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야 할 일에 국회가 정파적 이해에 따라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 나라는 그야말로 '산으로 가는 배' 꼴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정부案이 국회로 넘어간 이후 여야가 협상한다면서 이리저리 뜯고 붙여 누더기로 만들고 나서야 겨우 통과된 것이다.

이 법은 기업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한계업종이나 중복사업을 자발적으로 재편하여 효율을 높이고자 만든 법으로 알고 있다. 이를 위해 걸림돌이 되는 법이나 제도를 완화하여 기업에 활력을 주고 경쟁력을 높여보겠다는 목적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니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더민당은 처음부터 재벌 특혜라며 반대했다. 여당에서는 어떻게든 통과시켜 보려 야당의 주문에 따라 법안을 이리저리 뜯어고치는데 합의하다 보니 내용이 많이 변질되어 과연 당초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날까 우려할 수준이라는 지적(한국경제 등)이 있다.

정부에서 법안을 만들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기대효과를 측정하여 국회에 넘길 것이다. 국회에서 심사한 결과 문제가 있다 싶은 조항이나 문구들은 체크하여 정부 담당부서와 협의해야 하는 게 정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래 법안 취지를 무시하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기 위해 자기들 입맛대로 변형시켜 통과시켜버리니 당초 정부가 생각했던 법과는 다른 기형아가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법이 제구실 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그나마 어렵게 여야가 합의하여 서명까지 한 법안을 김종인 더민당 비대위원장이 '이 법 하나 통과된다고 경제가 살아나냐?'며 막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마지못한 듯 통과시켰지만 결과를 보아 재석의원 223명 중 반대가 24명이었다니 다수의 야당 의원들도 찬성 내지는 기권을 한 것이다. 국회의원도 아닌 야당 임시대표의 아집(我執)으로 국회의 입법활동에 제동이 걸렸었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나는 법학자가 아니니 그저 상식적인 생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의원들이 합의한 법안을 의원이 아닌 자가 가로막는다는 것은 헌정질서 문란으로 보인다. 물론 의원이 아니더라도 다수 국민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를 막는다면 모를까 한 정당의 대표라는 자격만으로 의원들이 합의 서명한 법안의 제정을 함부로 나서서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 활동은 반드시 국회의원이 주도해야 하고 의원이 아닌 자의 참여는 보좌에 불과하다. 국회 밖에서는 모를까 국회 안에서 의원이 아닌 자가 의원들을 호령하며 '나를 따르라'는 것은 헌정질서를 깨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에 수정 권고를 하고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국회가 임의로 고쳐 통과시키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야당이 한번 반대할 때마다 한 가지씩 고치고 빼고 넣고 하다가 이상한 법이 되니 국가의 성패가 달린 법안들을 이런 식으로 다룬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이 법에도 국회가 간섭할 수 있는 예의 '위원회'를 두었다. 대상 기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에 두기로 했는데, 여기에 일정수의 민간인 위원을 끼워 넣을 수 있는 권한을 국회가 갖기로 한 것이다. 이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월권으로 보인다.

우리는 북괴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에 民·軍 합동조사단을 만든 바 있다. 이 조사단의 활동에서 야당에서 추천한 한 조사위원이 '침몰원인을 정부가 조작했다'는 주장으로 온나라가 떠들썩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 주장은 최근에야 법원 판결에 의해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심각한 국론분열과 불신의 혼란을 겪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에 국회가 정파적 이해에 따라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 나라는 그야말로 '산으로 가는 배'꼴이 되는 것이다.

국회가 너무 오만하다. 국회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대한 감시에 있어 절제하지 못하고 월권을 하기 시작하면 헌정질서가 문란케 된다. 이런 식이라면 사법부에서도 국회에 직원을 파견하여 입법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해야 할 것이고 감사원에서도 국회에 직원들을 상주시키고 상시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며 대통령이 국가원수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이 명백하게 잘못된 길로 국정을 이끈다면 국민들과 함께 결연히 막고 나서야겠지만, 잘 해 보려고 하는 일마다 틀어쥐고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남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