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다. 對北對中 정책의 확실한 방향을 잡게 되었으며, 국내 親中親北 세력에 대한 재갈을 물렸고, 미국과는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작년 9월 3일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이었다. 중국은 대대적인 행사 계획을 세우고 각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우리에게도 보냈다. 이에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국내 여론이 들끓었다. 6·25전쟁 개입으로 한반도 분단을 만든 중공군 열병식에 우리 대통령이 참석할 수는 없다는 쪽이 우세했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참석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고, 천안문 망루에 세계 공산주의 국가 지도자들과 나란히 선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에 충격받은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깊은 고뇌 끝에 중국에 대해 최상의 호의를 베푸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에 필요한 역할을 기대하며 1%의 가능성에 최선을 다했다. 반대하는 국민들의 격한 감정과 동맹국의 따가운 시선과 우려를 뒤로 한 채 천안문 망루에 오른 것이다. 그로부터 4개월여 만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도발을 맞았다. 우리는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 침을 삼키며 주시했다. 우리가 그만큼 호의와 신뢰와 기대를 보인데 대한 상응하는 반응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중국은 우리의 이러한 기대를 깡그리 무시했다. 중국의 우선순위는 한반도 비핵화보다 미국을 견제하는 데 있고, 연장선에서 북한은 절대 버릴 수 없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우리에게 보였던 은근한 미소 뒤에 감춰져 있던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개성공단 철수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중국의 정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시진핑의 미소에 걸린 최면 상태였더라면 이번에도 개성공단 철수를 감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미련도 미련이지만 우선 국내 반국가 좌익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울 만한 대책이 없지 않은가? 이들에게 있어서 심정적 우군이었던 중국이 대신 찬물을 끼얹어 준 것이다. 양산 별장에서 급히 달려 온 문재인은 국회에서 '개성공단 폐쇄에 단순히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말 화가 난다'라며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라는 듯 그악스런 표정으로 장관들을 노려봤지만 이미 지지세력들이 호응을 하기에는 맥이 빠진 것이다.

미국과는 이전보다 더 든든한 동맹을 과시하게 되었다. 박 대통령이 反美親中(반미친중)의 길로 가는 게 아닌가고 우려했던 미국의 입장에서는 '거, 봐?' 하는 핀잔보다는 오히려 박 대통령의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받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철수와 사드배치를 전격적으로 결정하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미국측에서 'B-52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에 이어 '스텔스 전투기'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최첨단 전력이 참가하는 강력한 대북 '무력시위'를 지원하고 나섰다. 동맹국에 실망을 주는 일이 재발되면 곤란하겠지만 이번 일은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동안 은근히 개성공단을 핑계 삼아 결정적 대북압박을 회피해 왔던 중국은 이제 난처하게 되었다. 우리는 개성공단 철수로 인질사태의 부담을 없앰으로 도발에 대한 보복에 거칠 것이 없어졌고, 對北對中(대북대중) 정책의 확실한 방향을 잡게 되었으며, 국내 親中親北(친중친북) 세력에 대한 재갈을 물렸고, 미국과는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서는 한 수에서 비롯된 결과다. 박 대통령의 9단급 포석이었는지 아니면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박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 앞에 정직하고 엄중한 자세로 임한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로써 모든 상황이 말끔해졌다. 진흙탕에서 벗어난 기분이다. 그 놈의 '햇볕정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낭비와 혼란을 가져왔던가!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철수가 대북정책 전환의 시작이라고 천명했으니 좋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충심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가호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