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해자니까) 약속을 대충 안지켜도 괜찮고, 일본은 (가해자니까)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패턴에 체화(습관화)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 여당 국회의원의 위안부 관련 발언("위안부는
직업적 매춘부")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합의 17일
만에 일본 집권당 의원이 '망언'>이라는 제목 등으
로 보도하며 일본을 비난했다. 정부(외교부) 역시
논평을 내고 일본을 비난했다. 일본측 발언자는
당일 즉시 "내 발언에 오해를 초래할 부분이 있어서
철회한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물러섰고, 아베
수상은 "한일간 합의에 입각해 발언하라"며 일본
정부 및 여당 인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일본에 비하면, 위안부 문제
합의사항에 대한 준수의지가 상대적으로 희박해
보인다. 한국 언론 등은 '합의 17일 만에 망언'이라는
표현으로 일본을 비난했지만, 한국은 불과 '합의 7일
만에' 양국간 합의에 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4일
외교부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
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합의한 내용 중 <2.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 및 위
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인
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는 조항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항에는 분명히 <…노력함>이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한국 정부가 보이는 모습은, 노력의 모습이
아니라, '방관(내지 방조)'에 가까운 모습이다.
나아가 13일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부가 소녀
상 갖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여성가족부는 11일,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
코 등재 추진과 관련해 "비용이 일부 필요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혀, 사실상
향후로도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 활동에
정부가 재정 지원 등을 할 수 있다는 의도를
보였다. 이러한 정부 의도는, 합의 내용 중 <일본
정부는 한국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함>
이라고 나와있는 조항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유네스코는 유엔에 소속된 기관이
기도 하다.

문제가 된 발언을 당일 즉시 취소하고 사과했으며,
최고 지도자(아베 수상)가 자국내 정치인을 향해
"한일간 합의에 입각해 발언하라"고 주의를 당부
하는 조치를 취한 일본 정부의 모습에 비하면, 이
러한 한국 정부의 모습들은 일본 입장에서 보면,
'명백하게(노골적으로)' 합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많은 한국인들이 이러한 '객관적 현실'
('한일관계에 있어, 한국측이 주로 약속 안지키
는 경향')을 스스로는 거의 못느끼는 경향이 강
한 것은, 그 동안의 한일관계가 "우리는 (피해자
니까) 약속을 대충 안지켜도 괜찮고, 일본은 (가
해자니까)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흘러온
측면이 강하고, 한국인들은 이러한 패턴에 체화
(습관화)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쉽게 말해, 한일관계에 있어, 많은 한국인
들이 일종의 '로맨스/불륜'式 오류에 빠져있는
상태라는 이야기다. 한국이 합의를 위반하면
'로맨스'지만, 일본이 위반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로맨스/불륜式 오류에 깊이 빠질수록, 상대방을
향한 '억지'와 '생떼'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
며, 오류가 더욱 심해지면 이러한 '억지'와 '생떼'
자체를 부끄러운 것으로 전혀 자각하지도 못하는
단계로까지 가게 된다. 한일관계를 떠나, 교양있
고 품위있는 선진시민이 되기 위해서라도,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조망해 보는 노력
을 기울이는 것이, 反日 성향의 많은 한국인에
게는 특히 중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