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이라 자처하고 인정받으려면 이 정도의 선구자적 지향점은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의 언론들은 현재의 야당을 일반적으로 진보세력, 민주화 세력이라 불러준다. 여러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그렇게 불러주니 국민들은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들 있다. 뻔한 얘기 같지만 다시 한번 이의 허구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들이 명실상부한 진보 세력이 되려면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를 향해 핵개발에 나서라고 강력하게 촉구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는 대표 연설이나 대정부 질문에서 핵무기 개발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당장 추진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지세력들을 결집하여 이의 촉구를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연일 집회를 갖고 시위를 벌여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에 곤혹스런 입장이 되고 면밀히 검토하여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진보가 뭔가 앞서 간다는 뜻 아닌가?

우리는 일제 해방 후 지금까지 경제개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이에 걸맞은 군사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개발은 필수로 볼 수가 있다. 특히 광대한 땅과 인구 그리고 군사력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 옆에 혹처럼 달려있는 좁은 국토와 적은 머리수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죽으면 너도 죽는다'는 사생결단의 결기와 무장을 갖추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핵개발은 필수요 나아가 만주 땅을 차지하기 위해 외교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가당찮은 주장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진보세력이라 자처하고 인정받으려면 이 정도의 선구자적 지향점은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산업화 세력들이 적의 위협을 막아가며 어렵게 일궈놓은 재산을 털어먹을 궁리나 하고 있는 구더기식 자세로 무슨 진보라 자처하고 인정받길 원하는가,

민주화 세력이라는 것도 그렇다. 북에서는 해방 후 조선시대로 회귀하여 3대세습 왕조가 이어지고 있다. 백성들은 민주가 뭔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오로지 왕(수령님)과 그 후손들에게 대를 이어 충성을 바치고 있다. 폭정에 굶어 죽고 총에 맞아 죽고 견디다 못해 탈출행렬은 끊이질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대에 왕권을 물려 받은 젊은이가 권력독점을 위해 제 아비의 가신들을 차례로 죽이고 심지어 제 고모부까지 무참하게 살육을 저질렀다. 저 광기에 대해서는 왜 입을 봉하고 있는가? 이승만과 박정희처럼 상대가 너그러우면 개기고 무섭게 나오면 굴종하는 게 민주화운동인가?

최근 개성공단 철수와 사드 배치를 두고 국회에서 벌이는 한바탕 쇼를 보고 있노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북쪽 저 미치광이가 핵폭탄과 미사일 시위를 하면서 우리를 가만 안 두겠다고 겁박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통해 꾸역꾸역 돈을 보내줘야 한다는 논리는 궤변도 뭐도 아니고 바로 굴종이다. 우리 대통령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개성공단을 철수한 것이고. 이 상황에서 장관들을 국회에 불러놓고 고함을 지르며 행패를 부리는 그대들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가? 아직 볼이 포동포동한 젊은이가 제 아버지 뻘 되는 장관을 향해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저절로 탁자를 치게 되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냐!'고.

장관은 의전 서열상 국회(평)의원보다 위다. 따질 게 있으면 마이크가 있으니 차분한 말투로 예의를 지켜가며 따지면 된다. 마치 흉악범 피의자를 심문이나 하듯 고래고래 소리치며 그게 뭔 짓인가? 장관이 죄 지었나? 누가 귀 먹었나? 그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왜 북쪽의 막가는 놈에 대해서는 싫은 말 한마디 못하면서 우리 정부에 대고 그렇게 분노하나? 왜 그런가?

한국 언론들이 현재의 야당을 두고 진보세력, 또는 민주화 세력이라 불러주는 것은 허구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사기다. 그들이 지금껏 무슨 진보적 행보를 보였으며 무슨 민주를 찾았는가? 한 일이라고는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반대와 시위 외에 무엇이 있었던가? 길 가다가도 빨리 가자고 재촉하면 돌아설 자들, '하던 짓도 멍석 깔면 멈춘다'는 우리 속담은 바로 그들의 모습이다.

사족)
이 정부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한다. 앞으로 법안을 국회에 넘길 때는 중요한 법안은 뒤에 끼우거나 '이 법은 통과시키면 안됩니다. 통과시키면 큰 일 납니다.' 하고 넘기길 바란다. 그러면 혹 통과시켜 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