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를 핑계로, 평소 숙원(남중국해 인공섬 군사 기지화)을 이 기회에 달성해 버리려는 게 중국의 의도다.
미국, 중국이 23일, 출처 불명의 북한 해외 금융자산을
동결하고, 핵·미사일 등과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 조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북
제재 유엔 결의안에 대체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중국은, 북한으로 이어진 석유 파이프를 잠그는
조치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군용으로 쓰이는 항공유
등의 대북 수출도 금지하기로 한 듯하다. 아울러, 중
국은 북한산 석탄을 3월부터 수입하지 않겠다는 방침
또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중국이 석탄수
입을 중지하면 북한은 對中 수출에 큰 차질(40% 이상
감소)을 빚게 된다. 對中 수출의 차질은 북한 정권에
있어, 통치자금(달러 등 현금) 조달에 큰 애로가 생긴
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이러한 대북 제재 동참은 전향적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미 가결된 미국 독자제재의 핵심인 '세컨더리
보이콧'에 기인하는 바 크다.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중국 자신이 미국에 의해 경제적 고초(세컨더리
보이콧)를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선택지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경우에 따라 향후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완전한 영향력
회복'이 그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유엔)가 북한을 향해 보여주는 최근
의 강력한 의지(세컨더리 보이콧 등)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평소 자신의 동맹으로 되어있는 북한에게 가하기
힘들었던 물리적 제재(무역, 금융 방면 등)를 부담없이
할 수 있게 만드는 완벽한 분위기 조성에 해당한다.
중국은 평소, 중국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북한의 행동들(장성택 처형 등) 때문에 애를 태워왔고
이러한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해, 기회만 되면 북한을
손 좀 봐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명분이 없어
고심하던 것이 속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역이나 석유수출 금지 등의 치명적 압력을 넣어 북한
으로 하여금 백기를 들게 만들어 이전 관계(중국 영향력
이 살아있는)로 돌려놓고자 하는 것이 시진핑 등 중국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만, 그 동안, 적절
한 명분이 없어서 막상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제, "(세컨더리 보이콧 등으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앞으로 핵, 미사일
같은 것을 자제하는 모습만 조금 보여주면 다시 옛날의
좋은 관계(북중 혈맹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북한을 향해 발신 가능한 환경을 누리게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대북 제재의 핵심 키를 중국이 쥐고 있다는 현실은, 역
설적으로 향후 모종의 변화(북한의 가식적 도발 자제?)
에 따라 대북 제재 해제 무드가 조성될 때, 중국이 북한
에게 가장 큰 시혜(대북 제재 해제 효력)를 베푸는 형태
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
향력을 재차 확보(장성택 처형 이전의 관계로 회복)한
다는 의미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 제재 조치가 이
렇게 한편으로는, 중국의 평소 숙원(대북 영향력 확보)
을 이루어주는 엉뚱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희한한
상황으로 전개될 우려도 있는 셈이다. 이러한 면에서,
중국측 입장에서 보면 최근 상황의 전개는, '夷'(국제
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夷'(북한)를 자신의 수중(휘
하)으로 완전히 가져오는 式의 실속 챙기기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에 충분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는 중국의 태도는 상식
의 선을 훨씬 넘고 있다. 외교를 담당하는 중국 인사가
전혀 외교적이지 않은 언사("사드 때문에 양국관계 파탄
날 수 있다")를 남발하는 등 중국측의 과잉과 과민은 최
근 두드러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심각한 갈등에 쏠려 있는 동안, 중
국은 그동안 국제사회 이목을 의식하느라 조심스러웠
던 다른 작업들을 대놓고(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립 자체가 문제시되는 남중국해 여러 인공섬에 중국
은 활주로 건설에 이어 최근 전투기까지 노골적으로 배
치하고, 고성능 레이더 기지까지 구축하는 등의 움직임
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중국은 현재, '한반도 사드 배치로 우리(중국)가
어마어마한 불이익을 당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인공
섬 군사기지화)는 아무 것도 아니다'는 식이다. 사드
배치를 핑계로, 평소 숙원(인공섬 군사 기지화)을 이
기회에 달성해 버리려는 의도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을
보다 용이하게 달성하려면, 사드 배치로 인한 자신들의
피해 가능성을 자꾸 부풀리고 그만큼 자신들이 사드
배치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결연한)모습을 자꾸 어필할
필요성이 생긴다. 일종의 쇼(Show)인 셈이다. 한국을
향한 무례하고 몰상식적인 발언('사드 때문에 양국관계
파탄')까지 나온 것도, 이러한 聲東擊西식 과잉 쇼
(Show)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東쪽(사드 갈등)을
가급적 많이 시끄럽게 해서, 西쪽(인공섬 군사 기지화
도발)에 대한 관심과 경계를 가급적 희석시키려는
의도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에 고심하는 韓美日 등 국제사회의 심정과
는 달리, 중국은 사실상 이 상황을 내심 최대한 활용
하여, 평소 바라던 잇속이나 챙기고자 분주한 상황
이다. 중국의 음흉한 以夷制夷와 聲東擊西를 경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