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과도하게 민족감정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지만, 언론 기자 등이 과도하게 민족감정에 치우치는 것은 훨씬 위험하다.
민족주의가 과도하게 진행되면, 국제상식이나 국제
규범과 자주 충돌하게 된다.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像은 대표적 例다. 과도한 민족주의는 일반인뿐 아
니라 언론 기자들에게도 나타난다. 2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3·1절에 추가된 소녀像> 같은 기사는 이러
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기사 중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2년여 전 프랑스 앙굴렘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위안부 특별 기획전을 주도한 건 우리 정부였다.
당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프랑스로 날아가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위안부 피해 참상을 알려
국제 이슈로 부각시켰다. 일본 측이 방해 공작을
서슴지 않던 상황이라 조 장관의 '위안부 알리기'
는 돋보였다.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기록의 유네
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발 벗고 나섰다>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국제만화제라는
것을 활용했다는 것이 한국측 입장이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상대방(일본) 입장에서 보면, 두 나라
간 의견(인식) 차이가 큰 과거사 이슈를 한국측이
국제예술행사라는 것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정치
이슈化한 것에 해당한다. 당시 프랑스 현지 언론
은, "만화제가 국제적 이슈에 직면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측이 방해 공작을 서슴지 않던 상황>이라고
기사는 썼다. 그런데 일본측 <방해 공작>이라고 해
봐야, 당시 일본여성 단체 등이, "위안부의 존재 자
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강제연행은 사실과 다
르다. (한국측 만화는) 허구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만화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내
용의 탄원서를 현지 프랑스 언론 등에 보낸 것이
전부다. 그나마 일본측이 시도한 대응차원 전시
요청은 주최측에 의해 아예 거부되었다.

일본측을 향해 우리가 <방해 공작>이라고 부른다면,
같은 방식으로, 일본은 한국측을 향해 <만화제를 이
용한 정치 공세>라고 표현할 것이다. 베트남 정부가,
과거 월남전 당시 한국군 범죄를 묘사했다는 발레작
품을 국제 발레콩쿠르에 올리고자 하는 상황에서, 한
국측이 "사실과 다르다.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베트남인들이 이러한 한국측 문제제기에 대해, <한
국측의 방해 공작>이라고 반응하는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이해가 빠르다. <위안부 기록의 유네스코 세
계문화유산 등재도 발 벗고 나섰다>는 부분 역시
만화제의 再版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

<일본은 '불가역적 합의'라고 확성기를 틀고, 유엔
에서도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계속한다.
'불가역적'이라는 틀에 우리를 묶어두고 멋대로 행
동한다>라고 썼다. 일본측이 '불가역적 합의'를 강
조하는 것은, 한국측이 그 동안 두 나라 간 합의를
준수하지 않아 온 전력들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
중 前대통령 등의 거듭된 약속('다시는 위안부 문
제 언급 안한다' 등)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피로감
을 느낀 일본은 최근, 한국을 향해 "움직이는 골대"
라는 표현까지 들어가며 불만을 표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일본이 '불가역적 합의라는 확성기'를 트
는 것에 대한 근본적 귀책사유는 상대적으로 한국
측에 많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계속
한다>고 썼다. 그런데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는
일본측 주장은 엄밀히 말해 틀린 말이 아니다. 일
본측이 만약 "강제 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망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객관적
증거가 없는 현상태에서 일본이, "강제 동원 증거
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틀린 말이 아니다.
강제 동원(연행)의 증거가 있으면, '일본 과거 파
헤치기'를 특히 좋아하는 한국 언론들이 빨리 내
놓아 이러한 혼란을 한시라도 빨리 불식시킬 일
이다. 언론 기자라면 분명한 Fact에 입각해 기사
를 써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이 과도하게 민족감정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지만, 언론 기자 등이 과도하게 민족감정에
치우치는 것은 훨씬 위험하다. 자칫하면 매체(기
사) 등을 이용한 大衆 선동으로 흐르기 쉽기 때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