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기회관리를 잘못하여 노무현의 失政을 즐기다가(?) 오히려 災殃을 부른 것이다.

200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한 노무현은 그해 11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측근들을 통해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 4월에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에 나선다.

2004년 2월 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합동회견에서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사실상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하며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라는 발언으로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 3월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노무현에게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정하고 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했고, 이튿날 노무현은 선관위의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3월 5일, 새천년민주당이 의총에서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및 형 노건평 등의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튿날 청와대는 부당한 정치정략적 압력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3월 9일,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합세하여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이튿날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으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방해로 실패한다.

3월 11일, 노무현은 특별 기자 회견을 열고 탄핵사태까지 몰고 온 실정에 대한 야당의 사과요구를 거듭 거부하며 오히려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노건평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한 분들이 시골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형의 입장을 두둔했다. 이후 남 사장은 서울 한남대교에서 투신자살했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 여론은 크게 악화되었다. 이에 탄핵에 반대하던 자유민주연합까지 찬성으로 당론을 변경한다.

3월 12일,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의 주도하에 노무현 대통령 소추안이 가결된다. 정연주가 사장으로 있던 공영방송 KBS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울고불고 신발짝을 집어던지는 등의 비장한 모습들을 선별하여 하루종일 방송으로 내 보냈다.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이 눈물이라도 흘렸어야 하는데 너무나 당당하게 가결시켜 버리자 국민들은 너무했다며 다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어서 4월에 실시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총 234석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129석을 얻어 과반을 훌쩍 넘겼다. 한나라당은 100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이 기회관리를 잘못하여 노무현의 실정을 즐기다가(?) 오히려 재앙을 부른 것이다.

얼마 전까지 더민주당은 내분으로 당이 쪼개지고 친노 비노 다툼으로 날을 지샜다. 국민 지지율은 최저로 떨어지고 텃밭이라던 호남민심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 앞에서 결국 문재인 대표는 구원투수를 세워놓고 대기실로 사라졌다. 이런 더민주당의 상황을 즐기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희망하는 발언을 내놨다. 꿈은 야무졌지만 대응은 개차반이다.총선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