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에게 간청합니다. '非朴', '反朴'이 대통령 품 안에 다 들어오기 전에는 대한민국의 번영이 없습니다.
나의 어머님은 옛날 보통학교를 중퇴하신 학력밖에 없는 분이었으나 사람을 다루는 기능은 매우 뛰어나신 분이어서 대학원을 마친 사람들도 그 어머님에게서 배울 것이 많았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타고나신 그 탁월한 지도력을 국가나 민족이나 사회를 위해서 쓸 수 있는 기회는 없었고 다만 집안 식구들이나 면내에 거주하는 이웃들 사이에서밖에는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습니다.

우리 어머님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셨으면 그 나라가 화목하고 번영하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웃기도 합니다. 내가 어머님으로부터 항상 듣던 교훈의 하나가 "미운 놈 떡 한 개 더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랫사람들에게 떡을 하나만 주면 된다고 합시다. 미운 놈에게도 떡을 한 개 줘야 할 차례가 되었어도 그 놈이 미우니까 주지 않고 넘어가려는 지도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바르게 잘 하려면 그 꼴도 보기 싫은 놈에게는 떡을 하나 더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그 미운 놈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해드리고 싶은 교훈이 그것 하나뿐입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은 전혀 모르시는 어머님이셨지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하여는 일가견(一家見)이 있으셨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여당 안에 친박(親朴)도 있고 비박(非朴)도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친박' 중에서도 '진박'(眞朴)을 구별하고 '비박' 중에는 '반박'(反朴)도 있다면 사태는 심각합니다.

박 대통령에게 간청합니다. 대한민국의 약진을 위하여 '미운 놈 떡 한 개' 더 주세요. '비박', '반박'이 대통령 품 안에 다 들어오기 전에는 대한민국의 번영이 없습니다. 미운 놈에게 떡 한 개 더 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이 나라가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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