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任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열거해 놓고 한 사람 한 사람 따져보자. 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인가,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인가. 비가 오자 하인들이 우왕좌왕 뛰기 시작했다. 가마 위의 (오성?)대감이 일갈했다.

"이 놈들아, 뛰면 여기 비도 맞고 저기 비도 맞지 않느냐! 괜히 호들갑들 떨지 말거라!"

뛰어 가면 비를 덜 맞고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맞은 비는 어쩔 수 없다. 대감은 기왕에 맞을 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에 총구 앞에서 두렵지 않은 이 있겠는가? 그러나 박정희는 총구 앞에서도 의연했다. 탁자 밑에 엎드린다고 달라질 게 없다. 대감이나 박정희나 순간적으로 그런 계산을 한 것은 아니다. 사람 됨됨이, 즉 인품인 것이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도 비슷한 경우다. 평화로운 때는 가리기 어려우나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사람 됨됨이가 드러난다. 이를 수습하는 능력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람 알아보는 방법은 없는가? 자천 타천 중임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열거해 놓고 한 사람 한 사람 따져보자. 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인가,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인가.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에게 속아 넘어간 것은 그가 왠지 대하기 편해 보였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회창은 가까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사람으로 보인다. 같이 술이나 한 잔 할 상대로 골라야 할 사람에게 國事를 맡겼으니 본인도 국가도 모두 불행해진 것이다. 앞으로는 총선이든 대선이든 이 점 유념해서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친목회 총무와는 하는 일이 다르다.