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달러가 아닌 현지貨(원화, 위안화)다. 서로 오고가 봐야 금융위기 탈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27일 朝鮮日報의 <韓·日이 삐걱대는 사이에 中·日은 경제
협의체 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 중에는, 이런 부분이 나
온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
정을 맺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 사이엔 아직 통화 스와프
가 없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은 2012년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맺는 수준까지 진전됐지만…>

<(한국은) 일본이 아니라도 이미 중국과 든든한 통화 스
와프를 맺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기사는, 한국과 중국 간에 현재 통화 스와프가 '달러貨'로
560억 규모로 체결되어 있는 것처럼 썼다. 하지만, 정확
히는, 유사시, 한국이 중국에게 560억 달러에 상당하는
'원화'(현재 원달러 환율 기준 약 67조원)를 빌려줄 수 있
고, 반대로 중국은 한국에게 560억 달러에 상당하는 '위안
화'를 빌려줄 수 있다는 내용의 협정이다. 유사시, '원화'
와 '위안화'가 양국 간에 서로 오고 간다는 이야기다. 그
런데, 문제는, 금융위기라는 것은 주로 국제통화(달러 등)
보유고가 고갈되면서 직면하는 사태인데, 이 경우, 한국,
중국 간에 아무리 큰 금액의 현지貨(원화, 위안화)가 서로
오고가 봐야 금융위기 탈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
이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이 아니라도 이미 중국과 든든한
통화 스와프를 맺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는 기사 내
용 또한 따라서 독자로 하여금 오해(오판)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 된다. 아울러, 기사는 한국과
일본 간,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가 '2012년'에
체결된 것으로 썼다. 하지만 이는 '2011년'의 잘못이다.
2012년은 한일 통화 스와프 규모가 130억 달러 수준으
로 크게 낮아진 해다.

또한, 기사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한일간)
통화 스와프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데 굳이 무리했다간
되레 '한국이 뭔가 불안한 것 아니냐'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는 부분이 나온다. 하지만, 당장
외화(달러)를 빌려오는 조치도 아닌, 유사시 대비용
'통화 스와프 체결'을 놓고, 외부(세계금융시장)에서
'한국이 뭔가 불안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것으로
걱정하는 이같은 공직자의 태도는 부적절해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통화 스와프는, 체결
사실 자체만으로도 불안한 금융상황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 중국 간에는 현재 통화 스와프 체결 교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결이 되면 유사시, 일본은
중국에게 '엔화'를 빌려주고, 중국은 일본에게 '위안화'를
빌려주게 된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통화
스와프다. 중국은, 금융불안(외환위기)시, 일본으로부터
국제통화인 '엔화'를 얻어와 금융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엔화'는 그 자체로서 중국의 외환
보유고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필요시 이 '엔화'를
언제든 '달러'로 바꾸어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일본은
중국 현지貨인 '위안화'를 얻어와 봐야 사실상 이득될
것이 없다. 일본은,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중국이
금융위기로 망가져 일본에게까지 악영향이 초래되는 것을
사전차단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때(2011년) 700억 달러 규모까지
되었던 한일 통화 스와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당시
한국은 유사시, 7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원화'(약 84조
원)를 일본에게 제공해 주고, 반대로 한국은 일본으로
부터 400억 '달러'와, 3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엔화'
(도합 700억 달러 상당)를 제공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
다. 쉽게 말해, 일본은 유사시 도움도 안되는 한국의
'원화'를 가져가고, 반대로 한국은, 요긴한 국제통화
(달러 및 엔화)를 일본으로부터 최다 700억 달러
상당까지 얻어올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한국이 일방적으
로 유리한 통화 스와프였다. 지금은, 향후 세계금융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태이므로 이러한
한일 통화 스와프는 속히 부활시켜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져볼 것도 없이, 한국에게 무조건 유리한, 한일간
통화 스와프 하나를 놓고도, 국민정서(반일 자존심)
를 의식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식의 한가로
운 태도를 보이는 지도자들이, 오늘날 한국의 정치,
경제 등 주요 분야에는 넘쳐나는 듯하다. 진정 나라의
미래만을 생각하며 앞을 보고 열심히 뛰는 지도자라면,
한가로이 국민정서(반일) 같은 것이나 살피는 곁눈질은
할 틈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