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이렇게 일궈놓아서 비자 걱정 없게 만들어 준 앞 세대에 고마워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 아파트 옆 동네에 사는 동남아인 중에 어쩌다 인근 공원에서 만나 알게 된 외국인이 있는데 우연히 추운 날씨에 보게 되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술 한 잔 사겠다고 해서, 의심도 가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모슬램이어서 술도 마시지 못하는 외국인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술은 나 혼자 마시고 가난한 외국인에게 부담 지울 수 없어서 저녁 값도 내가 냈는데 그가 나를 보자고 한 것은 주한 호주 대사관에 자기가 비자를 신청하고자 하는데 대신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직접 하지 나에게 부탁하냐고 물어보니, 한국은 선진국이고 여기는 한국 땅이니 한국인이 대신 신청을 해주면 쉽게 비자가 나올 것 같아서 영어를 할 줄 아니 부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나 이 나라 국민을 높이 평가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실로 황당한 협조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대감을 줬다가 비자가 발급되지 않으면 너무 실망이 클 것 같아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도와 줄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혀야 했습니다. 다음과 같이 설명해줬습니다.

1. 비자는 본인이 신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신원이 불확실한 자, 특히 최근에는 테러범의 문제로 비자를 대행, 그것도 외국인이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비자를 받으려면 본인의 인터뷰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엄격할 정도로 비자 업무는 은행에서 돈 찾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은행에서도 남을 대신해서 돈을 찾으려고 하면 절대로 안 주는데…)

2. 비자는 신청자의 국적국에서만 원칙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이미 비자가 발급된 여권을 분실한 경우 등)를 제외하고는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은 자신의 국적국(모국)에서 해야만 합니다. 왜 불가하냐면, 특정인에게 비자를 발급해도 좋은지 신원을 파악하고자 할 경우 때론 주재국 대사관에서 한국 관련 정부 기관에 문의하는 경우(전과 여부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 외국인에 대한 기록은 한국에 없고 그 사람의 국적국에 있기 때문에 불가합니다.

3. 한국의 국가 공신력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 갈 정도로 높습니다. 전 세계 98% 국가는 한국 국민이 비자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나라들입니다.

이 사람은 한국에 들어와 있음을 기회로 대한민국의 공신력에 의존하여 비자를 받아보려는가 본데, 이 사람이 특정 국가에 비자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면 본국에서 해당 국가 비자 받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 한국의 국가적 공신력을 이용하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본국에서도 못 받는 비자를 제3국인 한국에서 해당 대사관이 배경 파악도 못하는 데 어떻게 해주겠습니까?

불가능한 일에 시간과 공력을 낭비하려고 하지 말고 고국에 들어가서 모범 시민임을 입증하여 받으라고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크게 기대를 했다가 실망이 커 보였습니다. 더 진행하다보면 안 될 경우 좌절감만 커질 것입니다.

나보고 호주 비자가 있느냐 해서 대한민국은 호주와 비자 면제 협정이 되어 있어서 단기간 여행인 경우 비자가 필요 없다고 대답했더니 더욱 기가 죽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은 나라 잘 만난 덕분에 웬만한 나라 여행하기 위해서 비자 걱정 할 필요 없으니 실감 못하지만 사실 비자 쉽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도 어떤 나라 국민들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과 이 나라를 이렇게 일궈놓아서 비자 걱정 없게 만들어 준 앞 세대에 고마워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