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러 나라의 운동 선수나 감독, 관중들이, 한국만큼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일들이 없어서 정치성 발언이나 퍼포먼스를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국제축구대회에서 일본과의 시합을 끝낸 한국
선수가 경기장 안에서 정치성 구호(독도)가 적힌 플래
카드를 흔든 행동 때문에 IOC 징계위까지 열리는 등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한국의 한 대표선수가 공식 인터뷰에서
"한일전은 절대 질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역사적인 부분이 있는데, 마지막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뿐 아니다. 감독도 거들었다. 감독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기자회견에 한복을 입고 등장할
수 있다. 한일전은 특수한 관계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아랍의 운동 선수가 이스라엘과의 시합을 앞 두고, "절대
질 수 없다. 가자지구를 공격해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한
이스라엘과의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라거나, 한국과의
시합에서 이긴 일본팀 감독이 기자 회견장에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해 으쓱거리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선수들의 기량으로만 순수하게 승부해야
하는 각종 국제 스포츠는, 국가 간의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금방 변질되고 말 것이다.

일본과의 국제경기 중에 초대형 현수막 그림(안중근)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미 낯설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도대체 안중근과 오늘날의 축구시합이 무슨 관계가
있나? 한국인들은 일본과 축구시합을 하는데, 일본인들이
경기장에 초대형 '도요토미 히데요시' 현수막 같은 것을
내걸면 기분이 유쾌할 것인가?

이 세상 다른 여러 나라의 운동 선수나 감독, 관중들이,
한국만큼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일들이 없어서
정치성 발언이나 퍼포먼스를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各나라 그들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들이 평소 많아도,
그들은, 최소한의 국제규범('스포츠에 정치 개입 금지')
과, 국제매너('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 자제')를 준수
하는 기본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제규범이나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은 평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같은 태도가 계속 이어지면, '한국은
시골민족주의 스타일'이라는 식의 비아냥 소리를 본격
듣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