싫다는 YS의 무책임감, 이게 민주팔이들의 정체다. 이들(DJ, 노무현 등)은 임기가 끝나자 기진맥진하여 청와대에서 기어나오듯 했다. 어떻게 이런 자들을 연달아 대통령 만들었을까? 그리고 아직도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많은 국민들이 모른다는 말인가?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사의한 일이다. 장기집권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능력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온전하게 굴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능력과 진정성 있는 사람은 밉고, 선동이나 사기에 유독 취약한 국민성이 결국 잘못된 길을 택해 꾸역꾸역 가고 있다. 한완상 같은 무책임하고 균형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사회지도층 인사로 대접받고 있으며, 그런 부류들이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또는 교육감 자리를 꿰차고 국가를 해치는 일에 열중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