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발진은 '상대가 영공을 침범할 경우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영공을 침범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하는 것'으로 봐야 상식적이다
"필요한 감시와 전술 조치들을 충분히 취했다. (중국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전
투기 출격 등 준비도 했다"

1월 31일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2일, 합참 공보실이 밝힌 우리 군 당국
의 입장이다. 이 말대로라면, 우리 군은, 중국의 군용
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는 '순간'(또는 '임박해서'),
지상 대기 중인 우리 전투기를 본격 이륙시켜 대응에
나선다는 뉘앙스가 된다.

이는, 육지를 예로 들면, 적의 전차(탱크)들이 군사분
계선 근처까지 이상 접근하여 기동하는 중인데, 우리
군의 전차들은 주둔지에 머물면서 "아직 군사분계선
을 넘은 것은 아니니까 실제 넘어오면 우리도 출동하
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
어 보인다.

항공기는 보통 고속인데,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확실히 침범하게 될 경우 비로소 우리 전투기가 이륙
을 해도 시간상 아무 문제가 없는지 모르겠다. 만약
한국 군 당국 같은 식으로 터키 공군이 대응했다면,
터키 전투기는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를
조치(격추)하는 것은 아마도 시간상 불가능했을
듯하다.

긴급발진은 '상대가 영공을 침범할 경우에 하는 것'
이 아니라, '상대가 영공을 침범할 우려가 있을 경
우에 하는 것'으로 봐야 상식적이다. 긴급발진은
사전적 대응이라는 이야기다. 한국 군 당국의 지금
같은 방침에 따르면, 1월 31일, 일본 영공을 실제
침범하지 않은 중국 군용기에 대해 긴급발진한 일본
항공자위대의 긴급발진은 불필요한 대응(헛수고?)에
해당하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2015년 4월~12월,
항공자위대 긴급발진 건수는 567건이었다. 이 중,
중국 군용기에 대응하는 긴급발진은 373건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우리 군이
긴급발진했다는 뉴스 같은 것은 평소 거의 없는 것
같다. '상대가 영공을 침범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
긴급발진하는 일본과, '상대가 영공을 침범할
경우'에 긴급발진하는 한국 간의 차이인 듯 싶다.

일반 국민 입장이라면, '영공을 침범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 대응하는 나라와, '영공을 침범할 경우'에
대응하는 나라 중에서, 과연 어느 쪽에 더 높은 점
수를 줄 것인가? 우리 군 당국은,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향후, 국토방위에
보다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