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 폭탄도 핵무기 등의 대량파괴무기(WMD)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인구 밀집현상과 조그만 폭발도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취약한 현대 사회의 전기·가스·교통 인프라 구조 때문이다. <주> 아래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지난 22일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테러에서 이슬람국가(IS) 자살 테러단이 사용한 무기는 ‘못폭탄(nail bomb)’이란 사제폭탄이었다. 못폭탄은 못과 나사 등 파편을 잔뜩 채워넣어 대인(對人) 살상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서, 수류탄이나 클레이모어에 금속 구슬을 채워 넣은 것과 마찬가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가슴에 못 박힌 부상자의 섬뜩한 X-레이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는데, 심장에서 가까운 곳에 박힌 못의 길이는 약 8㎝로 알려졌다. 2013년 미국 보스턴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 폭탄’도 압력밥솥에 못과 구슬을 가득 채워 폭발시킨 것으로 못폭탄의 한 종류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이번 테러의 위력과 잔인성 때문에 못폭탄이 무슨 대단한 특수 폭탄인 것처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못폭탄은 누구나 약간의 교육만 받으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으로 만들 수 있는 조잡하고 원시적인 폭탄이다. 이렇게 단순하기에 역설적으로 무시무시한 폭탄으론 ‘통폭탄(barrel bomb)’이란 것도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시리아 내전에서 사용하면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데, 석유 제품을 담는 드럼통이나 원형 철제 용기에 TNT를 채우고 공업용 베어링 등 각종 쇠붙이 조각을 넣어 만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4년 2월 통폭탄의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 2139호를 채택했다. 유도 장치가 없어 명중률이 매우 낮고 폭발력도 약해 군사적 효용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단가가 저렴하고 전투기가 아닌 일반 항공기에서 투하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간편하기에 인구 밀집지역에서 민간인 대량학살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폭탄을 사용한 시리아 민간인 폭격에 북한 헬기 조종사들이 참가했다는 보도가 나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원시적 폭탄도 핵무기 등의 대량파괴무기(WMD)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인구 밀집현상과 조그만 폭발도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취약한 현대 사회의 전기·가스·교통 인프라 구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300㎜ 최신 방사포를 배치하고, 고체연료 로켓 관련 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어떻게 막을 것인가. 날아오는 총알을 맞히려고 생각하니 방법이 없어 보인다. 폭탄은 저절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다. 쏘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방아쇠를 당길 사람을 제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