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자유민주체제로 통일되었을 때, 250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 대부분을 '親김일성派'로 단죄할 수는 없을 것.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은 '親日派'라는 것을 자주 입에
올린다. 일부는 친일인명사전이라는 것까지 만들었다.
과거 조선인 대부분이 활발한 독립운동을 했다면 '친
일파' 단죄는 유효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독립
운동을 한 것은 극소수였고 많은 조선인은 日常을
살아갔다. 당시 대부분은, 일본을 '영원할 자신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오늘날 북한 주민 치고, 김일성 동상에 헌화.참배
한 번 안한 者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한반도가 자유민주체제로 통일되었을 때, 우리는
그렇다고 그들 250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 대
부분을 '親김일성派'로 단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친일파
따지기'式으로 한다면 250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 중 상당수는, '親김일성派'로 단죄되어야 할
듯하다. 북한 주민들의 罪라면 장소(지역)와 시대
를 잘못 택해(?) 태어난 죄밖에 없다. 그 罪로 인
해, 그들 주민들 스스로가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는 중이다. 오히려 위로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과거 조선인의 罪라면 장소와 시대를
잘못 골라 태어난 罪밖에 없다. 그런 그들에 대해
마치 "왜 독립운동 안했나?, 비겁한 것 아닌가?"라
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오늘날 많은 한국인의
자세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친일파 따지기'
좋아하는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은 마치, "만약
나라면, 분명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라는 태도로,
과거 사람들을 정죄하고 있다. 불행했던 당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고민, 동정의 노력이 전혀
없는 僞善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많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친일파 따지기'
에 집착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요인으로는, '허위'
라는 것을 들 수 있다. 한국내 '쇠말뚝 소동' 같은
것은 허위의 대표적 예다. 일본이 나쁘다는 것을
자꾸 강조하려다 보니, 이같은 근거 없는 거짓말
이 자주 등장하게 되고, 불필요한 反日과 적개심
이 형성되면서 '친일파 따지기'는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안전한 현대'를 살아간다고 해서, 아무런 고민
이나 시대적 이해도 없이 마음대로(자의적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은 일종의 僞善에 해당한다.
조선일보 기사는 <역사의 가해자 앞에서 우리
끼리 물어뜯는 비극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기사 제목대로, 우리의 敵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밖(일본)에 있다는 것
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것 같다. 진정
한 우리의 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장 큰 敵은, 우리의 내부, 그것도, 보다
깊숙한 내면세계, 다시 말해, 많은 한국인 각자가
품고 있는 '과거에 대한 僞善과 허위'라고 볼 수
있다. 밖에 있는 敵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이같
은 내면세계의 가장 큰 敵(위선과 허위)을 어떻
게 할 것인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