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테러방지법 저지 활동과 어제 중국 대사가 야당 대표를 찾아간 두 사건은 별개가 아니라 관련성이 있다. 중국과 더민당이 더불어 북한을 보호하기 위해 대한민국 공격에 나선 형국이다. 둘 다 그 행태가 남의 눈치나 관례를 아예 무시한 채 노골적이다.

주한 중국대사가 어제 국회로 더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찾아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공개 반대한다며 사실상 협박을 하고 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는 정부 소관이니 관계부처로 찾아가라 하고 사전에 방문 요청에 거절했어야 옳았다. 방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더라도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음을 명백히 했어야 한다. 이는 국가 안보 문제로 한 야당의 임시 대표가 중국 대사의 방문을 받아 상담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의 보도가 없다. 혹 존재감을 즐긴 것은 아닌지.

국회에서는 지금 의장이 직권 상정한 테러방지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어제 저녁부터 발언대를 점령한 채 쇼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필리버스터'라는 의사진행 방해다. 이는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처음 써 먹은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금 이 복잡하고 바쁜 시대에 무려 162년이 지난 한가한 정치행태를 대한민국 국회에서 재연하고 있다. 진보 치고는 참으로 해괴한 진보다. 웃겨도 보통 웃기는 광경이 아니다.

그러나 마냥 웃고만 넘길 일이 아니다. 지금 국회에서 벌이는 야당의 테러방지법 저지 활동과 어제 중국 대사가 야당 대표를 찾아간 두 사건은 별개가 아니라 관련성이 있다. 야당이 지금 이 법안을 저지함으로 표면적인 이유야 어떻든 간에 결국 북을 이롭게 하고 있다. 늘 하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북을 돕고자 하는 누군가의 뚜렷한 목적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내부적인 분란을 보이자 중국이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오는 것이다. 북은 지금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중국과 더민당이 연합전선을 펼쳐 방패막을 쳐 주고 있다. '이런 나라는 망하는 게 맞다.'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오게 된다.

정부와 애국세력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 외교부 장관이 지금 미국을 방문하여 모종의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이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 등 양국간 다양한 현안들을 놓고 협상을 하고 있을 터이니,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다른 현안 타결을 위해 희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배치할 것 같더니 미국측 요청으로 연기됐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협상은 자국의 이익이 우선으로 한반도 문제도 그런 틀에서 이해를 해야 할 것이다. 자칫 우리의 처지가 닭 쫓던 강아지처럼 머쓱해질 수도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알고 있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지난해 말 미-북 간 평화협정 논의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이 6·25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중국은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 노력하는 이상으로 북한과 중국도 우리를 미국과 떼어놓으려 집요하게 공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작정하지 않는 한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끊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내에는 반미세력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특히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을 피곤하게 하고 있으니 미래는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으로만 전개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적과의 대치 상태에서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치명적이 될 수가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지금과 달랐다.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르라'는 덩샤오핑의 가르침인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잘 지켰다. 중국이 소극적인 사이 김영삼 정권 때의 북폭 기회나 김대중 정권 때의 흡수 기회를 우리 스스로 차버린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듯하다. 이제 북한 궤멸의 기회는 놓친 것이다. 최선의 대안은 김정은 정권의 교체로 우리의 외교역량은 여기에 집중해야 될 것 같다. 중국이 이마저 협조하지 않으면 별 수 없이 신냉전 체제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을 등지고 중국에 굴종하여 더민당의 주장대로 평화(적화)통일로 가겠다면 또 모를까. 어쩌면 한반도가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은 온나라에 내리는 서리요, 교만과 방종은 이를 재촉한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 생각난다.

덧붙임)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때문에 평화가 깨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지극히 어리석고도 위험한 생각이다. 돈을 갖다 바치며 위장된 평화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한과 중국에 유리한 판세로 가게 되어 있다. 적화통일을 바라지 않는 한 좀더 일찍 손을 썼어야 했다. 김영삼, 김대중이 나라 골병들게 하여 결국 벼랑끝에 서도록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